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뢰야식설을 음미해보면
우리들의 일상이라는 것에 대한 많은 의문을 낳게 한다..
아뢰야식이란 진망화합식을 말하는데, 흔히 말하는 8식이다..
진이란 진여를 말하고, 망이란 무명을 말하니, 아뢰야식이 말하는 것은 대체로 무명의 지위라고 할 만한데
우리가 익숙한 의식세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12연기론을 보면 무명에서 출발하여 행과 식, 그리고 명색, 육입에 이어서
촉수애취유 등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인간들이 친숙한 것은 바로 애욕과 취사가 아닌가
서수로 세어보면, 전체 그림 중에서 8번과 9번에 익숙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명과 애취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애취가 있기 이전에 촉수가 있었다는 말인데
촉이란 아마도 안이비설신의가 색성향미촉법과 만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 촉의 이면에 육입, 즉 여섯가지 미묘인식기관이 있다고 말하고 있고
그 이전에 명색이 합쳐졌다고 말하고 있다.. 명색은 대체로 영혼과 육체와의 만남으로 해석되는데
그 이전에 다시 재생연결식, 그러니까 아마도 soul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아직 육신을 입기 전이다..
끝내기에서 포석으로 간 것이다..
영혼이 옷을 입은 것이 명색이라고 보면, 영혼의 입장에선 인간으로 태어나거나 말거나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영혼으로 풀이한 이 식,의 이전에도 맹목적인 생의 충동으로 보이는 행,이 있고, 그 이전에 무명이 있다..

무명의 이면에 있는 것은 당연히 명,이니
무명을 문제삼는 입장에서 보면 우상타파가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우상자체가 없다..
대개들 말하는 우상이란 대상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대상이란 12연기에서 보면 대개 촉,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대체로 보아서 주객분리가 발생하는 것은 깊이로 소급해보아도 세번째 항목인 識의 언저리인 것 같다..
그 이전의 行 쯤 되면 아마도 주객미분의 경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개 이쯤에서 일체가 생겨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유식을 보면..

타파할 우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인식이 많이 거칠어졌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물질적 형태를 우상으로 인식한다면 굉장히 거친 상태라는 말이 된다..
봉은사에선 왜 우상타파하러온 기독청년들에게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우상타파라는 명제 자체는 도리어 불교가 강점인데, 다만 사회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지...

무명은 그런데 명을 전제로 하고, 그런 식으로 명과 무명이 뒤섞였다는 것이 바로
아뢰야식의 뜻이다..
그런데 다시 명의 입장에서 보면 무명도 있을 수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성과 상이 서로 다르지 않게 되어서 법성게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사명연이 된다..
이사명연하여 분별을 벗어난 것을 두고 법성게에선 부처와 대보살의 경계라고 노래하면서
그에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해인삼매에 들어서 뜻대로 부사의한 나툼을 이룬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사의한 나툼이 아마도 근년에 들어서 유행하는 소망의 원리가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하는데, 다만 소망 자체로는 문제해결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은
번출여의부사의 이전에 능입해인삼매중,이라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해인삼매에 들라고 하는 것인데, 반대해석을 하면
소망의 원리를 잘 연습하면 해인삼매를 터득할 수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런데 다시 앞으로 가면
해인삼매에 드는 것은 시불보현대인경이고, 그 앞을 보면, 이사명연무분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근본과 작용이 통합된 이사명연이라는 말은
무명을 벗어나서 명을 터득했더니 무명 자체가 없더라는 말이다...
촉수애취유에 익숙하던 사람이 소급을 연습하여 무명을 벗어났더니 모든 것이 명일 뿐이라는 말인데
소망의 원리에는 이사명연이 내포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원하는 나와 이루어주는 나가 분리된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많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소망 속에는 사랑이 들어 있지만, 그러나
일단 속에든 사랑을 깨우쳐야만 비로소 소망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그때에야 비로소 소망도 사랑도 온전해져서,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물론 이때가 되면 일체유심조와 일체유심이 서로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독청년들의 과도한 용기를 탓하기 보다는
살불살조의 메시지를 전할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 모습이 더 눈에 띄는 것 같았지만
그건 또한 나의 눈일 뿐일 것이다..
이런 글을 써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