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어떠해요.”

“그놈이 뭐래요. 판사는 못 만났어요.”

“아. 그년은 왜 거짓말해요.”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요.”

“우리가 어떻게 지를 키웠는데”

“..............”

“일단은 기다려 봐”

“뭘 기다려요”

“다 뺏기고 나면 우리는 어디서 살아”

“판사가 오늘 해결 해 준다고 하더니”

“숙이는 뭐래요”

“...............”

“칼로 찔러 죽인다고 했데”

“그래서 뭐래요”

“숙이가 그러니 뭐란 데요”

“지놈이 그래도 싸지”

“지 누나에게 그러면 편들어 줄까봐”

“우리를 양로원에 보내면 지들이 그렇게 편할까”

“지금도 안 오는데”

“이번에 보상도 몇 억 받았다면서 왜 그런데요”

“...................”

“숙이가 엄마 아버지 계속 괴롭히면 칼로 찔러 죽인데”

“아. 그놈이 먼저 우리를 찔러 죽인다잖아요.”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우리 다른데 가서 살면 안 돼요.”

“우리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유학까지 보내고 …….”

“내 배를 틀어 낳은 자식이지만. “

결국엔 눈물을 훔치시고 만다.

9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법원에서 모셨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나오셨지만 정신은 맑아 보였는데

탈 때부터 시작한 할머니의 따발총 세례에 할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다 한마디씩 던지는 분위기에 짐작은 갔지만 대충 난감했다

아내에게서 점심 먹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방향을 잡았다가

가는 길에 그래도 한 푼이라도 더 번다고 법원의 콜을 받았었는데

노부부를 모셨고 목적지는 영천이었다.

아뿔싸, 돈은 벌지만 또 제때 밥 먹기는 걸렀다.

아내에게 행선지를 문자로 날리니 답장에 코맹맹이 갈매기가 날았다

“조심해서 다녀 오세용~~^^”

노인네에게 많이 받지 말라는 언질에 5천원을 깎아 드렸는데

만족 해 하시는 듯 기분 좋게 출발했건만 사연은 의외로 심각했다

그래서 병원하고 법계통은 화장실 보다 멀리 하랬구나.

국도로 가는 것이 요즘은 길도 좋고 거리도 가깝다고 말씀드렸더니

젊은이가 알아서 하라고 하셨는데.

젊은이.

하하하.

그랬다 두 분에 비해 나는 젊었거늘.

망우공원을 거쳐 반야월에 진입하려는데 앞좌석에 타신 어르신의 지팡이가

탕탕탕 차를 두드리신다.

“젊은 양반 우리 밥 먹고 가지.”

“집에 가서 먹지 30분이면 가는데.”

“여기는 머 잘하는데도 없잖아요.”

“기사양반 안 그래요.”

할머니는 입만 떼면 자동화기다.^^

“영업 중이라……. 어르신께서 정 그러시다면 제가 기다리겠습니다.”

차마 대기료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서 서비스하기로 했다

하지만.

식육점도 싫다. 중국음식 안 먹는다. 한식은 메뉴가 마음에 안 든다.

반야월에 세계육상경기로 선수촌을 만들면서 신도시가 형성됐다

그 안에 있는 먹거리 촌을 다 돌아보는데 20여분이나 소요하고

탕탕탕.

다시 지팡이가 두드려지고 결국에 내린 최종 판결은.

“고속도로로가“

“아니 왜 고속도로에요”

“기사양반이 많이 둘러간다잖아요”

“그런데 그 판사는 왜 안 왔데요”

“그리고 숙이........

“저 어르신 지금 고속도로로 갈려면 다시 되돌아 나가야하고 길도…….”

할머니를 가로 막아 어르신에게 권했지만.

“휴게소 음식이 먹고 싶어”

그리고 창밖을 주시하는 얼굴에 단호하고 간절함이 가득하다.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할머니 얼굴.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하시지는 않았지만 내가 사들고 가면

뭐든지 맛있다 하시고 고맙다 하셨지.

할머니.

진작 저 어르신처럼 먹고 싶은 것이라도 많이 챙겨 드시고 가시지…….

“휴게소 음식이 먹고 싶어서 그래”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더니 눈에 전율이 흐르고 콧물까지 훌쩍이다

어르신의 재촉하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네네네. 알겠습니다. 자. 어르신 지금부터 고속도로로 모십니다.”

“영천까지는 휴게소가 평산 휴게소 하나뿐입니다. 안전벨트 하세요.”

내키지 않는 손님을 모실 때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즐겁지는 않았지만 크게 불쾌하지도 않았다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며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니 어떠해요.”

“그놈이 뭐래요. 판사는 못 만났어요.”

“아. 그년은 왜 거짓말해요.”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요.”

“우리가 어떻게 지를 키웠는데”

“숙이가 정말 그랬데요. 칼로 찔러 죽인다고.”

“숙이가 그러니 뭐란 데요”

“지놈이 그래도 싸지”

“지 누나에게 그러면 편들어 줄까봐”

다시 할머니의 분노에 찬 하소연이 이어지자 휴게소가 눈에 들어왔다

휴 =3=3=3

휴게소에 도착하여 일단 휠체어를 찾았다

요즘은 각 휴게소에 그런 것들이 잘 비치되어 있어 다행이지만

예전엔 자원봉사 나오면 모두 업고 다녔던 시절도 있었다.

간혹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등어리가 뜨뜻해지면 그 난감한 기분이란.

일단 할아버지를 모시고 식당에 들어서니 주머니에서 5만원을 꺼내시며

나에게 주문을 시키시더니 손가락으로 비후스테이크를 가리키신다.

할머니를 돌아보니 고개를 끄덕이시기에 두 개를 시키고 자리로 모셨다

음식이 나와 자리로 가져다 드리고 돌아서는데 종아리가 뜨끔하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할아버지의 지팡이가 또 날아온다.

“어이쿠. 어르신 왜 그러십니까.”

옆구리를 한 번 더 찔리고서야 내 몫을 챙기라는 뜻을 알아 차렸다

미안해서 가장 싼 걸로(된장찌개) 시켜 동석하니 가족 같은 분위기다.

할아버지께서 내가 썰어 준 고기 한 점을 올려주고 묵묵히 식사를 하시니

할머니께서도 내 밥 위에 한 점을 올려주시며 먹기를 재촉하신다.

무슨 사연인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이렇게 자상한 분들이라면

그놈이 죽일 놈일 거라는 확신이 왔다.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을 가시나 했더니 할머니만 가시고

할아버지는 제가 모시려고 했는데 괜찮다면서 차로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차에 모셔두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으려니 내차에 사람들이…….

아차. 뭔 일이 있구나 싶어 황급히 달려가 보니.

할아버지께서 간이 소변 통에 소변을 보시는데 문을 활짝 열어두고 앉아서.

그래서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모여 든 것이었다.

대충 난감했지만 달리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문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리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미소만 지어 보였다.

^^

제법 시간이 지나서 인기척이 나기에 돌아보니 허…….

할아버지께서 볼일 본 소변을 그대로 바닥에 뿌리시고 계신다.

“어르신. 어르신. 제가 비우고 오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 비우고 마무리를 차에 탁탁 털고 계시니.

“괜찮아”

글쎄. 괜찮을까요.......ㅡ.ㅡ

세상은 늘 하던 대로 돌아간다.

시간도 날짜도 계절과 함께 세월의 강은 묵묵히 흘러간다.

처음과 끝을 보면 그렇게 변함이 없는데 굽이굽이 물살이 다르고

골마다 그 맑기 또한 다르다

영천하면 말이 유명하고 다음으로 유명 한의원이 많기로도 자자하다

내가 두 어르신을 모셔다 드린 곳은 3층 건물 앞이었는데

오래 된 간판을 보고 어르신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o o 한의원.

무척 귀에 익은 느낌에 유명한 한의원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30여 년 전 아버지가 처음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정신없이 다녀 간 듯한 곳이다.

점심 무렵에 모셔서 우여곡절 끝에 모셔다 드린 두 어르신의 어깨에

때 이른 황혼이 내려앉고 있었고 여린 어깨에 그 마저 힘겨워 보인다.

“어르신 모쪼록 건강하세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시는 할아버지 곁에서 부축하시든 할머니가

“기사양반은 부모가 살아계슈”

“하하하. 네 저도 아버님이 중풍 30년째고 언젠가 여기도 왔던 것 같습니다”

“아이고 효자다. 그런데 이놈의....... , ”

“됐어. 그만 들어가.”

할아버지의 재촉에 부축해서 들어가시는 두 어르신을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서 차문을 열다 문득 멀리 기울어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더욱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차창에 기대어 담배를 피워 무니

피어오르는 연기 속으로 나의 상념도 붉게 물들어 간다.

내가 무엇인지는 잊었어도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너무도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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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을 앞두고 마음은 급하고 눈으로 운행을 못한 날이 잦았다

차 수령 제한으로 상태가 좋던 나쁘던 기한이 되면 바꿔야 하는데

교통문화 변화에 비교 경쟁력과 국민생활 수준에 따라가다 보면

개인적인 서비스 못잖게 차의 품질에도 적정 수준이 요구 된다

소비자 눈높이는 치솟아 극히 일부이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요구 조건은 까다로워지고 정작 도리는 외면한다.

좁은 공간을 이용하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방편이 전화통화고

이는 아예 고성방가 수준이라 적잖게 시비가 된다.

안전운행을 위해서라도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면 안 되는데

이건 뭐 사생활이나 사업방해 수준으로 받아들이니. ㅠㅠ

상식이 무너진 사회.

권리를 찾을 땐 판검사요 잘못을 변명 합리화 할 때는 일등변호사

그리고 의무는 미꾸라지가 되어야 능력으로 인정받는 변종 민주주의.

작금의 우리의 현실이요 그 주범이 우리 50대가 아닐까.

차 값도 수백만 원이면 되던 것이 이제는 수천만 원이니 어이없다

예전엔 영업용 차량은 자가 운전자들에 비교가 되지 않았었는데.

그리고 차종에도 거의 선택권이 없어 고급과 중급뿐이다.

세월이 변함에 따라 직업의 변천이 수없이 일어나고

호황과 불황의 반전 속에 아예 없어지는 직업도 수두룩하다

하기야 중년이 넘어서면 소출에 관계없이 스트레스가 몰려 올 시기다

생명공학의 발전과 노동에서의 여러 편의와 건강에 대한 인식 등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누리는 것과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하니 배운 도둑질이라 연명해 나가고 있을 뿐이지만

나이와 세상을 원망하면서 그나마 작은 소출이라도 위로 삼으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감사해 하고 성실히 임하는 모든 분야의 임들에게

새해에는 좀 더 희망이 많은 해가 되고 오래도록 지속 되었으면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