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이동

이브닝 근무 조의 조회를 마친 후 직원들이 각기 병동과 검사실 등 현장으로 떠나고 잠시 흡연구역 휴게소에 다녀온다. 직원들의 7월 근무배치를 조금 변경하는 것을 소장과 협의를 마친다. 응급실 근무자 중 지나치게 자신을 내세우는 직원을 타 부서로 전출시키고 타 부서 전출을 원하던 나이든 이를 계속 근무하게 조치했는데 그조차 계속 타부서 전출을 원한다고 소장에게 면담을 잠깐사이 마쳤단다. “그럼 아주 내 보내야죠.”라고 단호하게 소장에게 말씀드리자 “사인이 맞지 않았네요. 저는 반장님이 허락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라고 소장은 말씀하신다.

타 부서로 전출을 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허용이 안 되고 퇴사조치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조금 전 예기하고, 본인이 말하던 전출사유인 같이 근무하기가 불편하다는 이를 이미 조치하여 배려 해 드린 것이다 라고까지 설명을 해주었는데도 소장께 직접 청한 것은 내 상식으로는 용납이 안 된다.

임상병리과 근무자 중 두 명이 금주에 휴가여서 대치근무를 교육 후 투입하였고 대치 예정자 중 한 명은 어제 결근 오늘은 조퇴여서 급히 대비책을 세운다. 교육을 마친 신입들은 자신의 배치 예정지에 대하여 자신들의 희망을 공공연히 내게 이야기 한다. 교육과 평가 선발여부 배치 등은 내 담당인데 젊었거나 늙었거나 가능하면 모두 선발하여 제 자리를 찾아주고 보람과 희망을 가지고 근무에 임하게 하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지만 나는 모질지 못하게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만 우선 보고 나중에야 근무에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미리 파악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자책을 하게 되는 때가 적지 않았다. 최소한의 예의와 상식 그리고 기본적인 근태 만 지켜주면 그다지 책할 일도 없는 단순한 일인데 싶어 아쉽기만 하다.

50중반인 이를 성심껏 교육배치 하였는데 이제 세 달도 안 돼 옮겨 달라는 이야기나 내가 결정하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지 나를 제치고 소장에게 직소하는 태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옮겨 주겠다고 소장이 내 의견을 잘못 알고 이미 약속 하였다니 말을 뒤집을 수는 없고 후속조치를 취한다. 우선 옮기더라도 최소 한 달 후 시행하는 것으로 통지하기로 소장의 허락을 얻고 이동을 방지한다. 같은 부서에 두 명을 동시에 바꾸면 해당 부서에서도 반발이 있을지 모르니 원래 예정 되었던 이를 우선 조치하여야지.

300병상 수지접합 전문 병원에서 근무 경력이 있다는 38세 젊은이는 지난 두 주간 교육을 마치고 7월부터의 보직을 통지해 주어야 하는데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의 중요보직엔 어쩐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한 달은 계속 교육으로 평가를 보류해야겠다. 나이 든 이 한 사람의 경거망동으로 젊은이 둘이 보직이 보류되는 것이다. 나도 나이가 적지 않지만 나이든 이들은 나이 값을 해야 할 텐데 실상 조직에서는 역시 나이 든 이들은 될 수 있도록 안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신경외과 의사 둘이 방금 수술을 마친 환자의 카트(이동침대)를 밀며 CT실로 들어선다. 의식이 없는 환자는 미동도 없다. 어려보이는 여의사는 환자의 가슴을 쿵쿵 쳐보기도 하고 턱을 당겨 머리를 낮춰보고 환자의 관자놀이 양쪽을 건드리기도 한다. 수많은 수액 라인과 산소라인 시린지 펌프의 라인 모니터의 라인 등을 정리하며 CT 촬영을 마치자 환자는 요도에 폴리백 라인이 연결되어 있는데도 어느 틈에 환복 하의가 모두 젖어있다. 대충 정리하여 카트에 옮긴 후 급히 신경계 중환자실로 옮긴다. 기다리던 가족들은 중환자실 입구에서 급히 옮겨가는 모습만 잠깐 보곤 문 뒤에서 기다린다. 마침 내가 있어 다행이지 싶다. 교육이 불 충분한 우리 요원들이 맡았으면 당황하거나 다른 일이 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촌각을 다투며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일이니 사명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일인데 싶으며 일부 직원들이 최소한의 요구되는 상식과 인내를 교육을 경시 하는 것이 아쉽다.

내달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 할 예정이다. 소장과 본사에서도 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이제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이리저리 경황없이 바쁜 중에도 이달 말일의 바둑모임 준비가 늦은 것이 걱정이다. 바둑티브이의 여류기사에게 전화를 건다. 여자 연구생 두 분을 초청을 의뢰한다. 여러 해를 해 본 일이니 차질은 없겠지. 닥터들과 병원 임직원들의 다면기와 회식은 모두 다 같이 망중한을 느껴보는 소중한 순간이겠지.

7월의 근무 일정이나 보직을 정해주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지만 6월 말의 바둑모임이 내게는 청량제가 되겠지. 7월엔 고성을 향한 기대감도 있으니 즐겁게 맞아야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