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을 보니까 흥미로운 대화가 하나 눈에 띈다..

세존이 연기법을 설하시고나서

이제 난 할 말 다했다는 투로 끝내니까, 아난다가 하는 말씀이

잘 듣긴 했습니다만, 그다지 깊이가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라니까

석존이 펄쩍 뛰면서, 너는 이전에도 이런 말을 하더니 이번에 또 그러는구나.. 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들어보니

석가모니가 아수라왕일 적에, 달과 해를 손으로 잡아보고 싶어서

몸을 크게 확장했는데, 아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위험하니 너는 안된다고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 허리밖에 안오는데 뭘그래요? 라면서 풍덩 뛰어들었는데, 아무리 발을 놀려도 땅에 발이 안닿아서 무서웠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 아들이 바로 아난다 존자였다는 이야기.. ^^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자로와 공자에 관한 이야기도 연상된다..

자로가 강함이라는 주제를 묻자 공자 말씀이, 남방의 강함이냐 북방의 강함을 말하는 거냐? 라는 식으로 다그치면서 진정한 강함이란 중용이라고 설파하는 장면이 있다.. 왠지 좀 닮았다..

유교가 경세를 주로 하는 것 같으면서도 공자 자신은 심성론을 주로하는 느낌이 이따금 보이는데

여가시간에 한담을 하다가 요즘 심경을 한 번 일러보라고 하니까

다들 시사적인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기라면 어떻게 하겠다 운운하는데

증자의 아버지가 있다가 기타를 끌어 연주하면서 하는 말이 강가에 산책하면서 마음의 재계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공자가 금메달을 수여했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고전에는 저렇게 사제 간의 대화가 기록된 장면들이 있어서 현장감을 가끔 강화해주는데

한국에도 주목시키는 사제관계가 좀 있는 것도 같다..

다석과 씨알 함석헌도 관심가는 관계인데

다석은 나이 쉰에 해혼식을 했다고 해서 유명한 것처럼 진지한 스타일의 구도자였고

함석헌은 상대적으로 활동적이라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이전에 사상계인가에 퀘이커 모임에 참석하느라 세상구경하고 다소 들뜬 느낌으로 인류문명의 장래에 진보적 소망을 피력하던 장면이 이따금 떠오르기도 한다..

씨알 선생에 비해서 다석의 다른 제자분들은 좀 조용한 편인 것 같다..

현재 선생도 평생 공부를 주로 해서 군더더기가 없는 스타일인 것 같고, 또 농대교수를 하던 유달영 선생도 수필가로만 알려질 정도로 조용해뵌다...

다석과 씨알, 또 다른 한 분이 찍은 사진이 이따금 보이는데, 확실히 스타일이 달라보인다..

아난다와의 대화 후에는 마하카샤파와의 대화가 의미롭게 등장하는데

가섭존자는 원래 여래와 만날 때에 이미 나이가 많았다고 알려졌다..

그랬던 양반이 세존 자신이 연로할 무렵이 되니까 이미 상노인이 되었는데

이제 옆에 사람도 좀 두고 편하게 지내시죠.. 그랬더니

제가 여래를 뵙지 않았다면 지금 여전히 행각승이었을 것이고, 그러면 자기 일은 여전히 스스로 하고 있을 게 아닙니까?

덕분에 더 밝은 길을 걷고 있는데, 새삼스레 더 육신의 편안을 돌 볼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석가모니가 하는 말씀이, 당신덕분에 우리의 길이 더 오래가겠습니다.. 고맙소.. 라면서 크게 경하했다는 이야기...

덕성으로 이어진 두 마음 간의 결속이 쭉 이어져서

오늘 날 어느 중추가절의 연휴까지 이어지더라는 것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