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나연 선수가 우승을 했다는 기사에 54전 55기라는 표현이 있는데

상당히 위안이 되는 듯하다.. ^^

7전 8기라는 말은 원래 유명했는데

boxer 홍 수환 이래로 한국에선 4전 5기가 더 표준화된 표현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54전 55기,라는 말이 성립한다면, 그만큼 실패의 허용범위가 커지는 셈이다..

사실 실패나 성공이라는 것은 그다지 서둘러 개념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또 그 틀 속에서 다시 구조화된 습성들과 관념들 속에서 살다가 보면

그게 반드시 그런 것인지 확인하기 힘든 많은 경우에

서둘러서 실패와 성공을 판가름하게 된다.. 여기에 우리는 실패의 허용범위가 갖는 장점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하긴 기독성서의 어디에선가에서도 지져스의 표현 속에 일곱 번이 아니라 일곱의 일곱도 용서하라,라는 말을 본 듯도 한데, 54회의 실패라면 도리어 Christ의 허용표현보다도 더 폭이 있는 셈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생활하면서 동일한 계열의 일로 54회의 실패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잘 해봐야 한두번, 그러니까 대개는 홍 수환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여유가 있고

traditional허게 일곱 차례의 실패가 허용되는 정도이면, 정말 굉장하고, 또 굉장한 허용폭인 셈인데

54회의 실패가능성이 주어진다는 것은 그에 비해서 제곱 정도의 폭이니까

이 정도면 거의 모든 일을 성공할 수 있는 허용범위를 얻은 셈이다.. 그러니 어찌 유용하지 않을 것인가?

문제는 우리들 자신의 욕망의 틀이 스스로 단정한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욕구가 두렷하여야 그래야 그 주제에 관련한 자신의 실패가능성의 한계가 설정되고, 따라서

스스로의 상황적 한계와 54회 정도의 실패허용범위가 결합되어서 상당한 집중력이 생겨날 수 있겠지만,

모든 사태를 개별적으로 잘 해야 하는 대외적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오랜 실패가능성은 도리어 두려움의 낱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사실 어떻게 보면, 최 나연의 54회 자빠지기,라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 좀 억지일 수도 있다..

한국선수들이 언제부터 그리도 미국무대에서의 우승이 당연시되어서 우승하나 없으면 tour하기 창피하게나 되었겠는가? 따지고 보면 모두가 박 세리 이후에 형성된 하나의 작은 풍토를 말하는 것일 뿐인데

사실 이전같으면 이제 겨우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입장에서

하나하나의 게임참가에 다만 우승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54회 실패했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호사인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만사라고 하는 것은 결국 자기에게 맞게 써먹기 나름이다..

어떤 맥락에서 생겨났든지, 54회를 실패하던 사람이 그 다음에 한 번 성공하면 그게 바로 전체적 성공으로 귀결되는 이런 사태를 보고 있자면

대부분의 실패라고 하는 것은 마치 보살수행의 53단계와 마찬가지로

성장의 궤적에 불과할 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본다면

세상만사는 다만 개념의 사용게임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데

어쨌거나 사람은 세상에 영향을 받고 살아가기 때문에, 스스로의 개념조작만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에 우리는 다양한 tool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용할 수 있고

이런 면에서 54전 55기라는 것은 정말 무한대의 허용일 수도 있는 작은 희망의 빛으로 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만약 그것이 정말 필요하다면, 54회를 하나의 단위로 54set를 실패하고나서 성공을 하면

그 이전의 모든 실패가 성공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니 말이다... 무한대의 실패를 허용받았으니 이제 안심하고 살아갈 수도 있으리라..

어째 오늘은 좌설우설을 넘어서 좀 진짜로 횡설수설 같기도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