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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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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23회] 6부 깊은 산사의 노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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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골방에서 노인은 말년을 비참하게 보내고 있었다.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오?」 노인이 퉁명스럽게 박 화백에게 물었다. 「학교에 나갑니다.」 박 화백이 적당히 둘러대자 노인이 헷갈리는지 강석중을 쳐다본다. 「난 손 끊은 지가 오래된 사람이오. 학교에서 설마 날 잡으러 온 건 아닐 테고…….」 말을 하며 노인이 손을 펴는데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잘려 있다. 「선배님 그 학교 말고 진짜 학교 나가는 선생님이란 말이오.」 강석중이 박 화백의 신상을 확실하게 밝힌다. 「진짜 선생이 뭐하러 우리 같은 사람을 찾누?」 노인이 박 화백에게 핀잔을 준다. 「어허! 그게 아니시라니까, 말했잖아요. 황판수씨를 꼭 만나야 한다고…….」 강은 노인을 찾아오면서 박 화백이 사 온 술과 안주를 내놓았다. 술을 보더니 노인은 유순해진다. 노인의 황판수에 대한 기억은 의외로 간단했다. 「20년이 넘었을 거야. 사람의 일이 다 그렇지만 못된 짓 하고 살다 보면 말년이 온전치 못해. 내 꼬락서니를 봐. 이게 사람 사는 거라 할 수 있겠어? 황판수도 결국 좋지 못했어…… 벌써 오래 됐구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그 친군 몹쓸 병을 얻었어.」 「무슨 병인데요?」 강이 물었다. 「그땐 그런 일이 흔했어. 백주에 문둥이들이 애들을 잡아먹을 때니까…….」 「나병입니까?」 강이 다시 물었다. 「……소문엔 큰돈을 따먹고 걔들 패거리에 끌려갔다더군. 자세한 사건의 내막은 나도 몰라. 전해 들은 이야기니까…… 동두천 부근 내천리 나환자촌에 있다가 그 이듬해 소록도로 갔다더군…….」 「나환자를 상대로 섯다판을 벌렸다는 겁니까?」 「글쎄 나도 정확히 모른다잖아. 나하고는 인천에서 우연히 만나 마지막으로 진검승부를 했었지. 그게 판수와 나의 마지막 승부였어, 그후 여기저기 떠돌다가 금이빨이란 놈을 어디에선가 만났는데 금이빨 그놈이 그러더군. 판수가 몹쓸 병에 걸려 소록도로 갔다고…….」 금이빨은 강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경기도 이천(利川) 출신으로 두 살 아래인 동생 은이빨과 더불어 그 당시 소문난 형제 노름꾼이었다. 소록도. 박 화백은 입 속으로 가만히 소록도를 불러 보았다. 「내가 세상 누구라도 이거라면(섯다) 자신이 있는데, 그 황판수한테만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 그놈은 눈보다 손이 더 빠른 놈이었거든.」 언어로 표현만 해도 슬픔이 묻어나는 까닭 모를 섬. 「꿩 잡는 게 매라고, 길은 멀고 날은 저무는데 손 빠른 놈한테 걸리면 백약이 무효라네.」 숱한 애환이 서린 사람의 땅 소록도. 「그 친구 만나면 안부나 전해 줘. 저 세상에서 만나자고.」 방과 후 민수는 교무실에 불려 갔다. 담임선생님은 단도직입적이었다. 「돈이 없어 남들 다 하는 보충 수업을 못하겠다. 그 말이냐?」 「예.」 「박민수!」 「예.」 「돈 없는 게 자랑이냐?」 「…….」 「집에 허락을 받아 보충 수업을 받도록 해.」 「형편이 안 됩니다.」 담임선생님은 고함을 버럭 질렀다. 「그럼 학교는 왜 다녀!」 민수가 고등학교 입학하던 해 민수의 집은 어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를 했다. 어촌에서는 더 살 형편이 안 되었고, 무엇보다도 민수가 성장함에 따라 그의 장래를 걱정한 어머니의 노심초사였다. 도시에 나와서도 가계의 빈곤은 여전했다. 어머니는 전에처럼 시장에 나가 일을 했고, 민수는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돌렸다. 그 수입으로 민수의 가정은 어린 동생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연명하다시피 했다. 그 상황에서 민수의 방과 후 보충 수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교무실 앞 복도에서 누군가가 민수를 불러 세웠다. 최원식(崔元識) 미술선생님이었다. 미술시간에 민수의 그림을 유심히 눈여겨보곤 하던 선생님이었다. 「보충 수업은 필요하다.」 「…….」 「넌 내일부터 수업이 끝나면 미술실에서 보충 수업을 받도록 해라.」 최 선생님은 특이한 분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 학생들에게 눈을 감고 명상을 시켰으며, 그림을 그리는 도중이나 수업이 끝나면 자신이 직접 지은 삼행시의 시조를 그 낭랑한 목소리로 곧잘 읊어 주곤 했다. 제자들이 잘못을 저질러 매를 들 때는 항상 분필 묻은 손을 깨끗이 씻고 단정한 자세로 종아리를 후려쳤다. 민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그런 선생님을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미술실에 갔을 때 뜻밖에 최 선생님은 한문 선생님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최 선생님은 민수를 보자, 「박민수, 우선 쓰레기통을 버리고 청소를 해라.」 민수는 미술실을 깨끗하게 정리 정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제부터 그 탁자 위에 놓인 벼루에 먹을 갈아라.」 한 자나 되는 큰 벼루였다. 민수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먹을 갈았다. 미술실은 대나무와 매화를 그린 그림이 온 벽에 걸려 있었다. 분위기가 학교 미술실이라기보다는 최 선생님의 개인 작업실 같았다. 선생님들은 바둑 삼매경에 빠져 희희낙락이다. 바둑은 한문 선생님이 최 선생님에게 여러 점을 놓고 두고 있었다. 중반에 접어들어 변에서 서로 대마가 걸린 수상전이 벌어졌다. 한문 선생님이 백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일선을 젖혔다. 얼핏 보면 젖히는 것이 타당해 보였으나 수읽기 부족이었다. 젖히는 수로는 단순히 내려서서 한 집을 짓고 들어가면 흑이 한 수 빠른 유가무가였다. 초급자인 한문 선생님이 그 수를 볼 리는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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