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에 중용 23장이 나왔길래 기사를 읽어보았다.

원문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확인해보니

유명한 치곡에 관한 내용이었다. 곡진하고 자세하게 필요한 일을 살피면

그것이 성과로 나타나게 된다는 심리와 물형의 흐름을 보이는 내용으로 유명하다..

其次 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 爲能化.

그 다음은 자세한 것이니

애정을 기울이다보면 정성이라는 것의 맛을 알게 된다.

성실함이 있게 되면 형태로 드러나고 드러나면 밝다.

그리고 밝으면 작용을 일으키게 되고 그러면 변화를 이루게 된다.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함이라야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곡진함- 성- 형- 저- 명- 동- 동- 변- 화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잘 써놓았다.

대개 고전들이 사랑을 받는 이유가 이처럼 과정이 상세하고 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원론적인 통합성을 추구하다가 보니, 외형의 현실에서 대포를 못만들어서

외적에게 당하게 된 맥락도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실은

고전의 저자들의 입장에서보면 다만 자신들의 인생에 헌신했을 뿐이다.

그런데 중용의 이 치곡장과 비슷한 내용이 주역의 계사전에도 유명한 말이 하나 있다.

곡성만물이 불유,라는 구절인데

만물을 하나하나 이루어서 조금도 빠뜨림이 없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곡성만물이 불유,라는 구절의 주어가 무엇인가 하면

대략적으로 기억에, 易이 주어었던 것 같다.. 변화원리자체가 일체를 포섭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마도 여기에서 말하는 역,이란 단순히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불역, 즉 변화의 바탕의 의미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역경의 계사전은 상당히 독립적으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 인상깊게 남은 구절이 있다..

우리가 흔히 궁즉통,이라는 구절을 알고 있는데, 계사전을 읽어보면

궁하면 통한다는 논리가 바로 연결되어 있지가 않았다..

궁하면 변화가 생겨나고 변하면 통한다,는 식으로 과정적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추명학이라고 운세를 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교과서 중에 공통보감,이라는 책이 있는데, 아마도 이 궁즉통의 맥락에서 따온 이름일 것이다..

궁즉통이라고 말하는 것과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지금 이 논리는

곤궁함에 처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대개 우리는 곤궁함에 처하면 서둘러서 벗어나려고 하기 쉽지만, 그게 어려울 때엔 서두르다가 도리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에 이런 구절을 알고 있으면 엄청난 힘이 된다.

곤궁함에 처한 사람은 곤궁함에 처한 자신에게 집중하여 에너지를 비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렇게 내부적으로 축적된 에너지가 변화를 일으켜서

외형적으로 가시화되는 데에 힘이 될 수 있다.

앞에 쓴 중용의 논리에도 그런 점이 좀 드러나지 않는가?

그래서 궁하면 변한다는 과정을 둔 것이다.

바로 통하려고 하면 힘들어서 사고가 나기 쉽다..

궁할 때엔 궁한 나에게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게 궁함에 힘을 실으면, 미묘한 변,이 발생하고, 그 변,이 가시화되는 것을

化라고 한다. 이 변,과 화,를 합쳐서 우리가 사용하는 변화,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인데

실은 이는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변,을 거쳐서 화,가 탄생한다는 논리를 안에 품고 있다..

포석을 망친 사람이 서둘러서 형세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은 얼마나 욕심사나운가?

한번 망쳤으면 그만큼 댓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곤궁한 자신에게 인내하고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

그렇게 궁하고 궁하고 또 궁한 과정이 바로 변,을 낳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미묘한 변,과 변,과 변,이 거듭되면

종내에 화,수준의 transformation이 생겨나고 그것이 바로

통,함이라는 현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즉, 궁즉변, 변즉통,으로서 합하면 궁즉통, 이 되는 것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와하는 그런 민감함을 가지고

참고 참고 또 참고 한번 더 참으면 마침내

참을 만한 때가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궁이 변하여 통으로 화할 날도 이미 지척에 있을 것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보았던 서양학자 니이체의 격언처럼

하늘로 오르고자 한다면, 그 나무의 뿌리를 깊고 깊게 내리고 또 내려야 한다고 여겨진다..

당장의 욕심만을 위해서

배의 조절수를 다 빼버리고 화물을 잔뜩 실어서 생사람을 죽이는

등신같은 새대가리들의 인생을 사는 데에 스물 세번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