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음을 말하는 요지는
양상에 따라서 살던 사람들에게, 그리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성품에 따라서 살라고 하는 말이다..
법성게를 보면 이사명연,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본질과 현상은 분리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앞을 보면 생사와 열반이 서로 뒤섞여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사명연은 보다 일반화시킨 말이고
생사와 열반이라고 하면 다소 인간적으로 접근된 말인 듯하다...
그러니까 생사에 익숙하던 사람들이 열반을 알고나면 모든 현상은 본질의 활동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들은 생사에 익숙한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다만 생에 익숙하고, 또
생에만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생 속에서, 인간적이고 사회적 인생에만 비교적 친숙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회적 인생 중에서도 단지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만 익숙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여러 겹을 놓고 생각해보면, 말하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말하는데, 듣는 사람들은 복잡하게 들리는 이유가 대략 짐작된다.. 반대의 방향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성품을 근간으로 보는 입장에선 성품이 자신인데, 특정 모습을 놓고, 그게 자신이라고 여기니까 해결의 실마리가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까 대승 쪽이 비교적 현란해보이는 이유가
12연기 같은 것은 그래도 인간적 접근을 하는데, 아예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을 말하는 상황을 보면
좀 엉뚱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염화미소라든가 사리탑전 반분좌, 혹은 곽시쌍부 등이 외형적으론 단순해보이고
유식학 같은 것은 복잡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어보이나, 사실은 연꽃을 하나 치켜드는 것이 훨씬 복잡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지도 모른다..

가령 이 세돌의 인터뷰를 보아도 그렇다..
어느 정도 돌이 얽혀가면 갈래를 파악해서 잘 대처할 자신이 있는데
초반에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프로이니까 절반 정도는 겸손이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단순하기로 하면 초반의 운석이 단순해뵈지만, 그러나
중반의 현란함은 드러난 현란함인 것이고
초반의 단순함은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사실은 복잡한, 외형의 단순함인 셈이다..

가령 예를 들면 서로 마주한 소목에선 먼저 걸치는 쪽이 유리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런 것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포석에서도 드러난 복잡함의 범주에 들고
나머지의 경우 대개는 실제로는 작동하지만, 그러나 대개 인지되지 못하는
외형의 단순함과 실제의 복잡함이 공존하는 상황이 아닌가 짐작된다...

봄이 되니 온갖 꽃이 피고 누른 꾀꼬리가 버들에 운다,라는 말은
단순함에 관한 복잡함을 알았다는 환희의 송가인 셈이다.. 사실은 열반이 단순하고, 생사가 복잡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열반을 논하는 동네가 복잡해뵈고, 생사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승기신론 같은 것을 보아도 진여문의 설명은 비교적 단순해뵈고, 생멸문은 디기 복잡해뵌다.. 아마도 그런 것이 복잡해뵈는 것은 당장에 그에게 요긴한 것은 한 두 구절이나 장면인데
글로 대할 때엔 일반론을 알려고 들기 때문일 것이다..
바둑을 둘 때에도 그렇다..
가령 내가 둔 바둑을 놓고, 구체적 상황을 설명하면
내가 복기를 해도 그렇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도 잘 납득이 간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일반화한 것이 바로 이론이고 책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내가 접점이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이론을 접하면, 이론이 단지 이론으로 들린다..
그런데, 이론과 내가 접점이 생기면 그 이론은 이론이 아니고, 매우 고마운 현실의 밝은 설명이다..
마음학에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외형적으로 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결과가 중요한 것 같지만
대개의 경우 그런 상황에 처할 입장들이 못된다.. 그런 경우에는 자신에게 맞는 단 하나의 소박한 구절을 품는 것이 나은 것 같다.. 그러면 그 작은 하나의 맥을 통해서 바둑에는 원리가 있고, 원리를 밝혀나가는 과정에 자신의 바둑이 개선되고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소박한 접근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또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작은 원리들을 넘어서 도대체 바둑판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도대체 그래서 종국에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를 궁금해할 수도 있다..
이런 궁금증은 궁금증을 해결한다든가 그런 흐름에 접어들면 좋은 것이나, 일이 잘 안될 때엔
일상의 흐름이 매우 피곤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결국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 혹은 견문을 토대로
일단은 자신의 상황을 정비하고나서, 차분히 상황을 풀어나가는 인내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준동함령이 불성의 드러남이듯, 한 간 뜀을 가지고, 나머지 모든 바둑적 상황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축소판, 혹은 모델을 말하는 이유는
축소판을 통해서 원리를 깨우치라는 말인데, 대개 우리 인생은 한 판의 바둑을 벗어나 본 경험이 없는 셈이 된다.. 그러니까 대개는 작은 원리가 맥을 말하기 쉬운 편이고, 기본공준 같은 것을 볼 기회가 적다..
아마도 그래서 팔만대장경이 빨래판이라는 농담도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