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모든 것에서 의욕이 떨어지고 뭔가 활기를 주는 걸

찾으려 애쓰지도 않게 된다. 물론 모두의 삶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는 모든 일들이 재미나고 신기 했다가 조금 성장하면서 성취욕을 느끼고

나름의 가치관이 생기면서 세상에 부딪치는 승부 호흡도 알게 되면서 변해간다

그 깨달음의 기준에 따라 도인도 되고 꼴통도 되고 하겠지만 양극은 털어버리고

대체적인 보통 사람들은 경륜이 쌓이면서 이론과 실제 그리고 자신의 양면성에

추구하는 목표와 갈등을 겪은 만큼의 인격이 쌓인다고 본다.

최근에 우연히 글쓰기를 하게 되었고 처음의 만용이 이제는 생활이 되어버렸다

바둑을 두고 싶어 찾아 왔다가.

사실 부담을 항상 느끼면서도 내가 해야 될 도리와 일을 올리면서 다짐을 하고

책임을 느끼며 나름 성실해진 부분도 적잖다

그런데 요즘 며칠 동안 바둑만 뒀다 아마도 어림잡아 100판 넘게 두었을 것이다

3일을 꼬박 밤을 새워 술을 마셔가며 두었으니...

뭔가에 부딪혔는데 도무지 마음과 현실과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명분은 모두에게 있는데 결정을 누가 하느냐 에서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여자가 한다면 그것은 대세점보다 실리가 우선이고 남자가 한다면 그 반대다

대체적인 감각으로 미루어.

그렇다면 부분적인 가치관으로 형세판단을 한다면 아마도 실리가 우선이리라

하지만 그렇게 모두를 처리한다면 어느새 오그라 들어있는 형국을 돌이킬 수 없다

실리를 챙기면서 대세점도 놓치지 않는 것이 궁극적인 지상과제라면 무엇이 먼저냐.

물론 두말 할 것도 없이 절충이고 타이밍 즉 급한 것이겠지만.

그 딜레마를 무리 없이 아니 가장 작은 희생으로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데서 어렵다

사석이 될 수 있을 때 자기 생각으로 몸을 아끼려 하다보면 똘똘 뭉친다.

잘은 모르지만 세상사나 바둑이나 그 이치에 완급과 음양의 조화가 녹아 있다는데

어렴풋이 안다고 해도 내 세상치수는 오로등급과 같은 강5단 물6단인가보다

아래도 많지만 위로도 까마득하다

여자도 따라 다녀봤고 노름도 해봤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영화나 소설 흉내도 내봤다

그래도 그 경험들 때문에 뒤늦게 밤 새지는 않는다.

지금은 다 부질없는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30여년을 한 결 같이 한 것은 바둑이다

딴에는 정석도 좀 알고 경륜도 미미하지만 형세가 좋고 나쁨은 안다고 하는데.

그래서 세상사 풀이를 바둑으로 해석을 많이 해왔고 지금의 인생 기보로 봐서는

모범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으로 부끄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이다.

이 생각이 그동안의 나의 생활을 핑계로 변해가는 세상과 요구에 적응을 못하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결정을 내가하고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환자 간병으로 30여 년 동안 자신도 모르게 아집의 틀에 갇혔나보다

명분을 내세워 돌을 너무 헤프게 버린다.

스케일은 시원시원하고 담백할는지는 몰겠으나 항상 실리가 딸린다.

어려움을 이기는 방법이라 고집하면서 생긴 아집인가 생각하니 인정하기도 어렵다

큰일에 부딪치면 바둑처럼 세세한 수읽기보다 두루 뭉실 엮어서 사석작전을 쓴다.

여태 그렇게 해결해 오면서 크게 부작용이나 난관에 좌절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요즘 그 방법이 안 통한다.

자꾸만 충돌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고 나 또한 헷갈려한다.

실리보다는 명분에 더 충실했던 사람이 어느 정도 변화는 많이 생겼지만

그 스타일이 어디 갈까.

참아야 하는데서 명분을 쫒아 모양 부려 멋 내다가 정곡을 흔히 찔린다.

비록 허영은 아니지만 보완이 필요한 것은 요즘 와서 새삼 절실하다.

여태 쌓아온 명분축적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이미 그게 가치관이 되었다

며칠을 갈등하고 고민을 하여 내가 찾아낸 묘수는 형세 판단은 내가하고

대세점을 찾아가고 실리에는 약하니 보완을 해주면 되겠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 것을 가지고 그렇게 갈등하고 부딪혀 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간단 한 것이 간단히 처리되지 않아 며칠 동안 헤맸던 것이다

뭐가 우선이냐가 문제였고 차후 그 결정의 주도권에서 막혀버린 것인데

자. 나는 대세점이다 너는 실리가 우선이다

상대가 볼 때는 내가 어리석고 나는 그가 어리석다

급하지 않은데도 실리가 우선이면 도리나 경우가 접혀지니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요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게 미미한데  형편에 왜 어리석은 짓을 하느냐

그러니 그만큼 나는 할 일을 다 못한다고.

안타깝다.

결국은 또 사석작전을 써야 하고 명분과 실리의 갈등은 아마도 영원히 풀지 못할지도.

나는 지금 요석을 버리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