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진을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다..
오랜 동안 이름을 들어왔는데, 다들 서둘러서 유명세를 떨칠 때에
혼자서 뒤로 남았으니 무언가 침체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근자에 들어서 이름이 부상하는 모습을 보고 응원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박영훈에게 지는 모습을 보니, 상심했을 것 같아서 안된 마음이 들었다..

세간이란 다만 하나의 꿈과 같은 미망이라고 하지만
성취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버리는 용기를 기대하긴 힘든다.. 그래도 그래도 라는 마음이 남기 때문이다..
창창하고 푸른 20대, 조로의 바둑동네라고 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청년이 아닌가?

오늘 조한승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니 청춘의 한 고비를 넘은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스스로 인터뷰에서도 말하길, 명인전에서 지고나서 스스로 우울한 마음에 빠졌음을 표현하였는데
오늘도 위태한 장면이 많더니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가보다....

원성진의 기쁨은 다행이다,라는 분위기로 연출되었지만
어제의 박 태환의 모습은 참 공감이 많이 가는 순간포착의 모습이었다...
왼손을 움켜쥐고서 환호하는 그 모습을 보니
아아 이제 나는 다시 살아났구나... 라는
마치 지옥에서 되살아온 듯한 안도감과 같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인생에는 다양한 면모가 있을 수 있고, 사람의 자질도 반드시 한 가지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자질을 보이는 사람들은 다행인 면도 있지만, 다른 욕구불만이 해소되지 않으면
언제나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다만 연령대에 비해서 일정한 성취가 먼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욕구가 드러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뻬이징에서 돌아온 후에 물에 들어가길 싫어하더라는 말도 공감이가고
또 그 결과 수영을 망친 것도 필연일 수 있다..
그 개인으로선 수영을 그만두고 싶었다는데
다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명예회복이나 하고나서 그만두자,라고 달래서 다시 길을 얻었다고 한다..
호주의 새 코치와도 대화가 잘 되었다니
수영이 다만 수영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알고보면 세상사란 모두 연관되었기 때문에
한 가지 일이라도 잘 되면, 인내심을 가지고 잘 가꾸는 과정에 다른 욕구들도 대부분, 세월과 더불어 해소될 길이 열릴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재주가 있고, 열정이 있는 대신에 전체그림을 보기 힘들고 욕심이 앞서는 젊은 시절에는
세월을 기다려서 자연스레 이루어지길 기다리기 힘들고
공중에서 공중으로, 혹은 고원에서 고원으로 바로 날아가길 원할 수도 있다..
일이 잘 되면, 의욕이 하늘을 찌르겠지만, 그러나
고원에서 다른 고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내려왔다가 다시 다른 고원을 평지에서 올라가는 과정에 그 사소함을 인내하는 일이 매우 힘들고 귀찮아서 실패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한 번 어긋난 기회는, 경우에 따라서 평생의 한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젊어서 서둘러 이름을 내던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이전에는 경제분야에서도, 율산그룹인가 하는 청년동네가 한 번 유명하기도 했었고
또 다른 사람 하나도 서둘다가 감옥을 가기도 했었다..
한 사람은 경제사범으로 감옥을 오래 가고나서도 사두었던 땅값이 올라서
출소 후에 거대빌딩의 소유주로 환생했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것도 벌써 오래된 일이다...
자질과 조언자를 함께 갖는 복은 사람에게 적은 것일까??

박 태환의 소생은 참으로 여러가지 볼거리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김연아와 박 태환 두 사람을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거의 같은 시기에 두 사람은 함께 국민영웅의 느낌을 주었지만
박은 한 해를 역사의 어둠 속으로 물러나는 듯하였고
그 사이에 김연아는 피겨의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전설이 되고나서의 흐름은 또한 묘한 불확실을 노정하고 있고 그런 불확실성을 타고 사건과 사고도 생겨났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박 태환이 소생한 것이다..
김연아가 부상할 때에 박이 한 말이 기억난다..
이제 김연아와 나는 급이 달라요....
인생에서 실패와 고개떨굼을 경험한 사람의 말이다.. 그런데 그 흐름이 다시 묘하게 뒤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일은 원래가 그런 것이다..
성공을 해도 실패요, 실패를 해도 실패일 수 있으며, 그러한 실패가 알고보면
본래적 모든 성공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인간에겐 소망이 필요하다..
오랜 단련으로 각이 생긴 박 태환의 어깨를 보면서, 연습을 많이 했구나 싶었지만
그러나 막상 지옥에서 소생한 환희의 절규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인간적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