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대한 첫 기억은 내가 다섯살쯤 되었을때인것 같다.

할아버님은 참 인자한 분이셨는데 바둑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래서 종종 아버님과 바둑을 두시는것을 옆에서 구경하던 기억이 나는데, 바둑에 대해선 잘 몰랐지만 집 세는법은 배워서 알고 있었다.

옆에 무릎꿇고 앉아 구경하다 종반이 가까워 오면 흑집과 백집을 열심히세었던 기억이 난다.  매번 한수씩 두어질때 마다 집수가 달라져 세고 또 세고 수십번씩 집을 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열심히 집을 센 덕분에 후일 회계학을 전공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당시 나는 바둑은  백을 잡은 사람이 먼저 두는것인줄 알았다.  할아버님이 백을 잡고 두시다 점차 아버님의 바둑실력이 쎄지셔서 흑백을 바꿔야하는데도  할아버님께서는 백을 내주기가 싫어 백을 잡고 먼저 두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점 차이가 나면서 부터는 빙긋이 웃으시면서 백돌을 내주셨다.

그다음 기억은 할아버님과 친구분께서 바둑을 자주 두셨는데, 그당시엔 전기불이 자주 나가곤했다.   한번은 또 전기가 나갔다가 십분쯤후 다시 들어왔는데 두 할아버님이 두손을 벌서듯 들고는 손을 꼭 마주잡고 계셨다.

이 우스꽝스런 모습에 어머니와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앞에서는 감히 웃지 못하고 밖으로 급히 나와 데굴데굴 굴렀다.  내기 바둑을 두고 계셨는데 혹시라도 정전중에 바둑알 하나라도 옮길까봐 두분이 손을들고 함께 벌을 서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후엔 중학교때 미국에 오는 바람에 바둑을 둘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또한명의  한국학생이 전학을 왔는데 바둑을 둘줄알았다.  우리둘은 바둑은 두고 싶은데 바둑판과 돌이 없어 모눈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연필로 바둑을 두었다. 모눈종이로 수백판은 두었을 것이다…

모눈종이에 바둑을 두어도 재미가 꿀맛이었고 다좋은데 한가지 문제는 친구의 대마를 잡거나 반대로 내가 잡히면 골치가 아펐다.  지우개로 죽은 말들을 지워야 하는데 종이가 얇아 바둑판이 찢어지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모눈종이를 볼때마다 어렴풋이 그친구의 웃는얼굴이 떠오른다...

그당시엔 기보도 구경하기 힘들어 어쩌다 바둑 총보가 담긴 한국 신문을 얻게되면 거기에 있는 바둑기보를 처음부터 하나씩 놓아보면서 다 외웠던 기억이난다.    생각해보면 3백수 가깝게  빽빽하게 들어찬 바둑총보를 1번 부터 하나씩 찾는것 자체가 하나의 퍼즐이요 게임이었다.

이렇게 평범한 나의 바둑 삶에 한번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이창호란 천재 소년이, 그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머나먼 타국에까지 와서 대국하는것을 볼수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 투 비 꽁띠뉴 - 나도 오로의 모 유명작가 흉내 내서 연속극으로 한번 써봐야지....

오로의 명강사 옥집 교수님은 추천 때려달라고 공갈 협박에 앙탈까장 부리니까 다들 시끄러워서, 아니 귀여워서 추천 한표씩 찍어주던디... 나도 쪽팔리지만 한번 때를 써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