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애착을 버리라고 하는데

이따금 깊은 애정을 보이는 장면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마음에 병이 든 것인지..

이승기와 고아라가 나오는 드라마동영상을 보았더니

아라가 만든 주먹밥을 승기가 먹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고 경고하는데, 그 내용이 공감이 간다. 우선 배신을 하지 말라.. 혹시 배신을 하려면 미리 알리고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 말을 보면, 내 앞에서 죽지말라고 한다.. 두번째 말을 보니 참 깊은 말이구나 싶다..

문맥을 보니, 성장기에 신뢰했던 여자서장이 결과적으로 이승기를 배신하고, 그 앞에서 죽은 것 같다.. 중학생 시절에 엄마가 면전에서 죽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그는, 다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또 그가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맥락을 보면 화면 상의 이승기의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이다.. 그리고 10년 전에는 어머니가 면전에서 떠났다..

나는 옛날에는 죽음이라는 현상을 궁금해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어느 해 이후에 갑자기 주변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많아져버려서, 그 이후엔 궁금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별로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망자의 평생이 애닯아서 크게 상심했는데, 세월이 한 10여년 지나면서, 원통하게 살다간 사람이 원래 많은 인간사를 자꾸 확인하다 보니, 그게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는 것이 다소 현실화되면서

비탄의 마음은 많이 경감되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화면 상의 이승기의 연령대를 생각하면 정말 심한 트라우마라는 것이 없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중학생 소년이 면전에서 피를 흘리는

홀어머니를 떠나보내고, 그리고 다시 10여년, 그래봐야 20대 중반이다.. 한 5년이라도 더 지났으면 세상사가 원래 간단치 않다는 것을 두루 보면서 우리들이 겪는 대부분의 일들이 상당부분 공통적인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에 20대 중반에 두번째로, 내앞에서 어머니들이 죽어간다는 것은 거의 지옥일 수도 있었겠다.. 호상이 아니지 않은가?

바둑에 친숙해지고 생각을 해보면 형태적으로는 다 다른 바둑이지만, 원론적으로 보면 모든 바둑은 결국 하나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이미 19로의 교차점들에서

잠재태로 있던 바둑들이 형태화되어 나타날 뿐인 것이다.

어느 것이 진짜 바둑인지...

현현경의 서문을 달리 풀어보면

바둑이라는 것이 별도로 있지도 않다. 왜냐하면 결국, 이런 혹은 저런 사연들이 담긴 것이 바둑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뿐이기 때문이다. 춘생추살지권이나 산하표리지세,라는 것이 바둑에 담겨 있다는 말을 뒤집어서 풀어보면

결국 세상에는 그런 이치들이 있는데, 그것이 바둑이라는 양태를 통해서 나타날 뿐이지, 바둑이라는 것이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자 44장을 보면 심애필대비,라는 구절이 있다. 깊이 사랑하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된다는 말이다. 당연하다..득실이나 득상은 상대개념이기 때문이다.. 갖지 않으면 잃을 수 없다..

이런 식의 변론을 거듭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으로 이따금 사용된다..

유마경은 대개 14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9장이 불이법문품이다.. 여기에선 32인의 보살들이 등장해서 각각 자기들이 불이법문에 들게 된 맥락을 언급하는데, 편집자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결국 보편적으로 상대개념을 잘 뜯어서 고찰해보면, 이미 불이법문은 도처에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마지막에 문수보살이 정리하면서 말하길

모든 말이 말이 아니고 운운하면서 총정리를 하는데, 그러면서 모든 방문객을 대표해서 주인인 비말힐티에게 묻는다.. 그러자 유마는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이에 대해서 문수보살이 크게 찬찬하면서 chapter가 끝난다..

이번에 이승기를 보니 연기력이 좀 좋아진 것 같다. 이전에는 연습생과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이승기는 잊혀지는 느낌이 강했다.. 고아라도 강약조절을 잘 하는 것 같았고 차승원도 오버액션이 좀 줄어든 것 같아서 보기 편했다.

깊은 애착은 반드시 큰 상실감을 가져오게 마련인데

그런데 왜 그 대사가 그리 멋진지..

너는 내 앞에서 죽지마..

얼마나 깊은 사랑고백인가?

아마도 나처럼 덜떨어진 사람들이 세상에는 종종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야기꾼들이 밥을 먹고 사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