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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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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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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스님의 편지글을 모은 오직 모를 뿐,이라는 책이 있는데, 오랜 만에 접하고 있다.. 견해가 우리가 되어서 그 자신이 안에 갇힌다는 말이 나오는데, 공감이 갔다.. 견해를 세우면 그 견해에 갇히는 것이다.. 그밖에는 아무 것도 만들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데 조작하지 말라는 말을 서양말로 옮겼다가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것으로 짐작되었다.. 견해가 우리가 되고 감옥이 되니 아무 것도 만들지 말라는 말은 오직 그 순간을 따르라는 말과도 통하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선 즉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아마도 같은 뜻인 것 같다.. 배고프면 밥먹고 목마르면 물마신다고 하는데, 오직 그 순간의 소리를 따른다는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어떤 견해도 상대방도 없이 반전무인에 오직 바둑판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다.. 반전무인은 대개 상대방이 없다는 말로 해석되겠지만, 바둑판의 소리를 따른다면 상대방만 없는 것은 아니다.. 기신론을 보면 마음이 일면 일체법이 생겨나고 마음이 사라지면 일체법도 없다는 말이 유명한데, 이 구절은 능가경에서 인용된 말로서 원효스님의 해골물사건에서도 곧잘 인용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원효는 원효라는 아이콘이 되었고, 함께 가던 의상스님은 예정대로 유학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칠조어론을 보면 촛불중도 세천시어곡, 즉 서천의 서역국으로 만행을 떠났다가 홍안백발의 노인을 만나서, 저기에 있는 것은 여기에도 있다는 구절에, 유리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하는데, 상황논리를 풀면 원효이야기와 좀 닮았다.. 마라나스님은 노래하기를 흐름을 따르면서 성품을 확인한다면 어떤 번뇌도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번뇌라면 그 속에 다양한 것들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한 모든 불만, 혹은 반야심경에서 논하는 두려움 등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조건을 붙여서 가능성을 논할 적에, 대개는 그 조건을 주의깊게 보겠지만,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 가능성이기도 하다. 즉 이래저래 하면 불만이 없을 수 있다면, 어쨌든 불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래저래서 두려움이 없을 수 있다면 어쨌거나 두려움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두려움을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방법을 우선 쳐다보겠지만, 그게 아니라 결론을 먼저 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과를 우선 보면 제시된 방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더 다양한 방편을 볼 가능성도 있다. 가령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거하기에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기에 두려움이 없어서 전도된 몽상을 멀리 여의어서 종내에는 열반, 즉 가능한 모든 번뇌의 적멸에 계합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인과관계로 두려움을 본다면, 그 앞에 나오는 반야바라밀다를 우선 알아야하는 과제가 주어지게 된다. 그런데, 두려움이 없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반야바라밀다라고 잘 알 수 있을까? 말의 논리는 대개 실제논리에 비해서 사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보기에서는 두려움이나 반야바라밀다보다 더 다양한 단서들이 주어져 있다.. 보리살타, 반야바라밀다, 마음에 걸림, 걸림없음, 두려움, 두려움없음, 전도된 몽상, 열반 등등등이 모두 단서가 된다.. 이것들을 너무 순서적으로 접근하면 통로가 좁아진다. 반면 여기에 나오는 8종의 단서 중에서 사람마다 친근한 것이 있을 수 있다.. 마음에 걸림이 있는 사람은 그 걸림이 열반과 연관된 사태라는 하나의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마음의 걸림이 복음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두려움없음을 보편화하는 것이 의미로움을 알 수 있어서 자신의 두려움없음의 경험을 잘 음미하여 그 구조를 천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작업과 탐구가 보리살타가 되는 길임도 이 문맥은 보여주고 있다.. 즉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이라고 씐 유명한 구절은 보리살타와 열반, 반야바라밀다, 심무가애, 공포, 무유공포, 전도몽상, 원리전도몽상 등등의 다양한 사태들의 연관을 보여주는 매우 귀한 맥락해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연관적이기 때문에, 이 중에 단 하나라도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다른 모든 항목과 연을 맺을 수 있다.. 포석에서 끝내기로 가는 길은 흔히 보이지만, 끝내기에서 포석으로 가는 길은 이창호가 나오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견해가 감옥이 된다는 말과 아무 것도 만들지 말라,라는 구절을 연으로 해서 쓴 글이 또 엉뚱하게 흘렀다. 하지만 그 엉뚱함과 즉여가 또한 다소간의 근사치를 가졌을 수도 있으리라고 짐작해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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