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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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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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신수가 성적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이종범의 전성기가 생각난다.. 나는 김재박이 한국화장품에서 활약을 하던 시절 이후엔 야구에 그다지 몰입되는 경험은 적었는데 우연히 이종범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히 찬탄을 했었다.. 유격수로서 그림같은 수비도 그렇지만 투수를 딜레마에 빠뜨린 그 모습이 참 흥미로왔었는데 포볼로 내보내면 뒷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일루에 일단 나가면 언제 도루를 할지 모른다. 그러니 일단 나가면 scoring position에 가버린다. 안타하나면 점수를 주게 되는데, 게다가 또 문제인 것이 대개 도루는 1루에서 2루로 하지만, 이 선수는 2루에서 3루로 가는 경우도 흔했다. 한마디로 골칫덩이인데 그래서 포볼을 줄 수가 없으니 strike로 집어넣으면 안타를 친다. 이건 또 더 문제다.. 공을 제대로 던질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수비를 할 때에도 유격수 쪽으로 가는 볼이 빠지는 법이 없고 심지어는 분명 안타성으로 때렸는데도 신묘하게 몸을 날려서 잡아내고, 또 분명 1루로 던지면 safe타이밍인데, 그걸 또 아웃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였던 것이다.. 바둑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성년이 될 무렵의 이창호가 가장 외경스러운 것으로 기억된다.. 이창호는 끝내기가 워낙 강해서, 중후반에 돌입할 때에 비슷하면 이미 승리를 이,의 것이었다. 그러니 무언가 초반에 득을 보지 않으면 이창호에게서 승리를 뺏아올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또 같은 프로끼리 무리를 해서 헛점이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헛점이 있으면 당장에 표가 잘 안나더라도 중반 쯤에 그 틈이 벌어지기 시작해서 무너지곤 했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는 대책없는 신동.. 모두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세돌의 특성은 좀 다른 곳에 있었다. 대개의 경우 변화를 통해서 득을 얻으면 수습을 하는 모드로 전환하기 쉬운데 마법사로 불리던 시절의 이세돌은 변화로 득을 얻으면 더욱 더 변화를 구했다. 인지상정이 통하지 않는 마법의 세계.. 변화에 더욱 변화를 주는 매지컬한 운용.. 그런 마법은 아직 남은 것인지, 아니면 마법사는 이제 흥미를 잃은 것일까? 바둑의 역사를 보면, 오청원이 가장 유명한 셈이지만 그의 특성은 아마도 현대바둑을 열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십번기 시대만 해도 덤의 개념이 없었다. 그러니까 매 판이 균형을 갖기는 힘들었는데 덤이 없는 시절에 백으로도 곧잘 이기곤 했으니, 무언가 원론이 더 강했던 점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만 해도 바둑의 개념이 도책이 형성한 부분적 효율의 측면이 강하지 않았던가 싶다. 그런데 소위 신포석이라는 것을 제시한 것이 지금 바둑의 효시가 아닌가 싶은데 처음부터 종합적 효율과 균형과 대세관을 중시한다. 덤이 없고, 계산가능한 부분적 효율을 중시하면 발전에 한계가 있기 쉽고 발상이 제한된다.. 오청원은 부분을 전체로 바꾼 사람이지만, 이창호처럼 두렷한 딜레마나 현장의 두려움을 준 것 같지는 않다. 획기적 인물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바둑이 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 점에서 이창호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여겨진다. 전체적 안목을 강조한 것은 오청원의 시대였다. 이창호가 시간을 말했다면 오청원은 공간을 말한 것일 수도 있다. 도책은 원리와 효율개념을 보여주었으니 경제학적으로 보면 아담스미스와 닮은 것도 같다.. 미시경제학이 갖는 위험을 강조한 것은 맑스로 알려지고 있으니 오청원과 닮은 것도 같다.. 시장경제와 정부개입을 통합한 것은 케인즈인데, 이 경우는 바둑과 유비하기가 마땅하지 않다.. 여전히 오청원적이라고 할까.. 생활매니지먼트가 부족해서인지 이창호의 시대가 더 길지 못했지만 마치 인생이 외형적으로는 생에서 죽음으로 가는 듯하지만, 실은 죽음에서 생이 시작한다고 말하듯이, 바둑도 실은 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해준 셈이니, 역시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이창호가 갖는 역사적 의미도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개의 강자들은 딜레마를 부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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