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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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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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이 되어서 봉투 하나를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향하였다.. 멀리서 보니 젊은 부인 한 사람이 여기와 저기를 오가면서 여기 넣고 저기 넣으면서 분리수거장을 수놓고 있는데, 걸음이 느긋하다.. 도무지 인생에 할 일이라곤 없다는 투이다.. 내가 도착한 후에도 꾸준히 분리, 또 분리.. 행여나 엉뚱한 곳에다가 엉뚱한 것을 버리지나 않도록 잘 바라보는 것일까? 분리수거를 한다고 하지만, 그다지 세세하게 하긴 힘들다. 왠지 비닐 속에 종이가 좀 섞여 있어도 대강 적당히 버리기 쉽다.. 완전한게 어디에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느긋하고도 아름다운 부인, 혹은 아지매 덕분에 나도 이따금 솟아나는 서둘음을 외면한 채로, 가능하면 구체적이고도 명백한 분리를 더 할 수 있었다.. 내가 내 볼 일을 마칠 때까지 그녀는 계속 작업을 했으니 얼마나 침착한가? 그렇게 침착한 사람과라면 당연히 같은 마을에 살 만하다.. 일이 끝나면서 보니 옆에서 놀던 아이가 그녀의 딸인 모양이다.. 일을 끝내고 이동하는 모녀의 모습에 축복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처럼 서둘기 쉬운 나라에서 보기 드문 침착함을 보여준 젊은 엄마의 느린 걸음은 혹시 자녀의 미래를 위한 시범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대개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볼 때엔 기왕에 알고 있는 일을 더 잘 실천할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부모가 분리수거를 잘 하면 딸도 매사와 만사에 제 자리가 있다는 것을 당연히 인식할 것이며 그런 시범적 교육은 그 집안의 품질을 안정화시키고 생활의 품격을 보증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쓰레기도 제자리가 있다면, 다른 모든 물건들도 제 자리가 있는 것이고 책에도 구성이 있다면, 책을 사용하는 기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검찰도 역할이 있고, 경찰도 제 자리가 있으니, 사리분별에 도움이 된다면 유교의 경전이라고 대학,을 읽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격물을 통한 치지,의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활 속의 설법을 잘 듣고 나는 친숙해진 게임농구를 조금 한 후에 지는 해를 보면서 반대편에 있는 어느 가게에 일을 보러 갔지만, 주인장은 외출 중이라서 한 캔의 식혜를 마시면서 오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잠간의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가게주인은 오지 않아서 다시 반대로 향하여, 리듬감과 몸의 균형, 그리고 집중력 향상에 두루 도움이 되면서도 실력향상을 도모하게 하는 게임농구를 조금 더 하다가 길을 건너서 귀가하려는데, 반대편에서 낯익은 모녀가 길을 건넌다.. 누구지? 하는 의문과 함께 분리수거장의 그 느린 걸음이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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