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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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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고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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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자퇴를 하고 친구들과 학교를 직접 세운다는 기사가 나와서 읽어보았다.. 자신의 틀에서 할 수 있는 사유와 실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박진영이 처음 유명해질 때에 너무 나댄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의 경우엔 시간이 지나면 경험이 쌓일 것이므로 스무 살 시절에 지멋대로 사는게 좋지 않으냐고 했었는데, 요즘 심사위원으로 테레비에 나와서 말하는 안목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내가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교생이 자퇴를 하는 것은 그보다 더 시기적으로 앞선 일인데, 과연 어떻게 될지... 하지만 친구도 있어보이고, 부모도 있어보이니 나름대로 경험과 안목을 갖추어가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유럽에서 대학이 생길 무렵에 두 방식이 있었다고 들었다.. 하나는 학생중심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자중심이라고 했는데 지금 고교자퇴생이 추진하는 학교의 경우 대체로 학생중심의 대학을 차리는 셈이다.. 대학이 생기던 서양중세의 후반 무렵엔 일반학교의 시스템이 지금하고 달랐으니 저 정도의 개념이면 역사적으로 생긴 대학개념에 가까울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또한 이전에 없던 사이버정보처리의 방식 등이 공존하는 시대이니 그런 기술적 접근과 또한 참여자들의 자발성이 결합되면 나름의 새 질서가 탄생할 수도 있다.. 어제 밤에는 2am이라는 노래패가 테레비에 나와서 경험담을 말하고 질문도 던지고 했는데 임슬옹의 질문이 기억난다.. 잘사는 방법을 물었는데 자신이 생활영역에서 선배입장이 되었는데, 후배들이 묻기를, 어떻게 해야 되느냐 혹은 지금 제가 잘하고 있어요? 라고 물어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답을 하긴 하는데, 그 후배들 덕분에 자신도 그 질문을 자꾸 반복하게 되는 셈이었다.. 말하자면 그들이 경험담에서 말한 것과 같은 경험과 안목이 생겨났지만 그러나 아직 대세관이 안착된 상태는 아니다.. 바둑을 둘 때에 맥도 알고 정석도 좀 알고, 사활도 어느 정도 친숙해졌지만 그러나 형세판단이라는 개념이 안착되지 않으면 하루살이와 비슷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이창호의 역사적 의미에 착안하게 된 이유도 그가 끝내기를 부각시킴으로써 바둑의 구조성과 핵심개념을 드러내어주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해야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으면 모든 바둑은 불안의 기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슬옹이 나에게 물으면 나는 어떻게 답해줄 것인가? 나라면 우선 몸관리를 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권해주고 싶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결국에는 답을 얻게 된다. 하지만, 몸을 보존하지 못하면 중간에 고난을 견디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이빨관리는 어리고 젊어서 소중한 줄을 모르기 때문에 미리 설명을 해주고 싶었다.. 이빨은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수십년 간에 걸쳐서 말썽의 소지가 되므로 틈날 적에 아래위의 이빨을 가볍게 부딪히는 고치,라는 역사적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어리고 젊을 적에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지금 바란다.. 표준체중을 중심으로 몸을 보존하고 이빨을 보존할 수 있으면 그 사이의 수십년간에 걸쳐서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만약에 저러한 우선적 대화를 통해서 소통이 있다면, 그 후엔 어느 정도 직접적 대응이 될 수 있는 답도 해주고 싶었다.. 불교이론을 접하던 시기에 생긴 의문 중 하나가 왜 고통을 성스러운 진리라고 부르는 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고통은 고통스러운 것인데, 왜 sacred하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제 세월은 오래 흘렀는데, 책에서와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이제는 일리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고통이 성스럽다기 보단, 고통을 경험할 때에 그 고통이 가지는 보편성을 자각하면 고통이 성스러울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원성과 분리가 있으면 고통이 불가피한 것이다.. 즉 우리가 인생이라고 여기는 범주에선 고통을 피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이것은 정말 의미로울 수 있다고 여겨진다.. 노자의 2장을 보면 다양한 양태의 이원성을 거론하면서 모든 대립이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잘 그리고 있다.. 그래서 성인은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산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것도 노자가 말하는 고성제이다.. 신심명에서는 단막증애하라고 하고, 혜능스님도 모든 상대성을 타파하는 것이 설법의 기본원리라고 전법session에서 말하고 있는데, 이것도 고성제의 원리라고 슬옹에게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금강경에서 머물지 말라고 하는데, 머물면 이원성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모두가 같은 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먹고살기 바쁜 임슬옹들에게 이런 직접적 대응을 하긴 힘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 표준체중을 중심으로 몸관리를 잘 하고, 이따금 이빨을 부드럽게 부딪혀서 치근을 튼튼하게 해놓은 후에, 이미 네가 알고 겪은 경험을 잘 살려서 손숙 배우가 알려주시는 것처럼 당장의 일들을 잘 해나가면, 세월과 더불어서 아마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대략 그런 윤곽을 말해주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와 산다는 게 도대체무엇인가 라는것은 조금 다른 면도 있을 것이다.. 대개 일정 수준 이상의 바둑꾼들이라면 바둑을 둘 줄은 알 것이다.. 하지만 바둑은 집을 다투는 게임이라는 핵심개념은 그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잘 사는 방법을 물었던 임슬옹들이 세월이 흘러서 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알더라도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라고 직접 묻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런대로 살만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고통은 정말 성스러운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고통이 주어지면 왜 이런 일이 생겨날까? 라고 묻게 되고, 그 질문이 누적되면 해결책이 없을까 라고 물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젊은 친구들이 해주는 경험담도 다 좋은 것들이었다.. 8년 간을 연습생으로 살았다는 조권의 그 난감함이나 두번 탈락한 후에 집중력과 성실함의 필요를 알았다는 진운, 또 빛을 좇는 그림자로서의 책략을 통해서 생존의 기술을 터득한 임슬옹, 다복하게 살다가 갑자기 곤경에 처해서 오래 시달렸다는 창민 등의 경험담들은 모두가 인생이라는 이름의 바둑책에 실릴 만한 경험담들로서, 아마도, 그들 자신이 지금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욱 깊은 맥락들이 있을 수 있는, 청춘의 빛나는 뿌리처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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