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인생 희로애락의 축소판이라 한다면 병원은 생로병사의 집결지라 볼 수 있겠다
삶은 시장에서 인격은 노름판(?)에서...음(이상하게 빠질라 한다)  

나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 ?
늘 궁금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지금 고통이 없으니 절실하지 않고 애써 알아서
뭐 하리 때가되면 알겠지... 불감증이라 해야 하는지 두려움이라 해야 하는지.
사실 그동안 10여 차례의 헌혈로 나름 체크도 해봤고 아직 큰 이상을 느끼지 않았기에
의료공단에서 진득하게 날아오는 종합검진 독촉장을 쓰레기통으로 재 배송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서민들의 공통된 정서는 병원 법원 경찰서는 처가와 뒷간 만큼이나
꺼리는게 상식화 되어 있다. 이 3곳은 일단 궂은 일이 떠오르지만 그 못잖게
서민들을 울리는 편의상의 불이익 때문이 아닌가 생각 해본다

병원.

나의 인생에서 수많은 고통을 안겨 주었고 지금도 나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병원이라는 두 글자는 어쩌면 친숙해진 나의 운명이라는 거래처 인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병원이라는 두 글자는 독타의 신발 하나를 벗겨버려 그나마도 질질 끌게 하고
몇 번 인가 써놓은 글을 날려 버렸고 생각들도 자꾸 헝컬어 지게 만든다.

그래도 다시 쓴다.

40 여 년 전 능감의 무식한 발길질에 어머님이 수차례 혼절하여 실려 간곳도 그곳이고
뒤통수 귀때기 면상을 무차별 가격하는 능감을 눈물은 흘렸지만 입술을 깨물고
똑바로 째려보다 내가 실려간곳도 그곳이요 10년 뒤 연탄불의 마른 오징어가 되어(중풍)
능감이 나를 부른 곳도 그곳이요 병명이 기억나지 않지만 코피가 멈추지 않는 막내 동생을
들쳐 매고 달려 간곳도 그곳이며 10 여 년 전부터 시작된 할머니의 치매로 들락거리는 곳도.. 
병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호흡이 가빠지며 손발이 마비증세가 오게 하는 곳.

어저께 토요일 오후 1시.

일요일 쉬는 날이라 토요일 근무는 올나이트다 거의 20시간을 근무한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12시에 들어와 서너 시간 쉬고 다시 새벽까지 내달린다.
깜박 잠이 들었는데 뭔가 분산하다. 옆집 할머니가 호들갑을 떠는 소린데 내방으로
들어오면서 더 커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방으로 까지.
비몽사몽간에 엉덩이를 쳐들고 머리를 쳐 박고 짜증을 부리는데.

" 아제 아제 큰일 났어!"
" 뭐가요 ?"
" 어머님이 쓰러 지셨어. "
" 그래서요"
"어머님이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지셨다니까 ?"
" 아 그래서 나보고 어쩌...? 화다닥....
" 뭐라 카능교 지금 ?

비몽사몽간에 반바지 러닝 차림으로 마을간 이웃집으로 내달렸다
별일 아이겠제.!
아무 일도 아닐 거야
그냥 헛디뎠을 거야
쓰러짐에 이골이 난 나는 뛰는 가슴을 추스르며 수많은 신들을 불러 모은다
모두집합....
비상이다.! 열외 없이 모두 나를 주목하라 그리고 대기하라.!

우선 급한 마음에 동네 병원으로 달려갔고 다행히 한산했다
원장 선생님이 이리저리 청진기를 갖다대고 눈과 입 구석구석을 살피시더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시며 소견서를 손에 쥐어 주신다.
순간 쿵.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게 아닌데.
정신없이 비상 깜박이와 하이 빔을 쳐들고 내달렸다

비켜라 비켜.
지금 내 앞에서 깐죽거리면 죽는다.

응급실로 들이대고 도우미들이 달려온다. 가슴은 쿵쿵거리는데 나를 붙드는 도우미

"저기 가서 접수부터.

어머님은 복잡한 응급실 한쪽에 뉘여 지고 현찰 박치기니 접수부터 하라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왔겠지만 혼자서 어머님 챙기고 접수하고 마음은 급한데 손이 딸린다.
손이 딸린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요 현실인 것이다
아무 조치도 못 받고 기다린 한 시간은 너무나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이윽고 나타난 젊은 의사(소라네 님의 병원 일기로 인턴인가 짐작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들은 의사는 내가 돌팔이로 작정한 말을 지껄인다.

" 지금은 잘 모르지만 연세도 있고 하니 만약을 대비해서 정밀 검진을 권합니다!"
" MRI CT...그리고 현찰이 있어야 한다는 친절까지
" 야 야 얀마.(속으로) 나도 반 도사야 (목구멍 까지) 중풍 치매 30년이야 (입만 달싹)

"그런데 선생님.
충격도 받지 않았고 마비 증세도 없는데 바로 정밀검진은 좀 그런데요 만약이라지만
경비부담도 있고 넘 극단적으로 생각 하시는 건 아닙니까?
차후의 책임문제를 들먹이며 은근히 압박하는 의사를 따라가며 고위층의 자문을 청했다
마침 접수창고로 오신 당직 과장님이신 듯한 교수님께 질문을 했다

이러저러 한데 저분은 이런 절차를 권합니다. 마음이야 뭐든지 하겠읍니다만...
과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시곤 어머님을 보러 가신다. 인턴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설명은 나의 생각과 일치하고 과장님의 말씀에 안도도 되었다. 이것이다.!
내 생각이 맞았는건 경비를 줄일 수 있었던데 있는 것이 아니다 별일 아니라는데 있었다.
최악의 경우엔 내 애마의 다리를 자르던 통 백숙을 만들던 낫는데 있겠지만.

으아악...
아이고. 내죽겠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 나는 와 안 봐주노?
자 자 비켜 주세요  .드르르륵...
누구누구 보호자님.
누구누구 선생님.
이오이옹 수없이 들락거리는 앰블런스.

정신이 하나도 없는 파티마병원 응급실.
사진을 찍고 주사를 맞고 이제 링거를 맞으며 안정을 찾아가는 어머님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까의 저 긴박함에서 조금은 여유를 찾고 바라보고 있다
몇 번의 구토를 더하시고 이런저런 조치를 받고 누워 계시는 어머님을 바라보니 측은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지고 죄스러움에 고개를 떨굴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능감과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을 30여년을 연대하여 지켜온 우리가 아닙니까?
지금 와서 계약을 파기 하시려 이러십니까? 당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거 모르십니까?

할머니 내년이면 백수천수 하시고 가실 거고 능감(능지처참 감)은 집행 만기일 지켜봐주고
그리고 다시 당신의 건강한 천수백수를 지켜 드린 뒤 저도 80 언저리에 따르겠읍니다
그때까지는 책임지고 계약을 이행하실 의무가 있으니 모쪼록 힘내십시오.

지금 안정을 찾고 곤히 주무시는 어머님 머리맡에서 글을 쓰는 시간은 저녁 10시
긴박했던 10시간의 상황을 추스려 적어 놓는다.

여기까지가 어저께 토요일 날의 응급실 이야기이고 지금은 집에서 글을 올리고 있다
물론 퇴원 하셨고 (어제 저녁11시)
뭔가 달그락 소리가 들리는것 보니 정상으로 돌아 온 것 같다
할머님의 여느 때 궁시렁 독백 소리와 밥 재촉 고함 소리도 들린다.

이게 우리의 평화다

친절하게 상담에 응해 주시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신 2009년 5월9일 대구 파티마병원
응급실 담당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모든 계엄을 해제하니 신들께서도 원래의 업무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을 영원히 사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살 것입니다. 철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