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를 연결해라

                                                                                    저니

분노와 즐거움

바둑포석을 가르칠 때 “왜 귀퉁이부터 집을 지을까?”를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보통 검은 돌을 한 주먹 가득 쥐어주고 귀와 변과 중앙에서 최소한의 돌로 삶의 형태를

갖춘 두 집을 지어보라고 하고 얼마나 돌이 소요되었는지 직접 세어보도록 한다.

귀에서 소요된 돌 수는 6개, 변에서 소요된 돌 수는 8개, 중앙에서 소요된 돌 수는 10개

이다. 그리고 어디부터 바둑을 두어갈 것인가를 물어보면 귀, 변, 그리고 중앙의 순서로

전개하는 순서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처럼 바둑에서 집 짓는 것이 순조롭기만 하다면 누구나 쉽게 집을 지을 법도 한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하나를 간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귀에서 집을 짓기 쉽다는

이면에 귀의 집이 파괴되기도 쉽다는 것이다. 두어 수 이상 투자한 귀가 파괴되는 것을

보면 심한 분노와 좌절을 가져오게 한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새롭게 집을 지으면서

집이 파괴되는 실패의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집이 완성되는 성공의 즐거움 두 가지 감정을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즐거움과 실패에 대한 분노나 두려움의 감정이 연결되면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게 되는데, 실패로 가는 길에 서 있다면 성공의 즐거움을 찾아 다른 대안을 모색하게 되고

더 큰 분노나 두려움은 보다 큰 즐거움과 성공으로 성취되는 희열을 동반하게 된다.

프로기사들의 바둑에서 “견딘다” “지독하다” 라는 표현들은 그러한 분노와 두려움에 충분히

단련이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심리학적으로 항문기의 시기에 생리적 욕구를 참는

것이 더 큰 쾌감을 주는 것처럼 어떻게 분노와 즐거움을 연결 짓게 하는가가 사고를 변화

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혼다의 실패왕

일본 혼다의 슬로건은 ‘The Power of Dream’ 이라는 슬로건으로 실패를 장려하는 ‘혼다이즘’의

요체이며 혼다 전 직원들을 무한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하는 도전 정신을 나타낸다.

꿈을 향한 도전을 말해주는 것으로 혼다의 자동차 박물관 현관로비에는 창업주가 쓴 ‘몽(夢)’

이라는 친필이 있는데 이 회사는 이처럼 직원들의 상상력을 회사차원에서 적극 장려하고 있다.

‘올해의 실패왕’ 제도는 매년 연구자 가운데 가장 큰 실패를 한 직원에게 100만엔을 지급하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장려하고 독려하고 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혼다에서 필요하지 않다’ 라는 창업주의

철학처럼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가 창조의 바탕이 되고 있다.

혼다의 ‘전해주고 싶은 것 도전 50년’ 이라는 사사에서 일반회사의 그것과 달리 성공스토리뿐만

아니라 경영위기에 빠졌던 일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각종 기술에 대한 실패까지

숨김없이 적고 있는 것은 ‘기술은 99%의 실패 뒤에 1%의 성공이 있다’는 혼다 소이치로

창업주의 경영방침을 그대로 보여주는 케이스라 할 수 있다.

Post it 메모지로 유명한 3M 또한 직원들의 창의적 실패를 장려한다. 실패한 연구원들에게

실패파티를 열어주고 실패로부터 학습을 권장하는 잘 의도된 실패(Well-intentioned failure)

원칙, 소수의 의견을 병기하게 의무화한 마이너리티 레포트(minority report) 등은 창의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제도이다.  Post it 이나 페니실린처럼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조차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시각

에서 얻어진 것이다.

실패를 분노로 받아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성공과 연결하는 것은 지적인 계산

능력이 아니라 본능적인 반응이다. 몸에 건강하지도 않은 술을 마시는 것 또한 지적 능력으로

인하여결정한 것이 아니라 몸에서 그 즐거움으로 술을 마시도록 결정한 것이다.

실패 또한 성공으로 가는 즐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성공이라는 가치는 지적인

계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능에서 얻어지는 산출물 될 것이다.

가치를 창조하거나 파괴하는 힘

초반 포석에서 선택의 길은 두 가지이다. 집을 지을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그 두 가지 모두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길이다. 상대가 집을 짓던 나의 집을 파괴하던 나에게

분노나 좌절이라는 실패를 남겨주는 것이 아니라 세력이란 미래 가치를 주게 된다.

그러한 세력이 99%의 패배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99%의 실패라고 단언하기 이전에

승리라는 가치를 창출하는 99%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면 귀퉁이는 변으로 달리고 다시

변은 중앙으로 전개되는 돌의 흐름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변화가 많은 바둑판의 귀는 충분히 집착할만한 실리의 요충이다. 삶으로 본다면 터전이

되기도 하고 사업으로 보면 핵심 역량이나 확보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한 귀를 지키지 못하였다 하여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스스로의 생각이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가 언제든지 그것을 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며 최상의 의미를 얻게 한다. 이것이야 말로 가치를 창조하는

힘이다. 만약 실패에 조롱 당하고 성공할 수 없다는 주위의 저항을 받아서 결국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믿음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실패는 성공이라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고 파괴되게 될 것이다.

생각의 전환점에서 가치를 만드는 힘과 파괴하는 힘은 자세와 생각의 차이로 길을 달리하여

발산한다. 부정적인 자세는 결과를 한정하고 옥쇄하여 스스로 추락하게 하고 실패를 성취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자세는 새롭게 가치를 창조하게 한다.

사람이 언제나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갖는 우연이나 행운

때문이 아니라 실패를 남다르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성공 가치를 창출했던 것이다.(C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