오늘 밤에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박 소현, 김 성훈 같은 사람들이 진행하는 겁니다..

103세 노인이 나왔더군요... 07년 생이라고.. ^^

유리장사를 아직 하시는데

직접 쇠자전거를 몰고가서 길이를 줄 자로 재고 적고 유리칼로 자르고

끼워서 마감처리까지 잘도 하시는데, 아마도 2만원을 받는 모양입니다..

시간날 때마다 관악산으로 그 70킬로 짜리 자전거를 몰고댕기는데

아침마다 숙달된 운동을 한 시간.. 식사를 직접 해서 드시는데

보리쌀과 찹쌀, 멥쌀을 섞어서 직접 해드시네요...

이전에 현미식을 보급하던 안 현필 선생이 떠오르는데, 정작 건강 전문가는 먼저 가시고

유리장사 노인은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직업활동을 합니다..

우유를 배달받아서 먹는 사람보다 배달꾼이 더 건강하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

마음을 문제삼는 것은 결국 영원과 무한의 문제를 다루는 셈인데

당장 눈앞의 100세 노인을 보고 있자니 여러 모로 할 말을 잊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몸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태어난 적도 없다,라고 선언하는 경우는 적거든요.. 그런데

1 century를 거친 한 인간의 모습을 보니

저 분의 눈에는 세간사가 과연 어떻게 보일까 하는 느낌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무아,라고 하는 것은 결국 영원과 무한의 눈을 얻는 것인데

당장 100세 노인의 눈만 빌어와도 많은 부분이 달리 보일 게 뻔하죠...

4계절을 100번 겪었지, 전쟁통에 피난도 해봤지.. 일제 치하의 여러 생활상도 겪었을테고

어려선 조선 조의 유습도 상당했을테고

아마도 80년대 이후의 흐름은 그저 애들 작란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가 타인들을 만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무화시키는 작업이고, 그 멀리 어딘가에는 무아,라는 것이 있겠지요..

100년이 상징하는 것은 1000년이고, 그 멀리 어딘가에는 영원성 eternity라는 것이 있으니

아직 환갑이라는 낱말이 있는 세상에서 100년을 경과한 경력자의 모습은 마치

영원의 상징과 같고 일종의 계시처럼도 느껴지네요...^^

이전에도 몇 차례 유사한 느낌은 있었지만

이번의 이 느낌도 참 독특합니다..

이제 앞으로 반 세기 정도는 앓는 소리 할 자격을 박탈당한 느낌도 있고.. ^^

대개 우리가 겪는 문제들 중에서 10년 이상을 버티는 것이 적은 것으로 아는데

그 이상 가는 것은 대개 우리가 애써서 일을 서둘기 때문이죠..

언젠가는 새벽에 바둑을 한 판 두는데

초반에 좀 생각을 했더니 무승부를 하자고 하는데 안해주었더니

중반에 대마를 잡고 이긴 지가 한 참 지나도 던질 생각을 안 하고 나중엔 결국 딴지를 부리더군요..

남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저는 처음 겪어보았습니다..

인생을 망치지 말고 그만 두라고 했더니 백수라는 거예요...

한 10년 잡고 개선해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어떻게 할 지.. ^^

내가 던질까 라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하길래 던졌는데 인사도 없이 사라지더군요...

좀 우스운 말이지만

마음을 그렇게 쓰는 인간을 누가라고 채용하고 싶겠습니까? ^^

10년 정도 꾸준히 단련하면 건강문제도 경제문제도, 아마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거나 적어도 실마리가 풀릴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사람의 수명의 문제도 타고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지요..

도교에선 그것을 공과격이라고 하는데 심지어는 구체적으로 가산점을 정리한 글도 있더군요.. ^^

늙어가면서 다만 욕심만 더 부리는 듯한 유명노인들이 많이 보이는 시절에

역사와 영원에서 초빙된 듯한 노인을 뵙고나니

소감이 많아서 한 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