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케이팝스타를 보니 심사원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박진영의 경우 쉬운 말로 해서 실력이 있는 것 같다..

양현석은 흔히 말하는 실력은 아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안다.. 그건 대개 말하는 학습으로 통한 것은 아니다. 비교해서 말하자면 박진영과 양현석이 궁합이 좀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유희열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살 수 있는지 아는 것 같다. 죽이는 쪽의 습관이 없는 것 같다. 활인검이라고나 할까..

박진영은 지향성이 강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를 구하는 것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구한다. 그게 쉽지 않다. 이미 아는 것 같은데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 타인을 볼 때에도 그런 측면을 찾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에게도 옆의 두 친구와 같은 면이 물론 있다. 그러나 마음의 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런 측면이 투영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랬다..

양현석은 타고난 덕 같은 것으로 흐르는 것 같다.. 지성이 그다지 작동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 흔히 말하는 천재와는 좀 다른데.. 묘한 덕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인생에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생래적으로 아는 듯한 느낌이 좀 있는 것 같다.

유희열은 사람이 착해빠진 것 같다.. 오늘 청춘 듀엣이 노래했듯이 세상에서 카멜레온처럼 살 필요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 위악을 익혔지만, 그러나 타고난 천성을 어찌 할 수가 없어서

언제나 사람이 살 수 있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서 항상 그곳을 건드려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 매의 눈이 없다면, 험한 세상의 풍파를 무엇으로 막아가면서 그 선량한 활인검을 발휘하면서 살 수 있겠는가?

눈치라는 말은 유희열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무대에 오른 참가자가 어떻게 해야 좌절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잘도 알아서 항상 짚어준다.. 분야에도 알고, 세상도 알아야 가능한 성년의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바둑으로 치면 유단자의 품격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눈치가 있으려면 대세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분적 변화나 낌새가 잘 느껴진다. 소리가 서쪽에서 들리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은 동쪽에 있다는 것을 알려면, 흐름을 알아야 한다..

어제 밤에는 테레비를 보는데, 아빠와 함께 사는 딸이 새엄마에게 구타를 당한 것을 알고 이혼한 부인이 전남편에게 화내는 모습이 있었다. 당신은 원래 그렇다고.. 자기와 살때에도 괜찮다고 하면 그냥 괜찮은 줄 알았지 않냐고.. 화를 내고 있었다..

정말 문학적이었다..

그럼 괜찮다고 하지 무어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안괜찮았고, 또 안괜찮았고, 또 안괜찮았다가, 그게 쌓이니, 결국 손도 못써보고 바둑을 지고 말았던 것이다..

소년 이창호의 기묘함은 그 기술에 있었다기 보다는

그 작은 일들이 한판에서 의미롭다는 것을 생래적으로 아는 그 인지능력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인간들이란 대개 욕심쟁이기 때문에, 이기는 데에 눈이 어두우면

당장 돈이 안될 그런 반집, 한집, 두집짜리의 차이를 돌볼 겨를이 없다..

그런 것은 대개의 경우 서봉수처럼 조훈현에게 당하고 또 당하고 그리고 한번 더 당하면서 대개 인간들은 배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데아로서의 이창호는 그렇지 않았다. 서봉수가 이창호를 처음 만날 무렵에

이미 소년은 그런 것을 알고 있었고, 그리고 진로배 9연승의 신화를 달성해본 서봉수는 정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토를 늘리는 요인과, 태평성대를 지속하는 요인은 서로 다르다..

레닌의 혁명은 당대의 짜르체제를 무너뜨렸지만, 100년을 가지 못하였고, 대개 역사라는 이름으로 소란을 떤 인물들도 어찌보면, 하나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노자가 63장을 쓰기 위해선 이미, 무명은 천지의 근원이 되고, 만물은 다만 이름의 세계라는 근본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큰 일은 그 작은 곳에서 하라는 그 묘한 안목, 지극한 눈치가 어찌 탄생했겠는가?

쓰다가 보니 뭘 썼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