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우시장은 큰 판이었다 목돈이 오가는 곳이니 고액권이 돌아다닌다.

어느 날 나는 대박을 터트렸는데 소똥위에 500원짜리 지폐를 보았다(당시 최고액)

지금은 100원짜리와 함께 거의 패전처리용(?) 동전이 되어 버렸지만.

황금덩이를 얼른 주워 주머니에 쑤셔 넣었는데 당연히 소똥도 한우큼 따라 들어갔다

집어넣기는 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게 꿈속을 달리는 마음 그대로였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경직된 몸을 하고 가재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는데도 며칠은 걸린 듯하다

주머니에서는 물컹거리며 궁물(?)도 질질 흐르기 시작하더니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도주로가 확보되었음을 알고 내달린 게 아마도 산을 하나 넘었을 것 같다.

그 시절에도 면소재지에는 생활하수로 맑은 물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것을 감안해

어머님들이 모여 큰 빨래를 하는 강가로 달렸던 것이다

아랫도리를 벗고 일단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지폐를 꺼내어 정성스레 씻고 또 씻었다

냄새가 나는지도 몰랐고 더러운 것도 몰랐다 그저 행복함에 입이 찢어져 귀에 붙었다

그런데.

젖은 팬티와 바지를 씻을 때는 왜 그리 냄새가 지독하고 구역질이 나는지.

왝. 왝. 그리며 모래로 비벼가며 나름 표가나지 않을 때까지 비비고 비볐었다

아마도 내 손으로 직접 빨래를 한 첫 경험이었으리라.

구석진 풀숲에 바지와 팬티를 늘어놓고 벌러덩 누워(원조 바바리맨 하늘 약 올리기)

잿빛 하늘의 구름과 지나가는 제트기를 바라보며 이 돈으로 저걸 사버릴까를 시작으로

행복한 상상 속에 잠이 들었었다.

한참 후에 돌아온 나는 일단 맛있는 자장면으로 그것도 곱빼기를 해치우고 동네로 가서

꿈에도 그리던 골목의 제왕이 되었다

딱지와 구슬을 완전 사재기 해버리고도 그 후 친구들이랑 자장면을 두어 번 더 사먹었고

군것질도 한참을 여유 있게 했더랬다.

뒷 야그지만 중국집 아저씨가 엄마에게 일러줘서(집에 돈 문제없냐고)

한참을 해명을 했어야 했다.

그때의 정서가 그랬다. 어린것이 그 고액으로 부모도 없이 혼자 자장면을 먹다니.^^*

이제는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잿빛 인생이 되어 추억과 향수를 먹고 살지만

어제가 항상 오늘보다 어린것이나 모두 타버렸고 내일은 아직 설익은 열매에 올지 말지도.

그러니 내가 느끼고 사랑 할 수 있는 오늘이 우리 인생에 있어 가장 싱싱하고 젊은 날이며
이렇게 신선하게 밭에서 갓 캐어온 신토불이 인생을 아끼고 사랑함에 공유하는 모든 이들과
서로 배려하며 함께 즐겨야 함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오늘이 곧 영원이다.

2010.11.25 (선다르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