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라는 사상가가 바둑을 거론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바둑과 장기,를 대비하고 있는데, 문맥으로 보아서 장기도 서양장기가 아니고 동양식 장기처럼 보였다.

국가주의와 유목주의를 대비하는 장면인데, 아마도 바둑을 유목주의의 사례로 드는 듯했다.

장기에 비해서 정해진 코드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일 것이다.

근자에 이세돌 9단이 신진기사들의 창의성 문제를 거론하곤 하는데, 조금 연관된 발상처럼 보였다. 바둑은 원래 빈 공간과 여백에 장점이 있는 것인데, 분야적 연구를 학습해서 단시간 안에 성과를 내는 쪽으로 치중하게 되면 제한시간이 적을수록 바둑은 유목론보단 국가주의적인 게임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릴 수있다.

우리동네 도서관에 보니 이세돌의 판을 엎어라,라는 책이 있던데, 아마도 비슷한 취지의 제목일 것이다. 엎어지지 않을까 조심하는 것으론 허공을 나툴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게다가 시간마저 짧게 되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시도의 기회는 날로 줄고 그 사이에 어린 기사는 젊어지고, 할일도 늘어나게 되고, 그리고 또 할일이 생기고, 상황이 애매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노마디즘이라고 이 책의 강의록이 있는데, 그 제목이 이제보니 본책의 12장에서 따온 것이었다.

확실히 바둑은 새로운 시기에 접어든 것이 맞는 것 같다.

19로가 아직 좁다곤 할 수 없지만, 부분연구가 아마도 전문적인 입장에선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니, 상대적으로 컨디션조절이나, 체력, 제한시간 등의 외생변수가 내재화된 지가 이제 꽤 된다. 그렇다고 19로를 줄일 수 없으니, 당분간은 이대로 가야 하겠지만

상황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엔 이런 일반론을 참고해서 고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천개의 고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바둑은 다만 하나의 고원일 뿐이므로 바둑을 바둑이라는 틀에서만 사유하게 되면, 연관성의 고찰이라는 측면에서 들뢰즈용어로 리좀적인 특성이 강한 바둑의 특성을 스스로 무화하게 될 것 같다.. 바둑을 업으로 하는 분들 중에서 관심가는 분들이 읽어보면, 보편적 구도의 입장에서 본 바둑을 사유함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맹자도 천하는 일치일란이라는 말을 남겼지만, 대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적절히 구사되는 경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대체로 유목주의는 낭만주의의 진화된 형태이고, 국가주의는 고전주의의 한 변용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결국 유무가 상생한다는 말과도 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