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대국2 詩人 박민식

박 詩人이 두시는 판의 승자와 준결승을 하게 된다기에 팔공선달 님과 처 쪽에 가 동동주를 몇 잔 연이어 소주도 주거니 받거니 계속 즐거운 기분이다.

KTX역에서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시고 북 대구 I/C 까지 픽업을 오신 후 모두 대구시내의 삼계탕 집에서 인사를 한다.

팔공모임 의 회원이라는 삼계탕 집 사장님은 한 달에 한번 인근 독거노인 등을 백 여명씩 초빙하여 무료급식을 하신다니 바둑을 사랑하는 이들은 나눔도 사랑하시나 보다.

허브향기 가득한 산자락의 카페에선 로즈마리 허브 차를 허브 과자와 같이 맛 본다.

빙 둘러앉아 차 밭을 내려보며 마시는 차 맛은 평소 흔히 접하지 못하던 허브향기가 기분을 고아하게 해주는 외에 오랜 지기들처럼 대화에 바쁜 我作人 들이 흐뭇하다.

팔공산 자락의 식당은 수련원으로 이용되는 나름 다양한 설비를 갖추었다.

개울가의 작은 폭포수는 지나는 겨울 속 에서도 자신을 보이니 여름에는 한층 좋은 경관이겠다.

이청 작가님 외 모든 작가 분 들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 는 선달님과 대구 팔공회 의 준비와 노고를 마음으로 환영함을 보여주시는 따뜻한 손길이다.

박시인과 돌을 가려 대국을 시작한다.

오로 에선 현재6단 이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물6단이니 5단으로 셈하고 박 작가도 5단 정도라 하여 돌을 가렸다.

초반 불과 몇 수 진행이 안되었지만 상대의 힘이 느껴진다.

어릴 적부터 바둑을 둘 땐 초반 몇 수를 두어보면 이기겠다, 질 것 같다 라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박 시인은 중국일정을 줄인 채 급거 귀국했다.

我作人 모임에 참여키 위해 출장조차 줄이셨다니 그 열정이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사람을 취하게 하는 열정일까?

박 시인의 모습을 접한 후에야 그분의 시집 ‘나더러 마흔이 되라고 한다’ 속에 올려진 시 들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며 이해가 된다.

좌상귀 를 제외한 세 귀의 정석을 결정 진 후 좌상의 걸침을 어느 방향에서 가야 하나 고심을 한다.

화점 날일자 걸침에 두 칸 낮은 협공은 흔하지 않은 초식인데 신경이 쓰인다.

한 칸 협공이나 두 칸 높은 협공은 많이 쓰이지만 그 정도엔 만족하지 못해 그 이후의 변화와 실속을 감안하여 두 칸 낮은 협공인가보다.

저런 초식도 내기 꾼들끼리는 많이 쓰이지만 그렇다면 상대는 보통 솜씨가 아니라는 예긴데 싶어 더욱 조심스러워 진다.

마냥 장고에 들어 머릿속에서만 이리저리 그림을 그려본다.

팔공회 회장과 간부들이 부러 이곳까지 인사들을 오셨다. 총포사를 하신다는 팔공총포 님, 안경점을 하신다는 팔공안경님, 팔공회장님등 여러분과 다 같이 서서 소개와 인사에 바쁘다. 박 詩人은 전문가용 사진기로 바둑판에서 일어선 채 촬영에 여념이 없으시다.

악수와 인사를 마치고 먼저 앉아 판을 마주한 채 다음 착점을 구상한다.

전판에 용마 님과 첫 대국을 마친 후 여러 순배 술을 한 것이 아무래도 영향이 온다.

내기 바둑을 둘 때는 절대 술을 안 마시는데, 기분에는 안 그런 것 같아도 반 치수 는 줄어드는 차이가 있는 듯 한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선비만석 님은 이미 결승에 오르셨다.

이 판에 이겨야 결승 행 인데 어째 어려울 것 같다.

흑번 인데도 벌써 실리도 안 남을 듯 한데 엷은 말들이 곤마가 되면 도저히 승산은 없다.

오로와 한국기원에서 협찬상품을 받아왔다며 책과 화장품 씨디 등을 소개하는 저니 님, 박 詩人의 시집, 도리 님이 협찬하신 목도리, 팔공회 에서 가져오신 선물 등 푸짐한 분위기 속에 머릿속은 알 딸딸 하기만 하다.

역시 술은 나중에 손을 댔어야 하는데 싶다.

첫 판은 도저히 안 되겠기에 동동주 두 잔의 힘을 빌었더니 지나치게 과음 과속이 되었나 보다.

부드럽게 조여오는 상대의 힘은 점점 버겁게 느껴진다.

중반 이후에 힘을 발휘하는 것이 내 장기인데 도저히 어려울 것 같군.

우변을 삭감하며 곤마를 방치하고라도 우하의 내 집을 키우고 하변 백을 공략하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겠군.

의도적으로 조금씩 과수를 둔다.

상대가 조금씩 양보하면 승기를 잡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부질없는 희망으로.

아침마다 오로 게시판의 내 글들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처.

어떨 때는 독자보다 처에게 보내는 편지 식으로 마음을 전하게 된다.

내가 왜 그리 바둑을 두는지, 기원엘 가는지, 바둑사랑이 어쩌고 하면서.

정작 바둑 두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길래 이번 원행에 처가 같이 온 것이 내심 고맙고 바둑인 들의 편안한 즐거이 서로 위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에 대한 이해, 바둑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늘겠지 내심 기대하며.

과수가 지나쳤다.

끊기는 자리를 우선 잽으로 선수를 둔답시고 방치한 것을 박 詩人은 정확히 끊어온다.

취하긴 취했나 보군 내가.

무를 수도 없고 순서가 틀렸으니 자책점 일뿐 술을 원망해도 물 건너 갔군.

흔들기가 특기라 자만 하던 것이 오히려 내가 흔들리기 시작했는지 착점의 순서가 바뀌고 아차 싶어도 차이는 계속 벌어진다.

보고 였던 좌하귀가 오히려 상대에게 떨어진다.

야구모자에 당황한 것일까?

스포츠와 젊음의 표상인 야구모자는 나는 지금은 쓰지 못하고 주로 사막전투부대의 게릴라 용 챙 넓은 모자를 즐겨 쓴다.

미국 L.A에서 운전 할 땐 선그라스 를 끼지 않으면 직사광선이 너무 세서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이고 안경을 잊었을 땐 야구모자라도 써야 시야확보에 지장이 없었지.

출퇴근 시엔 야구모자를 즐겨 쓰기도 했었는데 그 때는 15년 전인가.

나보단 연하로 보여 젊음의 패기로 밀어붙일 듯싶어 긴 바둑으로 잘게 쪼개며 연륜의 내공을 보이려 했는데 박 詩人의 정확한 수순과 유려한 운석은 나보다 고수임을 실감케 한다. 동동주 와 소주 몇 잔이 아니었어도 나 보다는 한 수 위임이 느껴진다.

이기던 지던 보통 한 방 이내인 내 바둑에 투석을 하려니 안타깝지만 부족한 것은 인정해야지.

처를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빨리 오리고기와 소주로 처를 달래야지.

3쿠션과 선달님 팔공회장 님과 처 그리고 나 계속 술잔을 돌린다.

소주는 주인이 짝으로 갖다 놓으셔 끝이 없을듯하다.

이런 자리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작년에만 세 차례 1월에 사마르칸트, 2월, 7월에 미얀마로 세 차례 해외봉사단의 청년들을 이끌고 오지와 히말라야 산자락을 누볐지만 내 마음의 평화는 3년 전 조령 새재에서 글벗들과 모일 때가 아니었던가?

이번엔 처까지 같이 왔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삼계탕 집, 허브 찻집, 팔공산 자락의 수련원, 세심하고 자상한 준비와 배려 속에 글벗들의 수담, 자신들의 저술과 출판 경험 등을 들으며 고담준론 이라는 용어가 나쁜 뜻이 아닌 이런 자리를 칭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내가 바둑을 사랑했었기 때문이겠지.

박시인이 타젬에서 7단이고 8단에 오른 적도 있었다는 예기를 나중에 듣곤 자위를 한다.

“그럼 그렇지”

2편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