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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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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해3사(보리암.용문사.화방사) 순례길 에서 각 사찰마다 제각각 특이한 느낌을 받았는데 보림암은 너무 잘 알려진 곳이라 짐작은 하였던바가 있지만 남해의 절경을 품고 금산의 기암절벽을 도포처럼 휘두른 품세가 가히 천하명승 이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무질서와 처음으로 휴일 날 찾은 산사의 어수선함에 못내 아쉬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반면에 용문사는 소박하고 편안한 자유를 느꼈고 화방사는 따뜻한 배려와 조용한 산사의 저녁까지 볼 수 있어 안락함도 느끼고 왔다.
▲ 용문사 대웅전
용문사. 호국산 중턱에 자리 잡은 용문사는 신라 (신문왕 3년) 원효대사가 금산에 세웠다는 보광사가 옮겨와 지금의 용문사가 되었다 전하고 임잔왜란때 모두 불타고 여러차례 중건을 거쳐서 숙종 때에 이르러 임란때 승병 활동을 기려 수국사로 지정되어 왕실로부터 보호를 받았다 대웅전은 다포계 팔작 건물인데 그규모가 웅장하며 특히 용머리 장식은 정교하고 사실적이며 생동감이 넘친다. 호국 사찰로 국가의 보호를 받았던 점을 미루어 아마도 장인들의 솜씨로 나라에서 각별한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본다 특별히 용에 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호국의 뜻이 담긴 것이리라 생각하는데 다른 뜻이 있으면 도움 주시길.
운무 가득한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용문사는 남해를 굽어보며 아늑한 골짜기 가장자리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리 크지 않은 절터 뒤로 야생 식물원과 차밭이 펼쳐져 있어 자연스럽고 평화로움이 한층 더했다 식물원과 녹차 밭을 거닐며 산새 소리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신선이 노닐어도 나와 별반 다름이 없으리라 생각하니 호사로움에 몸이 가벼이 떠오르는 듯 했다.
자각 자각 자그락 법당 앞마당에 깔아 논 자갈들을 밟고 걷노라니 세속의 번뇌들이 자그락 거린다. 내 아무리 뒤꿈치를 들어도 님은 나의 어리석은 생각의 소리를 들으시겠지 우리네 세상사 자갈길 거닐듯 소란스러우니 다져지지 않는 상념의 자갈을 깔고 애욕으로 애지중지 가꾸어온 비대한 몸뚱이가 자갈 위를 이개어 디디며 자갈의 소란함만 탓하고 고기 덩이 상할까 노심초사 하누나 내 언제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져 상념의 자갈길을 소리 없이 거닐까나. 오늘도 마음의 자유에 목말라하며 산사 모퉁이를 배회한다.
그리고 이곳 용문사에는 (3천년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의 저자이신 성전스님이 상주하시는 곳이기도 하여 불자인지 팬인지 사람들이 붐볐다 워낙 게을러서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놈이라 이래저래 생소한 책이름은 차지하고 스님을 직접 친견 하였지만 차 한잔할 수 있는 인연은 없었다. 그저 녹차 밭 속을 거닌 것으로 마음을 대신하고 운무 속 남해 바라보다 내려온다. 왠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운이 남는듯한데 오늘까지 몰랐다가 글을 쓰면서 비로소 깨닭는다. 이럴수가....? 산사순례 하면서 처음으로 절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빡빡한 일정으로 정신이 없었다 하여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붐비는 사람들을 피해 주변을 먼저 둘러보기로 한 것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아 ! 중생아 중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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