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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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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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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저술된 책들을 번역한 것을 보면 무조건,이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unconditional이라는 말인데, 여기에서 조건이라는 것은 대개 연,이라는 불교용어와 가깝다. 가령 무연자비,라는 말을 보면 요즘 식으로 하면 조건없는 자비,라는 식이다. 그런데 가령 조건없이 느끼라는 말을 하면 이게 무슨 뜻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무주,라는 말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물지 않는다고 했을 경우, 그 머무는 자리가 대개 컨디션,에 해당하게 된다. 이건 이래서 머물고, 저건 저래서 머무는 것이다. 결국 머무는 것은 조건이 있어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신심명,이라고 심층심리학의 참고서적이 있는데, 거길 보면 양유취사 소이불여,라는 구절이 나온다. 취사 때문에, 그래서 마음의 평화가 보존되지 못한다는 말이 되는데, 여기에서 취사,라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조건인 셈이다. 그리고 그런 조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두고 대개 자아,라고 우리가 부르고 있다. 머물지 말고 그 마음을 살리라고 했었고, 단경에서도 머물지 않는 것이 핵심개념의 하나로 통한다. 그런데 머물지 않으려면, 내부적으로 조건이 적거나 없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군소리가 적거나 불만이 적거나, 세상이 원래 그런 줄을 안다거나 하는 식으로 볼 수도 있고, 알고보면 모두 불쌍하다는 말도 누구에게나 조건이 있다는 말로 번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사실 어떤 장면이나 사람을 심하게 심하게 나무라거나 시비하기가 애매해진다.. 왜냐하면 시비를 하기로 하면 나 자신도 다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시비를 안 할 수도 없으니, 그것은 시비를 너무 안하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애매해진다는 말도 호의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앞서 소개한 경청스님의 빗소리 이야기에도 애매함의 용법이 하나 나오는데 경청선사가 말하길, 중생이 전도되어서 자신에 미혹하고 사물을 좇는구나,라고 하자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답하길, 그럼 스님은 어떻습니까? 라고 되묻는데, 거기에 대해서 답해서, 나도 겨우 미혹되지 않았다,라고 답한다. 원문은 계불미기,인데, 이 부분은 번역이 다양한데, 대략 의미를 생각해보면, 미혹되어서 사물만을 좇는 것이 문제된다면 상대적으로 보아서 미혹되지 않은 자아,를 내세우기 쉽게 된다. 이럴 경우는 미혹되지 않은 것이 도리어 명백해져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럴 경우엔 미혹되고 애매한 것이 바른 방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머물지 않아야 되는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지만 노자의 경우 인 듯하다,라는 식의 표현이 매우 많은데, 요즘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애매함을 존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이 명백하고 똑똑해져서, 그러니까 빗소리는 다만 빗소리일 뿐이라고 머물고 조건지음에만 친숙한 이 세상에서, 흐릿하고 애매함의 가치를 천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글제목을 보니 무조건이라고 되어 있으니 다시 무조건을 정리해보아야 하겠다.. 무조건,이라는 것은 아마도 심리적으로 볼 때에 무주,와 닮았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도량이 넓다는 말은 도량이 크다는 말로 이해되는데, 그것은 대개의 경우 크고 작음의 범주가 된다. 그래서 대승심,이라고 할 경우에는 도량이 단지 크다는 뜻이 아니고, 경계를 넘어서 제대로 열린다는 뜻으로 설명된다. 이럴 경우에 그 경계가 바로 조건이 되고, 그 조건은 우리를 거기에 머물게 하고, 그리고 다소간의 바쁜 생활 속에서 어떤 취사,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만약 그렇게 본다면, 처음부터 내려놓으라고 하는 말은 조금 무리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오히려 대개의 경우는 조금 마음에 드는 것을 오히려 붙잡아서 생활을 정리하게 간소하게 함을 통해서 오히려 내려놓는 부분적 연습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마도 사람들 중에는 일요일마다 예배에 참가하기도 하고, 또 날마다 108배를 하는 사람도 있고, 또 꾸준히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날마도 호흡을 연습하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방편이 개발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장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주어진 공간에 글을 어떤 식으로든 꾸준히 써보기도 하고, 산사기행을 꾸준히 하기도 하고, 바둑두는 사람들이라면 통계를 내어서 승률계산을 하기도 하는 등의 질서라는 것이 대개, 어떤 단순화작업, 종국에는 아무런 단순화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그러니까 공자식으로 말하면 종심소욕불유구, 비슷하게 되는 것과 무조건이 조금 닮아보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조금 마음이 심란한 상태로 썼으니, 이 글도 조금 심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은 원래 그렇게 요동치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양해를 부탁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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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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