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붙들고 한번쯤은 방황하며 한숨짓고 절규도 하고 고뇌를 한다
어린날은 서러움으로 반항했고 젊은날은 울분으로 반항했다
세상사 비바람을 맞고 나서는 제법 챙기는 법과 피하는 법을 익혔다
간혹 어설프게 주위에 경험담을 주절 거리기도 하면서.

하지만 이를 악물고 달려 왔는데 한계를 느끼며 주저앉게 되더라
삶의 무게에 짓눌려 무기력증에 빠져 버리고 도피를 생각한다
어디로 가나..? 내가 가면 또 누가 있어 나를 대신하나...?
가는놈이 걱정은 많고 딱히 마음 둔 곳도 없으니 나서지도 못한다

마음을 식힌다고 바둑을 두었다
아침 8시에 앉아서 새벽 4시까지 무려 20시간을 두었다
내 마음대로 잘되는 바둑은 성의껏 집중해서 최선을 다했고 잠시 잊고 있다가
상대가 바둑을 잘두면 대충두어 승리를 헌납했다

바둑이 싫어지면 글쓰기를 펼쳐든다
하지만 글쓰기는 마음 먹으면 되는 일이든가 금새 던져 버리고 대창에서 노닥 거린다
이제 면이 익혀진 사람들이 제법 된다 하지만 기분이 이러니 오래 있지 못한다
또 다시 바둑을 펼치고 망각의 시간을 가지려 몸부림 친다

눈을깔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 가다가 문득 이렇게 무기력증에 빠져 버린다
무엇인가 나를 화나게 하고 화를 낸 내모습이 화가나고 거기서 무너진다
자꾸만 화가나고 부끄럽고 또 화를 낸다 내 어리석음만 채를 걸러 뒤집어 쓰는듯
아무도 아무것도 볼수가 없어 방에만 틀어박혀 두문불출이다

마음은 어린이고 껍데기만 어른이다
나에게 바라는것이 너무나 많다 나의 잘못을 나무라면 도저히 못참는다
그냥 지켜 봐주면 나의 부끄러움은 스스로 털어낸다 그래야만 집중할수 있고
나의 변명은 이렇게 살수 있는것이 보통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환경을 버티는게 평범한가...?
나에게 평범한 환경을 주었는가..?

늘 따라다니는 변명이고 나의 잘못은 그냥 일어날수 있는 바람같은 일이라
잎이 흔들리고 가지가 휜다고 뿌리를 들먹이지 말아 달라는 투정이다
한달을 열심히 달려왔고 어저께 술한잔 했는게 화근이다
이제 체력이 약해져서 소주 두병도 버급다 그래서 다음날 새벽창을 열지 못했다

내가 그래서는 않된다는 것이고 그럴수 있다는 정당함이 잘못이라는데 부딪친다
그럴수 있다고 했으면 내가 그럴수 없다고 했을 것이다
갑자기 모든것이 허탈해지고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증에 빠진다
오기로 앉아 있다가 또 나가서 술을 마셔 버렸다

술한잔으로
시름 달래고

술한잔으로
후회하고

술한잔으로
보내고 잊고

그리고
내가 마신 술잔속의 나

또 바둑을 두러간다 그리고 질것이다
이번엔 제대로 걸렸다 내일도 없고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마음이 무너지면 철저하게 자학한다 그리고 아무도 쳐다보기 싫고
나자신도 그렇게 만든다

포기하면서 적응을 배웠고 낮은 곳에서 인내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포기가 습관처럼 따라 다니고 목숨걸고 지키려 하던것도 쉬 놓아 버린다
모두에게서 떠나고 싶다
이렇게 바둑이나 두다가 몇줄 긁적여보고 그리고 멈추었으면 한다.

이제 그마저도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