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결산을 대략 적당히 하고서

보양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되었다는 삼계탕집을 들렀다..

제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 곁들여서 부추가 매우 어울리는 궁합이라는 말을 듣고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세상을 떠난 닭의 공헌을 고마와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오랜 만에 온 전화라서 번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번호로 친한 사람이 아니니까..

이러저러한 안부를 교환하고 근황을 교환하면서 한여름 낮의 보신을 다하자

나름 괜찮았다는 느낌이었지만

맛이 어땠느냐는 주인의 캐묻는 어투에는 중언부언하고 싶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말투가 좀 수상해보였을까?

도보여행을 위하여 최근에 개발된 코스를 따라서 동네한바퀴를 단행하려고 가는데

못보던 컴퓨터 가게가 보인다..

노트북도 취급을 하는가 물었더니, 얼마가격부터 어떠저떠한 것도 있다고 슬슬 말이 나오는데

저렴한 것의 가격이 귀를 의심할 지경이라서 되물었더니 중고라고 한다..

이야기를 쭉 들어보았더니 그 중에 괜찮은 것은 디자인이나 성능이 데스크탑을 상회할 지경이고 멋도 있게 생겼다..

배낭에 넣을 만한 것은 없는가 물었더니 그런 크기는 넷북이라는 것이 있는데

노트북에 비하면 사양이 견줄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니 가만 듣기에, 이전에 한때에 사용되던 워드 프로세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생각해보면 타이핑에 숙달되는 데에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꾸준히 해서 흐름을 타는 데에만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전에 타자기 시절에도 시도를 했었고, 워드 프로세서도 구매한 적이 있지만 실용단계에 진입하지 못하였다..

상고해보면, 매사에 그 당장에 궤도에 진입하는 데에도 운때가 맞아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또한 부지하세월이 흐르기도 한다.. 타이밍이 맞는 경우에는 매사에 적응속도가 엄청나지만

난관이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또한 오래고 또 오랜 세월이 흐르기도 한다..

수영도 그랬다..

어려서 바다에서는 그 누가 무어라고 해도 수영을 알 수가 없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대학생이 되었을 적에도 수영장에 가보았었지만

레인의 구분도 없는 곳에서 다만 궁금한 것은 어떻게 하면 숨쉬기를 하는가 라는 물음 뿐이었다..

세월이 다시 흘러서 이제는 대회라도 나가야 할 판이니 반드시 수영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서

말그대로 작심을 하고서 날마다 수영장엘 가서 어떻게 하면 숨쉬기를 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행과 착오를 반복하면서 날마다 수영책을 읽으면서 궁금해했더니

6일 만에 수영에 성공하였었다.. 이럴 경우 도대체 수영을 깨우친 데에 걸린 시간은 6일인가, 아니면 10년인가, 그것도 아니면 30여년이었다는 말인가?

매사에 그 요지를 파악하는 그 자체의 시간소요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그 작은 구조파악이 안되어서 오랜 세월 혹은 영겁의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정말 부조리하기도 하면서

달리 생각하면, 그래서 더욱

무언가를 잘 하는 것보다도, 주제를 선정하는 그 안목이 더욱 중요하다는 어느 주역학자의 말씀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노트북 건을 대략 숙지하고나서

동네도보여행길을 걸었는데

이렇게 시스템적으로 정비되는 데에도 엄연한 시간이 흘렀다..

바닷가 어느 도시의 산책길을 검색하다가 나아가 그 도시 전역의 코스를 익숙하게 되었고

또 그러다보니 향기님 덕분에 제주 올레길 검색도 해보게 되고

그렇게 생각하니 일본에도 한 두개는 있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아닌게 아니라 정말 두어개가 유명한 길이 있었고, 안내서적도 있었다..

그렇게 일본과 한국의 길들을 친숙하고보니, 언제일지 모르지만

저 유명한 성 야고보의 길도 가보게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장기순례의 구상이 되고나서 밤에 생각하니

우리 동네 인근에도 10여 킬로미터의 길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있고, 나도 무관심한 상태에서 누군가와 그 길의 일부를 걸은 기억이 살아났다..

다시 검색을 하니 출발지점은 내가 익히 아는 곳이고, 또 어디에서 어디까지 길이 사용되는지

지도검색을 통해서 길의 윤곽과 거리측정까지 할 수 있었다..

미래가 현재를 가능하게 하는 법

동네에서도 장거리 구상이 되고나자

처음에는 시간날 때에 차타고가서 해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드는 생각은 출발점까지 거리가 얼마야 라고 궁금하였다..

다음 사이트의 거리측정을 해보니, 뜻밖에 도보로 한 시간 이내라는 안내가 나왔다..

다음에선 한시간의 평균도보거리를 4킬로미터로 잡는데

4킬로가 안된다는 것이다..

도보 혹은 순례가 대개 하루에 10 시간 이상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한 시간 정도가 추가되는 것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되고보니 장거리 코스를 왕복하고, 또 출발점까지도 걸어서 왕복하고

갔다 와서는 또 달리 알고 있는 달리기 코스까지 결합하고 해보니, 연결거리로 45킬로미터까지 걸어볼 수 있는 코스가 지척에 있었다...

시고꾸의 오헨로 상이 되는 움직임이 날마다 동네한바퀴와 연결된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는 마치,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니, 떨어질 수 있다면 도가 아니라는 [중용]의 말과도 흡사하리라...

그래서 요 며칠은 원래 산책코스가 늘어난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한 시간 안쪽의 동네도보에도 마음은 즐겁다.. 그 걸음걸음에 피레네 산맥이 함께 하는 것 같다.. 하긴

페레네 산맥과 우리 동네가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삼팔선을 지나고 블라디보스톡을 지나고 러샤 평원을 지나서 유럽대륙이 끝나기까지

어느 한 곳이라도 땅이 없는 곳이 없지 않은가?

다만 인간들이 괜히 금을 그어놓고, 여기부터는 우리 집이니까 오지 말라고 위협과 공갈협박을 해쳐먹고 있을 뿐이다..

8월 말이 올 즈음이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더라도 아직은 더울 것이고

중추절이 오더라도 더위는 여전하겠지...

어제는 제빵왕 김탁구를 보는데, 빵만드는 손으로 피를 묻힐 수는 없다는 대사가 좋았다..

참회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어떤 경계선을 거치면서 단절의식을 거쳐야 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와하는 시인의 감수성을 가지고 소림사의 관문들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순례의 길은 길어질 것이고, 그 어느 시점에는 저 유명한 inception영화도 관람해야 하겠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힘을 내라.. 그대가 바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