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이 나들이객들을 산으로 들로 불러 모은다

삼삼오오 형형색들의 꽃만큼이나 잔뜩 차려입은 사람들로 붐빈다.

팔공씨는 그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곳이 있었다.

유난히 애정 표현을 하면서도 뭔가 어색한 듯한 두 남녀를 주시하고 있다

벌써 두어 시간을 차에서 지켜보건만 자리를 뜨지 않고 있음에 서서히 지루함에

몸을 비틀고 뼈다귀에 문종이 발라놓은 듯 하다 엉덩이가 아우성이다

화장실도 가야겠고 커피도 떨어졌고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속으로.

“ 재들은 오줌도 안누나. ?

벌써 3번째 추적에 실패한 팔공 씨는 이번에야 말로 한건해야 했다.

요즘 장사도 안 되고 지금 전화비며 각종 세금도 밀렸다

성공하면 따따블. 거금 30만원이 들어온다.

선달이를 추적한지 벌써 3일째. 이놈이 보통이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팔공 씨를

연 타석 알까기를 시켰으니 팔공 씨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실패하면 시간당 일만냥 성공하면 무조건 30만냥이 계약조건이다

자연 팔공씨는 뭔가가 일어나기를 바랐고 밖에서 시간을 되도록 많이 보내야 한다.

일찍 귀가해서도 안 되고 사고를 쳐줘야 한다.

그런데 이놈 선달이가 보통 프로가 아닌 것을 팔공 씨는 인정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강적을 만난 것이 못내 스릴이 있었고 나름 승부욕도 솟구쳤다

무심히 시작했다가 선달이의 내공을 확인 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선달이의 기본기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이다

정석과 행마 그리고 사활에도 나름 정통했고 특히 형세판단이 엄청 빨랐다

그 예를 잠시 들면서 지난 알까기의 원인을 살펴보자면.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유턴을 하는가하면 불현듯 차를 세우고 내려서

담배를 피워 문다. 신호가 떨어졌는데도 욕을 들어가면서 의도적으로

한 신호를 넘기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도로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능청스럽게 되돌라 오는가 하면

거울가게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이런 예들이 팔공 씨가 인정하는 기본기이다

정석(삼국지) 행마(콜롬보) 사활(제임스본드) 그리고 형세판단(CSI)에

두루 섭렵한 선달이가 한편으론 이름 모를 동료애까지 느껴졌다

그래 !! 사나이가 이 정도는 돼야지.

하지만 이미 각자의 목적은 달랐고 수상전은 시작되었으니 필연의 길을

찾아서 최선의 수읽기가 시작 되었을 뿐이다

아저씨.

나른함에 신호등 대기가 길어 깜박 졸았던 팔공 씨가 기겁을 한다.

“ 예 ...? 아 예 예. 가얍죠. 액셀러레이터를 밟다가 또 한 번 기겁한다.

빌어먹을 신호는 떨어지지 않았고 앞에 차는 멈춰  있었다.

다행히 추돌은 없었고 팔공 씨는 괜히 부아가 났다.

“ 아니 왜 그러세요. 손님 ???”

당황스럽기는 손님도 마찬가지였다.

“ 뭐가요 ? 아저씨

“ 불렀잖아요?

“ 그랬죠.

“ 불렀으면 이유가 있어야 할거 아닙니까?

“ 아저씨 졸았어요?

“ ..................!

할 말을 잃은 팔공 씨는 입을 다물었고 차안엔 잠시 적막이 흐른다.

이윽고 다시 팔공 씨를 부르는 여지 손님.

아저씨!

네. 말씀 하세요.

팔공 씨의 대답이 좀 퉁명하다.

하지만 말을 하기로 작정한 듯 여자 손님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묻는다.

아저씨도 애인 있어요?

뜬금없는 소리에 의아해진 팔공 씨는 룸 밀러로 손님을 바라볼 뿐이었다.

없다면 우리 애인 하자는 표정은 아니고. 있고 없고 대답도 그렇고.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니 여자 손님이 또 한숨을 길게 내쉬며

“제가 쓸데없는 소릴 했군요.

하면서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팔공 씨는 왠지 진지한 모습에 아까의

무안해 기분상한 것을 지우고 한마디 던진다.

“애인이야 있으면 좋겠죠. 가정에 지장이 없으면.

우리야 형편이 언감생심이고 돈 많고 명 짧은 과부 만나면 그게 로또지만.

설렁한 유머로 분위기를 슬쩍 비틀어 보았다

우스게 소리가 통했는지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 남자들은 다 그런가요?

“ 무슨 ?

이어지는 얘기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정황을 잡을 수

없으니 좋은 방법 없겠냐는 것이다

그러다 말겠지요. 남자들은 원래가 그런 속성이 있으니 한번 눈감아 주라고

권했으나  사태가 심각하고 친구에게 들어서 택시기사와 미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젊은 사람은 부담스럽고 그래서 팔공 씨를 찜(?)했단다

팔공 씨는 속으로

(음. 미인에 안목도 있는 사람인데 그 양반 얼마나 좋은 여자를 만났을까?)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계약조건이 좋았다.

무조건 출발부터 시간당 일만냥에 귀가 시간에 종료되며 결정적인 제보는

일금 30만냥을 별도로 지불 한다는 조건이다

당시는 모토로라 솥뚜껑 전화기를 들고 다닐 때라 지금처럼 첨단 장비가

없을 때다 자연 전화기 하나가 최첨단 장비인 셈이었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팔공 씨가 선택된 것이다.

그런데 세 번 씩이나 놓쳐 버렸으니 은근히 자존심도 상했다

하지만 너무 약아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포기하려 했으나 부인은 추가경비 부담을

하겠다면 한번만 더해달라고 간곡히 부탁 하는 바람에 후배 둘을 동원하여

오토바이와 지나는 사람으로 번갈아 동정을 살피게 했다

추격도 번갈아 가면서 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작전(?)에 임했다

드됴...! 움직인다.

팔공산은 팔공 씨가 손바닥만 펴면 주루룩 펼쳐진다. 사이길 하나까지.

어지간한 모텔 레스토랑은 뒷문까지 알고 있을 정도며 그 속내까지 훤하다

예상대로(?) 모텔이  즐비한 비탈길을 오른다.

그 길은 막다른 길이고 이제는 부인을 부르면 되는가 생각하니 저녁만찬부터

떠올라 회심의 미소까지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