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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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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길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만나는 남도길 새벽을 만나는 게 하루 한번으로도 벅차하며 머리박고 엉덩이 쳐들고 괴로워하거늘 오늘만큼은 몇 번이나 일어나 아직 까만 밤 벽시계를 더듬었고 설익은 새벽에 실망하고 도로 눕기를 수차례 그렇게 토끼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처음 만난 날처럼 비가 내려 창밖을 가리지만 설레는 잰 걸음 지 어찌할거나.
▲ 황소걸음마님. 개인적으로 108산사순례 마지막 길이었지만 오히려 담담하고 각지에서 동참하기로 한 벗들이 그리워지니 잿밥에 온통 신경이 쏠렸다 어찌하오리까. 중생이여. 나는 나대로 지는 지대로 임은임대로 벗은 벗대로 인연은 인연대로. 두고 나서 생각하는 하수의 떡 매질은 남도절구통을 향한다. 떡순들 대순가 남도를 내리찍기로 했으니 내 달려가 알아보리라.
서울서 당근돼지님이 일곱길거리님과 합세해 정확하게 9시에 출발했고 나는 대구에서 예정보다 30분 이른 9시30분에 출발했다 예린사랑님은 설거지하고 빨래 늘어놓고 출발한다는데 영 닭살이다 설거지는 그렇다 치고 빨래라니.(비오잖아) 죽시사님은 예배보고 애초에 3시 출발이었으니 순천만에서 만나기로 했다. 죽부인 동행이라 그래도 예린님 보다는 덜 미안하다. 황소님과 몇 번의 교신으로 서로의 이동상황과 진지구축상황을 점검하면서 다른 팀들과도 몇 번의 교신을 통해 먼 길 안전운행을 서로 독려하며갔지만 전날 새벽2시까지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도 숙면을 못해 운전이 영 버거웠다 그리고 남도에서 일차로 황소님과 접선에 성공한다. 저녁에 모두 만나기로 약속하고 남는 시간을 할애하여 산사를 찾았다 팔영산 능가사는 너무나 조용하여 그 큰 절터에 대웅전과 두 개의 요사채로 담백한 듯 쓸쓸한 모습이 개인적인 108이라는 숫자 앞에서 흰 깃발 든 무심한 어린 동자승을 바라보는 듯 했다 그래도 뒤로 범상치 않는 여덟 봉우리를 거느린 자태만은 단아하다.
▲ 황소님 집터에서 바라보니 탁터인 전망에 바다가 보였다. 능가(楞枷)는 난득산(難得山)입니다. 볼래야 볼 수 없고 만질래야 만질 수 없는 실제 하지 않으나 엄연히 실제 하는 그곳. -이청- 그리고 마지막 행선지 선암사로 달려갔다 멀리 광주서 비오는 길을 달려 온 나무나루님은 언제나처럼 조용히 산사에서 온 듯 안온 듯 우리를 기다렸고 독촉 전화 한번 없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커다란 카메라 두르고 우리에 앞서 산사를 돌아보고 있으리라는 것을. 5리길은 족히 될 듯한 숲길과 맑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그 엄청난 굉음으로 모두의 소리를 삼키고 그리고 다시 무음의 적막을 안겨준다 이제 모두를 잊어버리고 놓아 버린다. 나는 지난 3년의 107개의 풍경들을 선암사 관음전 마지막 풍경 앞에 포개놓고 하나씩 하나씩 어루만져 헤아리며 108개의 이름들을 108번 되새겨 불러 보았다 그리고 마음 돋아 다시 발원했다. 성실하기를. 정직하기를. 오직 몸으로 행하기를. 나오는 길 저녁예불 종소리를 한참을 지켜보고 듣다 왔더니. 聞鐘聲煩惱斷 이 종소리 들으시사 모든 번뇌 끊으시고 이청선생께서 보내준 범종루 주련을 선물 받았다. 수많은 의심 속에서 나는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에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랑으로 나는 조만간 다시 그 길을 걷고 있으리라.
▲ 평화로운 행복마을. 선암사 주차장에서 모두와 조우를 하였다 이미 한번쯤 밝힌 당근형님과 일곱길거리님 그리고 나무나루님 외에는 대명을 거론하지 않는다. 아..! 황소걸음마는 괜찮겠구나. 먼저 시장을 보고 집에서 만찬을 준비하고 있는 황소에게서 전화가 온다. 불속에서도 높이뛰기를 한다는 장어와 가마솥에 씨암탉이 군침을 돋우고 겨우 일주문만 나섰는데 나는 만 욕에 굶주린 중생으로 돌아갔다. 이제 잠시 후면 아직은 서로가 몇 번의 아님 처음 만나는 인연을 노래하고 단 몇 순배의 술잔으로도 푹 고아진 백숙과 장어에 버금가는 진국을 맛보리라. 모두 천리 길을 달려왔고 머리와 입을 버려두고 몸을 따라 몸에게 맡겼다. 물어 보리라 내 떡수의 결과를.
오랜만에 고향집 같은 평상에 모두 둘러앉았다 서로들 궂은 일 하겠다고 분산하니 어찌 정겹지 않은가 마음 급한 일곱과 같이하니 술잔이 초스피드로 날아온다. 마다할 선달인가. ^^ 하지만 오늘은 먼 길에 많은 사람들이 왔고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니 장기전 포석을 깔았건만 들이치는 축하주와 건배에 잠깐 오버 했는가 그 새를 비집고 소나기 펀치를 맞았다 “선달이는 글 보다가 직접 만나니 영 아니네” “지금 세 번째 보지만...” “다들 안 그래요?” 개굴왕 죽시사님의 선제포에 예린과 나루 나중에는 일곱 당근 죽부인 황소에 마지막 보루인 우렁각시 마저 외면하는 서러움을 당한다. 하지만 그 집중 포화속을 아예 웃통 벗어 던지고 배를 내밀고 정면 돌파를 시도하며 조금씩 샐죽거리며 같이 즐겼다.
( 죽시사 ) 멀리 남해가 아련히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이라 행복마을인가 정부의 지원으로 전통 한옥으로 단장한 집들과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머루랑 다래랑 먹으며 산과 묵은 땅을 개간해 키위 등 특용작물을 재배 고소득을 창출 하는 고향으로 만들고 자리 잡으면 식구들을 부르겠단다. 이곳이 모두와 함께하는 또 한 번의 산사와 다름 아니다.
건축 중인 대궐 같은 한옥에 모시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황소의 생가로 들어서니 쓰러져가는 초라함을 임시거처라 하지만 고택으로서의 허름함이 부담을 덜어주고 이곳이 벗의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베여있는 소중한 궁궐임에야. 히멀건 시멘트의 도시 생활, 그곳에서 소통 속에 단절과 무관심과 소외감으로 메마를 대로 메말라져 습기마저 아쉬운 우리 일행들에겐 오아시스 그것이었다.
한 여름 밤의 만찬은 마당에 펼쳐진 캠프파이어 같은 숯불과 평상에서 펼쳐진다. 제일 어르신 당근돼지님이 싱싱한 장어를 노릇노릇할 때까지 굽고 계신다. 다른 양념이 필요 없는 소금구이다. 부엌에서는 장 닭과 씨암탉이 고아지고 있다. 구수한 냄새. 술은 소주와 맥주를 내 왔다. 나중엔 적적할 때마다 홀짝홀짝 마셔야 할 양주까지 꺼내 온다. 복숭아, 배, 사과, 포도. 나중엔 옥수수까지 육해공 총출동이다. 약간 언덕진 곳의 외딴집 왁자지껄 떠들고 떠들어도 탓할 이웃은 없다. 남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여름밤은 깊어만 간다.
분위기 탓인가 잠시 들렀다가 내일 출근을 위해 막차가 떨어지기 전에 가야 한다던 나무나루님이 갈 생각을 안 한다. 내일 감사가 있어서 평소보다 중요한 날이라던데 걱정이 된다. 차로 모셔 드린다는 걸 분위기 깨기 싫다고 새벽녘인데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부인에게 전화를 해서 모시러 오란다. 순간 부러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그를 쳐다본다. 간 큰 남자 여기 또 한 사람 있었네. 서울에서도 늦어지면 2시간 거리의 집으로 전화해 모시러 오게 만드는 나. 죽시사님에 버금가는 간 큰 남자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두드리며 정을 마시고, 기꺼움을 먹는다.
다른 표현이 필요 없는 쿨 한 남자 그 자체가 사나이 예린사랑님, 샌님일 것 같다는 모두의 상상을 깨부수고 시원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맑은 눈빛과 친화력으로 한밤을 달구는 나무나루님 평소 술이 조금만 들어가도(사실 정량 한 병) 쉬어야 한다던 당근형님도 밤이 이슥하도록 자리에서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린아이와 같은 웃음을 흘리며 가식 없이 즐거워하는 일곱길거리님. 집안에 있는 마지막 음식(?) 껌 한통까지 꺼내오며 자식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인양 흐뭇하게 쳐다보는 오늘 일일부모님 호스트 황소걸음마님. '사랑은 다 내 주어도 부족한 것이 없나 헤아리는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된다. 우렁각시와 죽부인은 동서지간이라도 되는 양 세심하게 황소님을 거들고 나선다. 이것이 우리의 남도 한 여름밤의 노래방이고 룸살롱이고 클럽이었다.
모닥불이 사그라들어 가면서 우리들의 열기도 잔잔해 진다. 한명 두 명 잠자리를 찾아 나선다. 그래도 아쉬운지 마당 평상에선 연기 바둑 돌 놓는 소리가 경쾌하고, 두런거리는 소리가 밤벌레의 잔잔한 클래식 기타 음과 멀리서 가끔 들려오는 탬버린 같은 소쩍새 울음소리가 우리들의 신선놀음 분위기를 돋운다. 실상은 고교선후배라는 나와 예린님이 한편이 되고, 오로 7단 황소님이랑 일곱님이 한편이 되어 내일 순천만에서 맛있는 거 내기를 걸고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잠시 후 황소님의 입에서 황소의 침음성이 흐르는 걸 보아서는 형세가 답답한가 보다. 하수인 일곱길거리님은 자기의 책임인 양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이렇게 산골마을의 한여름밤의 만찬은 막이 내리고 조용히 비가 내린다. 마당에서 자겠노라고 고집을 피우던 일곱길거리님은 비를 피할 생각도 않고 비를 맞으며 비를 감상하고 있단다. 다음 날 일행은 간단하게 닭죽으로 요기를 하고 순천만으로 향한다. 여기까지가 선달이가 과음으로 필름이 끊긴 부분을 보충해 달라는 부탁에 죽시사님이 선달이라고 생각하고 써 보낸 이메일을 다시 각색하여 죽시사님으로 올린 글이다. 모 굳이 펌이라 하지 않아도 딴지걸까마는. 그래도 확실히 해두자. (원작. 죽시사. 각색. 선달)
▲ 오는길에 태백산맥에 나오는 소화네집과 현부자네집을 들렀다 월요일이라 겉치레만 훝어보고...^^;
모두가 먼 산책로를 거닐고 있을 때 선달이는 중도에 포기한다. 우렁각시의 발목에 이상이 있었고 딱 자기 분위긴데 아쉽다는 그녀 곁에서 저 멀리 갈대밭을 줄지어 가르는 기러기 떼 같은 일행들을 바라만 보았다 모두가 반가운 사람들인데 아쉬움은 더 빨리 찾아온다. 이제 저들이 돌아오면 행복한 시간과의 아쉬운 이별과 일상으로의 복귀가 긴 한 숨으로 다가온다.
짱뚱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일일이 손을 잡아보고 안아보고 아쉬워 돌아보고. 그리고 또 창문을 열고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흔들었다. 멀리 배웅하는 황소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그도 그렇게 손을 흔들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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