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전상서

세상의 첫소리를 당신 목소리로 시작했소

나 혼자 자죽 걸음 뗄때 부터는 늘 노심초사 했더랬소

당신의 소망은 무엇을 담아도 변치않는 질그릇에 정성 가득 담아서

이 몸 안녕 빌어 주었소.

누워서 할매를 알아보고 방긋 거리며 잼잼 할때는

온종일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쫑쫑 거리며 마당을 돌아 다닐때는 나 따라 다니느라

모심기도 못했다 했소

첫닭소리도 경망타 새벽 일찍 일어나 빌고 또 빌어주신 고운 손

세월에 못 이겨 말가죽처럼 거칠어졌구려.

이마에 패인주름 물이라도 한바가지 고이겠소. 누가 그랬소.

맞소. 내가 그랬소.

지금껏 밥상을 받아놓고 그냥 드신 적 없었소

니는 밥뭇나 ? 같이 묵자.

맞소. 여태 나는 할매덕에 밥 굶지 않고 살아왔소.

신세 많이 졌소.

이제와 그 공덕 갚는다고 108사찰 108배를 발원 하였소

할매 가실 적에 넣어드려 이몸 절하는것 보고 적적하지 마시라고 그랬소.

하지만 이마저도 할매 핑계로 결국은 이 몸이 호사하고 있으니

또 신세지게 되었소.

시작은 하였지만 사실 나를 믿지 않았소.

당신을 향한 마음은 변함없지만 삶을 이길 자신이 없었소.

하지만 어언 86회를 마치고 낼 모레는 장안사와 용궁사를 다녀오려 하오

용궁사는 할매를 마지막 보내는 곳으로 점지 해두었던 곳이요

내가 죽거든 밥에다 이겨 산에다 뿌려다오 하셨더랬소.

하지만 나는 아니오. 나는 가시면 3년을 모셨다가 저 넓은 바다로

보내드리려 하오 그래서 용궁사는 꼭 다녀오리라 했소.

내 그곳에서 좋은자리 보고 오리다

근데 할매 있잖소.

얼마전에 누군가가 나보고 거짓된 글로 부모 욕보이지 말고 먼저 인간이 되라고 하더이다.

중풍 25년에 치매10년 백수를 지키고도 배은망덕한 호로새끼라 들었소.

내가 뭐랬겠소. 맞소. 그냥 웃었소.

당연한일 가지고 주둥이 나불거렸으니 엄청난 일을 하신분이 가만있을 수 있었겠소

하지만 말이요 티끌 같은 일일지라도 나를 미워하는 건 차지하고 부모를 들먹이니

정말 용서하기 힘들었소. 그래서 어쨌는지 아시오.

맞소. 그냥 입을 다물었소.

지금도 따라 다니면서 고추먹은 소릴 하지만 앞으로도 그리 하겠소

내 스스로에게 정직하면 되지 보여줄게 뭐 있겠소. 늘 할매가 사신대로 살겠소.

그런데 말이요

요즘 내가 가소. 가소 자는잠에 가소 하는 노래를 하는데 섭섭하지 않소.

이 호로 외손주 놈이 원망스럽지는 않소. 뭐라고라 내마음 안다고라.

고맙소. 정말 고맙소.

사실 말이요

어무이도 인자 나이가 칠순이 넘었소. 내가 못하는 잔 수발은 어무이가 다했잖소.

인자는 허리도 많이 굽었고 기력도 예전 같지 않소 다음차례 아니겠소.

백수약속 지킬테니 부디 내년 가을에 생신 챙겨 드시고 좋은날 택해 자는 잠에 가소

할매

오늘은 날씨가 이상타 누가 고추가루 뿌렸나 눈이 맵고 코가 막히네.

안되겠소. 그만해야겠소.

내 용궁사 법당에 엎드려 나머지 말 다하겠소. 훗날 와서 들어보소.

2009年 음력 6月 보름날

호로손주 배상

몇 번을 망설이다 글을 올립니다. 어머님이 안 계셔 제가 진지상 챙겨 드리다

말귀는 못 알아들어도 나만 보면 함박웃음 지으시는 울 할머니를 바라보다

울컥하여 편지 한줄 올렸습니다.

궁상 떨었는것 같아 안올리려 했는데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