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에 관한 기사가 계속되고 있다..
일단은 김연아 쪽이 생활의 흐름이 더 안정적이다..
결정타가 될 뻔하였던 오서와의 인연도 일단은 잠잠해졌다..
오서가 연아의 새 프로그램을 공개한 것이 결정타가 된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바둑에서 내가 잘 두는 일보다도 상대의 실수 덕분에 기회를 얻듯이
연아도 그나마 오서의 과도한 집착 덕분에 일단 위기는 넘긴 듯하다..

아사다 마오는 죽을 쑤고 있다.. 최고를 다투던 선수가 12인 중에서 8위라는 것은 아마도 프로가 갑자기 아마추어 수준이 된 듯한 느낌인데..
일차적인 느낌으로는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보여준 기적의 충격이 기본원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지난 흐름을 보면 마오는 김연아 때문에 계속 긴장이 지속되지 않았을까?
현실적으로 지면 수준이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긴장을 해야 하는데
인간 유기체는 지속적 긴장을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연아는 일단 우승을 제대로 하고 점수가 기적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제대로 한 고비를 넘을 수 있었다..
실력도 있겠지만 운도 좋은 편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김연아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상황이 되자 마오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가 설혹 정진을 해서 다음 올림픽에서 우승을 한다고 해도 김연아와 같은 충실한 역사를 이루긴 힘들 것인데, 또한 그를 위해서 투자될 4년의 기간은 아직 멀고, 또한 인생의 황금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스스로 의욕이 불타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김연아도 사실은 마오에 비해서 후발주자인데,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집중해대는 흐름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마오는 성공해도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자기조회라는 말이 있는데, 영어로는 self-reference라고 하고, 대충 말하면, 불교에서 말하는 회광반조에 가까운 말이다. 바둑동네에서 흔히 사용하는 회광반조의 용례는 이것과 상당히 다른 것이다..
반대말은 object-reference인데, 이건 불교적으로 보면 반연이라는 말과 좀 닮았다..
대상에 의지한 것으로서 임제스님 식으로 말하면 수처작주가 안되고
상황에 부침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자기 조회가 중요한 것은 외적인 상황에 무관하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내재적 동력을 확보하는 것으로서 소망의 힘과 좀 닮았다고도 하겠는데
소망이라는 것은 자신의 것이어야 하는 것은, 소망이 타인이나 세상의 영향력으로 성립된 것일 경우
외적인 상황때문에 과도하게 흔들려서 지속적 운영을 힘들게 하는 단점이 있다.. 스스로의 visiion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 바둑으로 치면, 어디까지나 바둑판의 흐름과 전체구도에 따라서 운영을 해나가야지
손따라 두는 식으로 하면 일정 수준을 넘기 힘든 것과 같다고 하겠다..
사까다 9단의 타계소식으로 묘 시리즈가 새삼 거론되는데, 나는 정작 바둑에 인연깊을 시절에는
두번이나 이 시리이즈를 애착했지만, 당시에는 큰 재미는 보지 못하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묘,라는 것을 그 사람의 기재를 반영하는 것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바둑판은 원리가 작동하는 공간이고, 또 게임의 공준 자체도 반집승부라는 핵심개념이 항상 작동하고 있으므로, 형세판단을 하게 되면, 전진해야 하는 장면인지, 아니면 안정을 위주로 할 장면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가 있는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주어진 상황에서 고민을 하다보면 위기가 새로운 길을 낳을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일반적 관점에선 묘,라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어린 시절의 흐름은 아사다 쪽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타고난 천재에
환경조차가 좋았으니, 신발이 안맞고 연습장이 없는 김연아에 비할 바이랴..
그런데 지금까지의 흐름은 김연아는 없는 환경에서 버텨내니 도리어 필요한 환경이 만들어져 온 셈이 되는 것이고, 마오의 경우에는 아마도 점프의 기본을 다소 허술하게 해놓아서 마지막 피치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결정적 순간에 망쳐버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보면, 날마다 기타를 가지고 박자연습을 한다는 송창식 가수의 발언은 정말 귀담아 들을 만하다... 나이가 그만하면 기타를 만진 지가 적어도 40여년은 될텐데, 지금 하는 연습이 기본박자 연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인터뷰를 보면, 누가 노래를 어떻게 한다는 말도 조금 나오는데
정훈희의 노래가 박자와 음정이 유일하게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평생 노래로 살아온 사람이 하는 말이 박자와 음정인 것이다..

아사다 마오의 점프에 관해선 계속 말이 많았다.. 그리고 그의 트리플 액셀을 놓고 김연아도 점프의 난도를 높여야 한다는 말도 나왔었다.. 하지만 연아의 기본전략은 다만 반집승부를 다툴 뿐이었는데
지금까진 성공한 셈이다.. 바둑에서도 흔히 하는 말대로 묘수 세번 두면 바둑 진다더니
아사다는 말많던 점프의 기본을 방치한 채로 묘수를 지향했지만, 지금까지론 실패한 셈이다..
반면 김연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 속에서 개선할 여지가 아직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다지고 다진 결과가, 기적적인 228점의 역사를 이룬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노자와 인연을 맺은 구절도 63장의 위대어기세, 즉 큰 일을 할 때엔 작은 곳에서 하라는 구절이었는데, 정말 옳은 말일 것이다.. 큰 일은 원래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크고 작은 일은 상대개념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보다 큰 일은 작은 구멍에 큰 물건을 넣는 것과 같아서 불가능하다..
인간의 인식은 대개 거칠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고찰할 때엔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정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순도나 품질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흔히 인간들은 모른다..
요즘 속기대국 덕분에 프로바둑에서도 반집을 다툰다는 말이 많이 무색해지지 않았는가?
심지어는 해설을 하는 프로들이 계가를 정확하게 해서 알려주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 시간개념이 추가된 바둑은 이미 이전의 바둑이 아닌 것이다..

스무 살 까지의 승부는 일단 김연아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숭부 혹은 인생은 아직 제대로 시작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 세대의 평균으로 생각해보면, 연아와 마오의 인생은 물리적으로도 겨우 4분의 1 정도가 지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연아가 지금 보여주는 보수적으로 보이는 반면운영은 타당하고 적절해뵌다..
일단 거대한 고비를 넘었으니, 지금 생각해야할 일은 외적인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원하고 지향하는 삶의 방향성이 더, 훨씬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녀의 향후 40년을 결정하는 방향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지, 어려서의 결정이 평생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세상의 일반원리에서 볼 적에 좀 부당한 면이 있다..
어릴 적에는 세상이 무언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이 무언지, 스스로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지 10대 때의 방향성 때문에 나머지 60년의 향배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무지를 토대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매우 부조리해뵌다..
요즘과 같은 풍토라면, 인생의 방향성을 알만한 연령은 대개 마흔 언저리가 아닐까?
아니 대개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 늦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인생의 시기에 적어도 한 두번은 자신이 의도하고 지향하는 방식의 인생을 살아볼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인간세상의 흐름에선 꼭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면, 향후에는 아마도 인생 2모작개념이 보다 보편화되어서 그 가치가 존중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 판세를 알기까지는 사실 상 바둑을 잘 모르던 시절인데
그런 시절의 다소 무의식적인 결정을 근거로, 정신차린 시절의 생활이 계속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부당한 것이다... 과거가 미래를 결정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무명의 생이오
미래가 과거의 의미를 변질되도록 만드는 생이라야 비로소 다소의 의식화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2500년 전에 Confucius라는 학인도 말한 바가 있다..
제대로 된 하루의 생이 미혹되던 평생보다도 더욱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공개된 타인들의 생을 보면서 일반원리를 탐구하기 좋은 시대가 되었음을 자각하는 일도
우리시대의 한 특징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아사다 마오나 김연아의 생의 흐름을 보면서 느끼는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