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사(巨同寺)는 경북 영천시 자양면 보현산(普賢山) 남쪽에 자리한 천년 고찰이다.

주변에 남아있는 암자의 유허지를 보아 대찰(大刹)이 있었음이 추측이 되나,

애석하게도 지금은 대웅전과 승방, 요사채 하나와 산신각만 남아있다.

신라 고찰이라고 보기에는 여느 절과 다름없는 평범한 절이지만,

한 때는 건물이 100여채가 자리한 대찰이었다고 마을 주민들에 의해 전해올 뿐

번창했던 시절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

설화.

거동사가 한참 융성할 당시에는 아침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

쌀뜨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 십리 길에 내려올 정도로 신도가 많았다고 한다.

너무 많이 찾아드는 신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한번은 주지스님이 유명한 대사를 찾아가

신도의 발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이 대사는 절에 있는 부도군의 위치를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날 스님은 부도탑을 지금의 거동사가 정면으로 보이는 산기슭으로 옮겼고

이때부터 거짓말처럼 신도의 발길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사찰건물도 하나 둘 없어지고 쇠퇴해 지금의 거동사만 남아있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부도탑을 다시 찾아 제자리로 옮기고 불사가 다시 일어난다고 했으나

우리가 가는 날은 일요일인데도 비 때문인지 인적이 없었다.

다만 나올 입새에 부부인 듯한  한 쌍의 비둘기와 공양주의 다정한 인사가

스쳐지나가도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

초원이 넓고 풀이 빨리 자라는 건 그만큼 원하는 것을 주고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일 것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들을 위하면서 관리를 받으며 사는 것이리라

풀을 먹는 것을 먹는 것들도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엔 그들도 풀과 숲에 의존해 살고 그들을 위해 뭔가를 배려하는 것이라 본다.

이렇듯 약육강식의 자연은 인간의 오만과 이기적인 시각으론 무지하나 순리가 있다

하지만 내가 내다 하는 것은 인간들뿐이라 그 이기심과 오만의 끝은 어딘지.

존재의 이유와 명분에 집착하니 신세를 쉬 잊고 작은 배려는 두고두고 우려먹는다.

죽이려 하는 것이 있으면 죽어야하고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서로의 오해가 끝나고

극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버리니 살아남아야하는 이유가 상스럽더라.

누가 죽였나 죽었나는 바둑돌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 자리는 늘 바뀌는데

우리가 여기에 죽어서 사는 가  죽은 듯 살아있는가.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흐르니 그 순간을 조급해 할 필요 없겠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죽을 것은 때가되면 죽을 뿐이니 우리는 때를 알면 되고

죽는 것도 쉽지 않지만 사는 것도 죽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집착 할 이유도 없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까지 살아 있음이니 고통에 의연하거나 감사하다 가면 그만이니

죽지 못해. 살기위해 사는 것보다 살아야하는 이유 때문에 살아가기를 염원해 본다.

 


나에게서 애써 악을 부정하지 않는 것은

행여 악의 부재로 선을 알아보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선을 행함에 스스로 대견함을 절실히 하기 위함이며

여기 악을 멀리하지 않고 가까이 두어

긴장을 놓지 않고 단속에 엄하여 행하지 못하게 함이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별빛마을

별의 오랜 이야기들이 따사롭게 내려앉을 때

야화의 기다림도 이루어지리라

법당에 엎드려 속된 생각 걷어내는 여태 숨 가쁜 108배

산사 앞 소나무는 내 안타까움 아랑곳 않고

우산 없이 처연하다

도반의 손길 따라 솔가지 사이로 바라 본 안개 품은 산하는

젖은 원탁에 앉지 못하고 마음만으로 맴도는 속가 생활처럼

서서 우는 중생의 오늘을 대견하다 다독여 준다.

거동사. 

너는 그곳에서 그렇게 나를 기다려 주었다.

7월3일 비오는 날 거동사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