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골프 선수 최나연이 54전 55기를 했다고 해서 인상깊었는데

요 근래에 한국에서 다시 우승을 추가하고나서 하는 말이

이제는 떨리지 않는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지금 한 밤에 더욱 놀라운 기사를 보았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950회를 응시한 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최나연 식으로 말하면

949전 950기이다..

정말 이런 분을 보니 이런 분은 자신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라

매사를 재주로 해결하려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태어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라서, 사람들의 심리가, 특히 어린 사람들일수록

타고난 재주를 동경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심지어는 학교공부도 적게 공부하고 시험성적이 좋은 것을 자랑하는 듯한 풍조도 있는 것 같던데

이 차사순인가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공자의 손자라고 하는 자사,님의 어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중용,은 글의 구조가 조직적이라서 이전에 좋아했었는데, 그 중에서 지금도 인상깊은 장면이

남이 한 번에 하면 나는 백번이라도 하고, 남이 열 번에 하면 나는 천 번이라도 한다,는 구절이었다...

세상에 이런 마음으로 안될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이 구절의 맥락은 또한 우리가 어려서 듣던 내용이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생이지지자도 있고, 학이지지자도 있고, 곤이지지자도 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이 말만 전해져서, 세상에는 천재도 있고 운운하는 소리로 많이 알려진 것으로 나도 알지만

전후의 맥락을 보면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생지지지자도 있고, 학이지지자도 있고, 곤이지지자도 있지만 알고나면 다 똑같다,라는 말이 그 뒤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는 데에는 처음에 인용한 방식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즉

남이 한 번에 하면 나는 백번을 하고, 남이 열번에 하면 나는 천 번에 하는 식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왜냐?

알고나면 똑같으니까.. ^^

아마도 내가 중용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하고 감탄하였던 부분이 여기였을 것이다..

이전이나 요즘이나 특히 사람들한테는 천재성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어서

쉽게 잘 하는 것을 뽐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세상사를 두루 살펴보면

무언가를 잘 하는 사람도, 모든 것을 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상은 어느 정도는 공평한 것이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잘 하는 데에 길든 사람들은, 정작 해내어야 하는 일이 예상 밖의 난관으로 다가올 때에 그것을 극복할 만한 정보가 없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고 정보가 그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이 한 번에 해낼 수 있는 일을 내가 950회에 성공할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차 사순 할머니의 경우는 자사님의 보기보다 더욱 실패의 허용범위가 넓은 셈이다..

남이 한 번에 하면 나는 천 번에 한다,라는 것이 되니까...

한강에 돌 던지기,라는 말은 부지하세월,이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되지만

틀을 잘 갖추고 꾸준히 하면 한강도 반드시 내가 던진 돌로 메꾸어진다.. 그게 바로

저 유명한 우공이산의 고사가 아니겠는가?

열 두 살에 입단한 타고난 바둑천재 이 창호도, 서울 평창동의 밤을 6년 간 날마다 새벽 두 시까지 또각 거렸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이 창호처럼 귀중하다..

騎牛迤邐 欲還家 羌笛 聲聲 送晩霞

一拍一歌 無限意 知音何必 鼓脣牙

기우이리 욕환가 강적 성성 송만하

일박일가 무한의 지음하필 고순아

소를 타고 느릿느릿 집으로 돌아오려니

밝은 피리소리 삐리리 저녁놀에 전하니

두드리고 노래하는 한량없는 저 의미

소리로 안다면 어찌 굳이 입을 놀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