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철학과 학생이 자퇴선언을 한 것을 보았다.

그의 미래가 불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런 영혼의 용기가 있다면 그 자체로 생의 한 성취를 이룬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저런 사람은 타인들을 죽도록 하고 자신은 침몰하는 배에서 몰래 빠져나오지 않는다. 지들이 친환경으로 배를 불리느라고 국가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말살하는 거지의 자녀도 되지 않는다.. 나이 칠십이 되어서 등신과 머저리로 살 가능성은 이미 이십대 중반에 어느 정도 드러난다.. 정상적 인간 박지영이 50년 후에 더러운 늙은이가 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이다.. 김창인의 용기를 지지한다..

세상에 임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대학에도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성균관에도 시작이 있었고, 플라톤의 아카데미아도 시작이 있었으며

주희가 시작한 서원도 1200년에 타계한 주희가 나이 들어서 시작한 것이며

서양의 대학에도 연구자 중심의 대학과 강사중심의 대학이 있었다. 대학은 돈과 제도를 미리 가진 자들의 것인 것만은 아니다..

시장은 반드시 탐욕의 희생제물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소비자가 화폐투표를 잘 해주면

고급하고도 아름다운 상품이 사랑받아서, 그 흐름을 타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형태의 대학이 새로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렵더라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창인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누군가가 나중에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지지하고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가 항상 미리 정해진 승자의 것만은 아니다. 이긴 자가 승자이기 때문이다. 이세돌과 이창호가 천재일 수는 있으나, 그 속에는 결과론적인 평가가 어느 정도는 있다.

누군가가 이세돌을 이기고나서 다시 세월이 흐르고나서 자신의 승리비결을 나중에 깨달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김창인이 어려움을 이겨낸 후에 시장의 운용방식에 대한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유한양행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삼성이 힘에 세다고들 여기지만, 그것은 일정한 시간 범주 안에서의 일이다. 사람일을 어떻게 아는가?

승부는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다.

돈이 많은 기업이 강한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의 생각의 경향성일 수 있다.

사람들의 평균적 생각이 바뀌어서, 인생을 사는 방식이 달라지면

유한양행이 더 사랑받을 수도 있는 것이며, 그리되면 그것이 외형으로도 유한양행의 매출액을 최강으로 바꿀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대 김창인 이전에도 고려대의 어떤 여학생이 자퇴한 기억이 난다.

이런 사람이 열 사람 모이면, 그 자체가 하나의 대학의 시초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주희, 혹은 주자도 수구꼴통의 원조가 되어버린 셈이지만, 그러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주희가 백록동서원을 시작한 동기는, 고시공부에만 정신이 팔려서 조리있고 체계적인 인문적 소양을 외면하는 당대의 풍토에 대한 일종의 신문명창조였다..

주희는 당대에도 그 자질을 충분히 평가받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의 성실함과 진지함은 평가받았고, 그래서

백록동 서원이 열릴 때에는, 젊어서부터 그를 괴롭힌 연하의 천재였던

육상산이 초빙되어서 개원기념특강을 해주었는데

그 주제가 바로 의로움에 대한 맹자의 논변이었다고 한다..

맹자가 말하길,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의 리에 밝다는 구절을 가지고

만상과 삼라와 인간의 역사와 당대의 시대비평을 종합하는

통합적 강연에 참석자들이 모두 감동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감동한 것은 바로

주인장이었던 주자였다고 한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하여 신명을 바치게 되었다고 하는데

주희의 입장에선 벌써 젊어서부터 아호의 만남에서부터 그를 괴롭힌

나이가 열살이나 어린 육상산이었지만, 아마도

그 순수한 마음을 항상 잊지 못한 것이었기에 초빙을 한 것이었을 것이며

또 그리 초청받은 자리에서 소인과 의인을 대비한 것은 아마도

주선생, 당신은 의인이오.. 라고 하는 일종의 격려와 축복의 느낌이 있었기에

그래서 그 마음에 주자가 자신의 진정이 전달되는 것이 고마와서

그래서 그토록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닐까 하고 이따금 생각된다..

주희에 대해선 원래 역사적으로 논란이 이어져서

당대의 육상산과 같은 돈오적인 사람들 뿐 아니라, 나중에 태어난 왕양명같은 사람도 결국 주희를 비판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춘기 시절의 왕양명이 주희의 방법으로 아무리 격물을 해보아도 치지기 되지 않아서 청춘을 허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과 진정성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지평에서야 어떠 하든 간에, 그 영혼의 진정성은 또한 그대로 반드시 평가받는다..

주자학이 조선망국의 원흉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희가 거기까지 책임질 순 없다.

주희가 부족한 것은 퇴계나 율곡이 보충을 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적절히 알아서 창조적계승을 해야 하는 것이지 미래의 왜곡까지 감당할 수 있는 기량은 대개는 없는 것이다..

김창인의 용기에 멀리서나마 박수를 보낸다. 나중에라도 지갑을 열 수 있는 입장이 된다면

프로기사가 300명이나 되는 한국기원보다는 먼저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

한국기원도 좀 용기를 가지고 먼저 베푸는 마음도 가져보시면 어떨지..

기업들의 후원을 바란다면, 한국기원에서 먼저

기업들에게 종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가지고

바둑의 응용을 통하여 재정을 풍부하도록 도모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람이 무언가를 준다는 것이 항상 돈이 많은 쪽에서 주는 것은 아니다.

지혜가 풍부한 사람은 지혜를 주고, 돈이 많은 이는 돈을 주고, 위기에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면 목숨을 살려주면 되지 않는가?

한국기원에서도 기업들에게 먼저 후원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먼저 줄 수 있다는 생각들을 잘 안하시는 것 같다.

바둑은 맞바둑이 재미있는 것이니 일곱점 하수같은 마음을 항상 갖는다는 것은 조금 부당하다. 설혹 칫수를 맞추고 두더라도 두는 재미는 있도록 해주면 더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