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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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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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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어려운 상황을 좀 지나면서 어제와 같이 흥남부두의 눈보라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과연 상황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다시 의심하게 된다.. 우리는 대개 어떤 상황이 나를 괴롭히거나 기쁘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 상황에 괴로운 것은 상황이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냥 내가 괴로운 것이고, 그 괴로움 등을 모아서 ,나,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같은 상황에 처해도 나와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흥남부두에서 유디티를 타고 내려온 입장에선 원래 생존이 문제였기 때문에, 대개의 소위 문제들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탈북자들이 모여서 토크하는 프로그램을 이따금 보면, 정말 연령과 상관없이 그들의 생존력이나, 또한 그 난관에도 오히려 바른 마음과 인간미, 혹은 미모를 잘 보존하고 있는 풍경을 보면, 놀라운 경우가 있었다.. 내가 겪은 상황은 타인에겐 아무런 의미나 난관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요즘 나의 느낌으론 내가 따로 있어서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거경험의 습관으로 그렇게 해석하는 습관들의 평균치가 바로 나,라는 이름의 자아의식,이 아닌가 의심한다.. 상황은 곧 나,인 것이다.. 이전에 어떤 책을 보면서 상황은 없고 해석만이 존재한다는 내용에 공감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요즘 느낌으론 그보다 더 나아가서, 해석하는 것이 바로, 나,라는 식으로 느끼는 셈이다.. 그리고 그 나의 구성요소는 무엇인가 하면, 과거경험이나, 사회적 통념이나 압박일 가능성이 많다.. 즉 나는 세상의 평균적 해석방식이나, 개인적 경험에 준거한 생존의 불안 등에 따라서 해석하고 분별하고 염려하는 꼭둑각시인 것이다.. 상황이 바로 나,라면, 나,가 없으면 상황도 없어진다.. 방거사의 노래를 보면, 날마다 다른 일이 없어서 오직 스스로와 어울릴 뿐이라고 하고 있다. 일용사무별 유오자우해,라고 한다.. 자아가 없으면 모든 곳에서 오직 자신과 만난다는 식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평균적 해석방식과 더불어 살아가므로, 주변사람들이 공감해주지 않으면 외로와서 살기 힘들다..그런데 이렇게 외롭게 느끼는 그 심정도 일종의 해석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식으로 다르게 해석해놓고 보면, 혹은 해석을 벗어나서 무분별의 영역에 진입하고나면, 이전의 나와는 다르게 해석하거나 해석안하는 존재들도 꽤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은 대개 비슷해보이지만, 그러나 그게 안그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유유상종이라고, 세상은 대개 비슷한 해석을 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실은 나와 비슷한 해석을 하는 사람들과 내가만나서 사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 고립에 처하였을 적에, 그 고립감이 바로 나 자신의 해석, 혹은 그렇게 고립적으로 해석하는 나,라는 자아의 습관들일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자를 읽을 적에 반가운 장면 중 하나가 제 2장이 바로 이러한 분별과 해석의 평균적 습관을 논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당시에는 제 1장은 잘 보이지 않았는데, 한 해 쯤이 지나고나서 보니 제 1장은 무분별과 분별의 공존을 말하고 있었다. 혹은 무분별의 실존을 말하고 있었다.. 즉 우리는 오래오래 분별에 익숙한데, 실은 그렇게 분별과 해석에 물들어 있어서 분별과 무분별이 달라보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분별 쪽에서 보아서 그렇지, 분별과 무분별이 항상 공존하는 것이라고, 차양자동, 출이이명,이라고 써놓고 있는 것이었다.. 상황이 곧 나,라는 것은 불교적으로 말하면 만법유식,이라는 것이 되지만, 지금 내가 단지 남의 이론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해석하지 않으면 상황은 있지도 않다,라는 말은 능가경이나 기신론에 나오는, 심생즉 종종법생, 심멸즉 종종법멸,이라는 구절과 거의 같아보인다.. 이 뒤쪽 구절은 원효스님이 해골물을 마시고 떠올렸던 구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두 구절을 노자의 구조와 대비해보면 만법유식.이라는 말은 노자의 제 2장과 닮았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좋고나쁨, 혹은 미추에 물들어서 이원적 해석에 물들어 있지만 그런 연기구조를 알 필요가 있지만, 발심수행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노래하고 있다.. 상황은 곧 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생법생 심멸법멸이라는 말은 무명과 유명이 같은 것인데, 유명의 입장에서 보면 달라보이는 것이라는 제 1장과 닮아보인다.. 4성제를 보면 처음에 고통을 진리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원성의 구조, 즉 분별과 해석과 의미형성의 유위세계에선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말로 해석된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 힘들다는 말과 비슷하다. 대략 살만한데, 굳이 자신의 생활방식, 해석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처음엔 상황을 바꾸려고 애쓰고 평생을 간난신고하겠지만, 이게 도대체 왜 끝까지 이모냥이냐,는 의문이 생기면, 결국, 문제의 해결은 문제 뿐 아니라, 자기자신의 해결을 동반해야 한다는 식으로 회광반조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자들보다도 오히려 무분별의 세계와 만날 기회는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대략 정리를 해보아야 하겠다.. 1. 상황은 곧 나,일 가능성이 있다.. 2. 나,라는 것의 습관적 해석방식, 의미부여, 혹은 분별을 벗어나면, 아무런 상황도 없어져서, 소위 무위와 무분별, 무생, 무주, 무의, 의 영역과 해후할 지도 모른다.. 3. 내가 느끼는 고뇌는 내가 해석을 바꾸거나 집착을 놓아야 할 부분을 보여주는 신호등일 가능성도 있다.. ** 위의 모든 고찰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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