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완연한 봄인가 했더니 수시로 네 엄마 심통 같은 꽃샘추위가

콧물을 훌쩍이게 하고 열심히 벌어 복지가정을 만들어 달라는 네 염원을

부담스럽게 만드니 나이 탓도 있다만 경기도 그렇고 가끔씩 무기력해진단다.

어저께도 몸살 기운으로 올인을 못하고 조금. 아니 많이 일찍 들어 왔었다.

엄마도 기분이 우울한지 맥주하고 떡뽁기 사오라 하더구나.

우리는 네가 학생회 가입하는 걸 반대했고 너는 그것이 불만이던 모양인데.

너의 다분히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문자를 받고 실망이 컸던 모양이야

그래서 엄마는 그동안의 너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돌아왔다며 한숨을 쉬더니

몇 모금 마시다가 동안의 너의 대한 사랑이 네 엄마가 자라면서 느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하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엄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내가 더 열심히 해보께”라는 말 뿐이었단다

나는 어땠을까.

울컥했지만 소주로 막고 속으로 마른 눈물을 흘렸다. 사나이니까. 험. 험.

엄마와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엄마가 지금의 환경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훗날 평가가 나겠지만

최선이 아니라 하더라도 환경에 내몰린 엄마는 차선책을 찾았던 것이고

나도 네 엄마와 그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환경은 욕구를 따라가지 못한단다.

그리고 그 환경도 모두 소진해서는 안 되며 여분을 항상 남겨야하는 거야.

새봄에 새 학기 대학생이라는 변화된 환경을 맞은 너의 열정의 꽃망울은

좀 더 완성도를 높여 만개하기를 기대하는 우리의 행여나 하는 생각들이

모두 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면서도 야속하게 굴 때면 너무 섭섭해지고

서로에게 꽃샘바람이 되어 버리니 또한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구나.

자유는 책임이 따르고 도전은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거 알지

그것들의 모순을 먼저 겪어 본 나는 순리를 따르는 걸 권하고 싶은 거야.

순리를 따르면 세상에 어리석을 때도 많지만 돌발이 가장 작으니까.

네 엄마 생각은 항상 단순통행인 거 알지.

조금만 위해주면 헤헤 하고 조금만 섭섭하면 울어 버리자나.

길치에 삶치에 멍 때리는 거 좋아하지만 걸어 다니는 바른생활이잖아.

우리 그런 엄마를 울리지 말자꾸나.

그래서 내 어저께 저녁부터 오늘 엄마 큰 던 벌러 갈 때까지 머슴 했단다.

늘 하던 거지만 좀 더 신경 썼다는 말이야. 험.

다음에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다 해주고 싶다만 약속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은 늘 준비하고 또 챙겨보고 있단다.

여튼 기숙사생활 규칙 잘 지키고 밥도 제때 챙겨먹고(선불 줬잖아.)

기분이 풀리면 네 엄마에게 알랑방귀 문자 함 날려라

나는.

나는 네 엄마 얼굴 보면 네 마음 읽을 수 있으니 괜찮다.

중간고사 준비 잘 하고. 또 잘치고.

우리는 너를 너무 사랑한단다.

자랑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를 부담스럽게 한다면 우리가 고쳐나갈게.

사랑한다. 꼬맹이 여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