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고 증세도 쉬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집중력 부족과 정서적인 산만함(그 말이 그 말인가......?)

여튼 그런 사람에게는 자기방어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겠다

김 씨는 허우대나 평소에 행동은 너무나 깔끔하고 처세도 유연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 두 번이 주변에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여기 전설이 된 사례를 들며 우리는 다른 부분에서 이와 유사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돌아 볼 필요도 있겠다.^^

택시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곳에서 왁자지껄하다

박장대소를 하는 사람. 아예 입만 벌리고 눈물을 닦아내는 사람.

멍하니 한 곳을 쳐다보고 넋을 놓고 있는 사람. 나무를 붙들고 주저앉은 사람.

지나는 사람들마저 어리둥절해하며 힐끔힐끔 쳐다보고 낯익은 가게 주인들도

이집 저집에서 나와 영문을 묻다가 누군가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는 자지러진다.

조금 있으니 김 씨가 씩씩 그리며 돌아오고 대뜸 최 씨에게 돈을 건네준다.

“옜다. 기본이었어.”

“좀 멀리 갔다 오지 그랬어.”

돈을 받아 든 최 씨가 빈정대듯 말하자 김 씨는 대꾸도 않고 휙 지나간다.

두 사람은 대기 장소로 비슷하게 들어왔는데 최 씨가 조금 무리하게 끼어들었다.

약간의 시비 끝에 최 씨가 순번을 양보하고 손님을 먼저 모시라고 합의를 봤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동료들이 많아졌고 다른 일상의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가

마침 손님이 나와 최 씨가 김 씨에게 말했다.

“김 사장 손님 모시게.”

“응. 그래 그럼 먼저 가께.”

그리고 차를 몰고 떠났다.

약속대로 최 씨가 순번을 양보했고 늘 보던 사람들이라 당연한 일상적인 일.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되어 그렇게 난장판이 되었느냐.

그게 어처구니가 없다.

김 씨가 순번만 양보 받았지 차는 그대로 주차된 것을 그 새 깜박했고

영문 모르는 손님은 맨 앞차를 탔으며

김 씨는 자신의 차를 두고 최 씨 차를 몰고 갔던 것이다

김 씨는 그랜저. 최 씨는 소나타.

그것도 색깔만 같을 뿐 만기가 다 된 것이었다.

헷갈린다는 게 헷갈리는 상황.

최 씨는 김 씨가 떠나고 상황은 황당하나 어쩔 수 없이 차를 바꿔 일하나 했는데

그동안 손님이 나오지 않아 다시 조우하게 되었던 것이다.

김 씨는 남의 차를 몰고 가 돈을 받았으니 양심상 최 씨에게 돈을 건네주었고.

우스우니 웃지만 웃으면서도 뭔가 물컹한 연체웃음.

“내 복에 그랜저를 함 몰아보나 했는데.”

최 씨는 또 한 번 빈정거리다 발길을 멈춰 선 김 씨를 보더니 황급히 돌아선다.

“자 여러분 저는 먼저 갑니다. 하하하하.”

돈을 흔들어 보이는 밉상스러운 최 씨의 뒤뚱거리는 펭귄 걸음마저 익살스런 하루였다.

*******************

“아저씨 군위까지는 얼마예요.”

“아, 예 조용하니 5만원만 주세요.”

잘 어울리는 커플이 다가와 김 씨를 흥분되게 하였다.

예전까지 않아 장거리가 귀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여자가 문을 열고 차에 걸터앉자 김 씨는 돌아서 운전석으로 갔다.

문을 닫고 기다리니 뒷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좌측에 오는 차만 주시하며 기다리던 김 씨는 빈틈을 타 잽싸게 출발했다

부~~~우 웅.

그리고 다음 신호등에서 아내에게 막간을 이용해 문자도 넣었다

군위는 살래와 함께 명품 한우마을로 유명하다

“나 지금 군위 가는데 말이야 소고기 한 근 사 올 테니까. 술상 잘 봐둬”

(뒤에 들은 이야기다)

멍하니 쳐다보는 커플에게 웃음을 참으며 선달이가 다가갔다

“저 분은 급한 연락을 받았나 봅니다. 제가 5만원에 모셔 드리겠습니다.”

어부지리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달려가다가.

얼마 전 우렁각시랑 은해사 산사 길을 마치고 돌아오다 생긴 일이 떠올랐다

시장 간다기에 오는 길에 잠시 내려주고 나는 먼저 집으로 들어 왔었다

조금 지나니 휴대폰이 울리고 번호가 낯선데 집사람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여왔다

“지금 뭐하는데~~~~~~~~~~~~~”

“..............”

뭔 말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되레 울화가 치밀었다

다시 무슨 일인가 물어보기도 전에.

%$#@&*^&%........................................................

그리고는 울어버리는 것이었다.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계속 다그쳤으나 울음소리만 들렸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 계속 여보세요만 부르짖는데.

울먹이며 띄엄띄엄 하는 말에 갑자기 가슴이 철렁하고 코가 찡해졌다

집사람은 문을 닫다가 뒤로 돌린 가방이 문에 끼여 버렸고

영문을 모르는 나는 좌측에 오는 차만 주시하다 문소리만 듣고 내달렸던 것이다

가방을 뒷문에 끼운 채.(__)

우리 우렁각시는 가방 끈 때문에 길바닥에 넘어졌고 다친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이 황당하여 아픈 줄도 모르고 그냥 일어나 아무 식당으로 들어갔단다.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와 보니 뒷문에 가방이 끼여 늘어져 있었다.

다행이면서도 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애꿎은 가방을 걷어찼다

그날 백에는 알바 월급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하고.

그 다음 상황은 나도 모른다.

기억이 없다.

여자 손님이 혼자 가려다 남자의 만류로 잠시 내렸고 일단 남자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김 씨는 혼자 상황을 설정했고 다시 두 사람의 합의로 같이 가려는데

차는 출발해 버렸던 것이다

두 커플이 더 황당해 하기에 내가 바쁜 연락이 없으면 저럴 리 없다고 변명했었다.

건망증과 결부 된 정서적 산만함이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부른다.

저. 저기 저사람 뭐라카노.???

위에 자뻑한 이야기만 내 이야긴데 전부다 내 전설이라고.?????

경. 경비.!!

저 사람 담부터 출입 통제해욧.

휴=3=3=3..

까닥하다가 쓰리고 피박 당할 뻔 했네.(__)

우리는 신체적인 결함과 무지로 여러 가지로 장애를 받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과 지식이 이를 모두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과신이 오히려 융통성 결핍의 정서장애인으로 만든다.

약간 모자라는 부분이 호감을 부르니 역할분담의 만족도 아닐까.

태초에 남녀를 구분하였고 술의 장단점이 그렇고

처음을 빚 대어 끝을 짐작치 못하게 하는 망각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장점을 과신하다보면 그림자처럼 붙는 오만과 아집을 떼어 버릴 수 없고

단점도 보안하면 개성이 될 수도 있겠다.

이 모두가 더불어 맛을 내는 음식과도 같은 삶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고추 가루같이 마늘같이 살 필요도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약속(법)도 좀 어기고 상식도 살짝 비켜 가면

때로는 주변을 즐겁게 하여 삶을 부드럽게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모자라는 것은 부끄러워하되 개선의 의지만 있으면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되지만.

유식이라는 백신은 그 자체가 바이러스라는 것을 모른다.

조금 모자라게 조금 어리석게 조금 가난하게 살아보자.

그런 나를 위로삼아 살아가는 이들도 있으니까.

  -선다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