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과 욕망은 언제나 주어져 있다.
작동하고 있는 소망을 자각하여 의식과 무의식이 사귀게 하는 것이 좋다..
나는 모든 욕망을 허용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욕망을 가리지 않고, 모두 시간의 흐름 속에다가 늘어놓는다..
그렇게 나열된 소망들에 필요한 시간들을 대략 측정하여 촉박하지 않게, 내가 가진 모든 소망들의 그림들을 그려둔다..
이런 전체적 틀을 가지고 있으면, 다가오는 단서들의 의미를 파악하기에 매우 용이하다..
대개 우리는 다가오는 상황이 나의 욕망의 부름인 것을 인식하기 힘드나
평소에 평생의 모든 bucket list가 보다 풍부하게 모두 드러나 있으면
찾아온 상황의 의미를 섬세하게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생활 전체가 의식화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집중력과 자각력을 가지고 활동하기에도 좋다..
타인이나 다른 상황이 개입하더라도, 해결의 실마리는 자신의 마음이나 욕망을 확인하는 것이다.
타인이 나를 괴롭히는 것도 대개 그가 나의 욕망에 의미롭기 때문이다..
전체구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면, 시선을 돌려서 소망에 집중하는 것이 해결의 방법도 되리라..
우리 우주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때에 의미가 있다..
의미가 갖는 존재론적 의미, 그것이 바로 저 유명한 원효의 해골물사건인 것이다..
시간과 욕망과 서원과 단서, 우주의 조력, 그 이면의 사랑, 언어화에 의한 인간의 오류
이 모든 원리들이 얽혀서 작동하는데
전체를 자신의 편의에 따라서만 보는 것이 아마 인간의 기본문제일 것이다..

선종에선 핵심을 잘 전하고 있는 장점이 있으나
그야말로 핵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강조점이 있어서
시기에 맞는 사람이 아닐 경우에는 도리어 어려움을 주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고해보면, 발심자가 드물더라는 선학자의 말씀이 공감이 간다.
생활 속에 빠진 인간들이 마음이 작동하고 있음을, 마음이 의미로움을 자각하기는 힘들다..
말씀에 의하면 태초에 말씀이 있고 마음이 있었는데
우리는 태초에 세상이 있었고,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성년이 되는 일과, 인천 10계를 통한 수양의 부각과
6바라밀의 자각으로 흐름을 타는 일과 마음 그 자체를 직접 다루는 일 등이
한 순간과 한 상황에 모두 공존한다.. 아마도 그래서 복잡해보이는 것이리라..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말을 곱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잘 음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단련의 길이겠지만, 또한 전체의 그림을 알지 못한다면
성과가 도리어 한계로 작동할 것이니, 실제로 자신이 복잡하다면 복잡함을 사랑하는 것이 아마도
단순함을 얻는 좋은 길이 되지 않겠는가?

依他起自性 分別緣所生
     圓成實於彼 常遠離前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