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을 하는데, 아이스쇼의 동영상이 있다..

목록을 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것들을 따로 설비해놓았는데

곽민정의 공연을 틀어보았다..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길레라라는 가수의 the voice within이 들려오는데

긴머리를 늘어뜨린 곽민정이 리듬을 잘 타면서 숙녀적인 복식을 하고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올림픽에서 점수가 좋아서 하늘로 치솟을듯이 기뻐하던 귀여운 모습이 생생한데

어느 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사가 서로 연관된다고 하겠지만, 어느 새 김연아는 주최자의 입장 비슷하게 되어있고

소녀적 감성만을 보여주던 곽민정에게도 다른 모습으로 performance를 해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김연아가 우승자로 성장하기까지는 아마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곽민정의 실력이나 성가로는 다른 국가의 아이스쇼에 초청을 받을 입장이 아닌데

한 사람이 환경을 창조해내니, 바로 몇 년 후배가 즉석에서 세상의 모든 프로들과 함께 호흡해볼 기회를 얻는 것이다..

고생을 많이 겪은 세대에선 언제나 요즘 애들은 무어가 귀한 줄을 모른다고들 말해왔겠지만

왜 일이 그렇게 얽히는 지 알 만한 상황이다..

아마도 곽 민정만 해도 지금 상황의 맥락을 알 것이다..

김 연아는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서 피겨를 그만두겠다고 선언까지 했었는데

지금 그 모든 아쉬움은 미래를 위한 보다 충실한 추억으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곽민정은 바로 몇년 뒤인데도 연아 덕분에 세계최고의 교수진과도 만났고, 프로의 무대에서 드레스를 휘날릴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이 갖는 묘함을 곽민정이 인식한다면 정말 잠시간을 줄이면서 분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부자가 3대를 가지 못한다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

이 건희라는 사람은 아들 중에서도 어린 사람이었지만, 그러나 아버지 세대가 토대를 일구어온 맥락을 인식한다.. 그러니 때가 되면,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물론 나도 지금 삼성과 연관해서 들리는 여러가지 부정적 발언들도 듣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맥락은 그게 아니다.. 3대 째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2대  째는 지나친 사소함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확장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도 대개는 많다..

그런데 3대가 되면 초대가 갖는 그 생존본능과 상당한 거리가 생긴다.. 사소한 토대가 약해질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부의 뿌리는 가난일 수 있는데, 3대는 가난을 경험해보기가 상당히 힘든다..

그러니 확장과 경쟁의 과정에 뒤늦게 사소한 일의 중요성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나

그러한 인식이 타이밍이 늦으면 큰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연아키즈들까지는 대개 잘 될 가능성이 있다.. 2세대이니까..

이번에 이 세돌이 복귀한 후의 성적이 좋은 편이다.. 이걸 지금 이 글의 주제와 연관시켜보면 어떨지..

한국바둑의 흐름을 챙겨보면

당장은 조 남철 국수가 당연히 첫 세대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조 훈현 9단은 어디에 속할까?

전반적 분위기로 보면, 조 치훈과 조 훈현까지는 제 1세대의 느낌이 강하다..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1.5세대라고나 할까..

이 창호는 확실히 한 세대는 늦다.. 2세대라고 할 만하다.. 일단 국산이라고 봐야 하니까..

이 세돌과 이 창호는 연령대가 한 세대의 차이는 아니나

세대적으로는 좀 다른 느낌이 있다.. 이 창호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에

이 세돌은 대개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이 창호는 세계최강이었고, 역사적으로 희유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대체로 보아서 이 세돌도 소위 창호키즈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앞선 논리로 보면 이 세돌은 3세대 정도로 말할 수가 있을 것인데, 그렇게 되면

자연히 뿌리에 빈틈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느낌이다..

이 창호만 해도 성장기의 대부분을 어른들과 함께 보냈다.. 아무리 바둑이라는 주제가 있어도 이러저러한 다른 상황들이 있어서 논란이 생길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도리어 그 섬세한 안목이 사계의 모든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할 뿐이었다..

이 세돌의 흐름은 일단은 좋아보인다.. 글을 쓰면서 보니, 이 세돌의 반년 간의 휴직은 그에게 조금 아쉬웠던

소위 3세대적인 어떤 면모를 다소간이라도 채워주었을 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한국바둑은 정말 행운이다..

지금 박정환이나 김 지석들이 새로 나와주고 있지만, 아직 이 세돌, 쿵지에들과 제대로 다투고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인데

그런데, 바둑판은 아마도 바둑이 사라지지 않는 한은 밖으로 확장되어나갈 것이고

그렇다면 여러 측면에선 향후 20년을 함께 해줄 중심축이 필요한데

세대적인 흐름을 볼 적에, 이 창호보다는 이 세돌 쪽이 보다 잘 해주어야 할 맥락이 아닌가?

만약 그런 흐름이 잘 이루어지면, 이 세돌은 다시 세계화시대의 제 1세대로 치환되고

그리되면 다시 그러한 다른 토대에서 새로운 세대로 탄탄한 뿌리를 가지고 계속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잘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