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선수들이 출국하는 모습을 보는데, 셋이서 어울려가는 것이 좋아보인다.

지난 번에 곽민정도 함께 했지만, 당시만 해도 연아가 지금보다 어렸었고, 따라서 곽민정과 함께 가는 모습이 그다지 강하게 부각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엔 후배들과 연령차도 나고, 연아의 나이도 상당해졌다. 그래서인지 구성이 조금 더 그럴 듯해보였다.

오서와 안무가 등,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던 지난 번에 비하면 한결 정서적으로 좋을 것이다.

아마도 오서와 결별의 장면이 매끄럽지 못했던 데에는 긴 시간 동안에 해소되지 못했던 어떤 거리감이나 이질감 같은 것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연아선수라면 조금더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나

세상물정에 덜 익숙한 스무살 아가씨와 그 어머니에게 더 이상을 바라긴 힘들었을 것이다.

이상화가 안정적으로 정진하는 데에도 두 친구가 큰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승훈 등의 입장에서 보아도, 단순히 남자들만 어울려 있는 것보단 무언가 대비적인 역할을 이상화가 해주었을 수 있다. 대칭구조라는 것이 묘한 비대칭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세상이 한편의 남가일몽이라고 하더라도 어제 장면을 보고 있으니

어떤 일이든 세계챔피언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피노자처럼 안경점을 운영하면서 살 수도 있지만, 사실 금메달 하나를 따고 안따는 게 도와 덕이라는 관점에서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러니 이따금은 그럴 듯하고 달콤한 꿈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하긴  그런 것은 이미 상관없어진 경우의 일이고, 대개의 인간마음으로는, 욕심의 범주를 벗기 힘들기도 해보인다..

인상깊게 기억되는 장면 중 하나가, 현대 한국의 한 고승을 어느 젊은 수행자가 만났는데

젊은 사람이 말하길, 세간과 출세간을 모두 성공하겠다고 했더니, 그 고승이 하는 말씀이

괜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는 회고담이었다.. 그 수행자가 회고를 한 것은 중년이 되어서였는데, 아마도 그도 세월이 흘러서 중년까지 인간세를 겪고보니 젊은 사람들의 객기들이 대부분 어리석음의 표출일 뿐이라고 절실히 느끼는 분위기었다..

세간을 철학화하겠다고 공언하던 유망주가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생각해보면, 그 역시 발심이 견고하지 못했었던 듯도 하다..

입전수수라는 멋진 그림이 있긴 하지만, 나도 이따금 장자에 나오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장자의 앞을 보면, 요임금이 선양을 하려고 사람을 찾아나섰다..

허유라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길 해보니, 요리사가 하는 음식이 마음에 안든다고 내가 나서긴 힘들지 않냐고 거부하면서 귀를 씼었다고 하는데, 귀를 씼었다는 말은 조금 뉘앙스가 있다.

공자말씀에도 이순이라고, 바람소리처럼 들으면 될텐데, 무언가 걸리는 게 있으니, 귀를 씼게 되지 않겠는가? 그에 비하면 그 다음에 찾은 사람은 조금 달랐다고 한다..

그 다음 사람을 요임금이 만났더니, 자신이 왜 거길 갔었던지 잊어버리고, 거기에 그냥 머물러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결국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는 이야기...

친구 이야길 하다가 어디선가에서 옆길로 샜다.. 나도 아마 막고야의 신인을 만난 모양이다.

원래 붕,은 멀리서 온다고 했는데

김연아의 붕들도 등장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오도 어느 정도 붕,의 역할을 해준 셈이고, 곽민정도 조금 그런 역할을 해준 셈인데

이번에 두 후배들과 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 더 갖추어진 듯하다.. 일곱 살 소녀가 제대로된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엔 대략 17년이 걸리는 것이다. 이상화 등과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친구들이라고 했지만, 이번에 보니 보다 견고한 우정을 느끼게 된다. 동락으로만 동지가 되진 않는다. 동고과 동락을 통해서, 인간들이 대개 비슷한 상황구조를 통해서 살아가고 있음을, 그래서 생의 보편성을 알게 될 때까지 함께 하는 길벗, 그래서 아마도 유붕은 자원방래라고 했을지..

장자도 말했었다. 만년이 지나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학하고 습하면서 인부지이불온하는 군자들에겐 만년이 걸려야 비로소 유붕하여

자원방래한다고 하니, 우선은 자신을 벗삼는 연습이 급선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