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장,을 보다가 거룩한 한 말씀과 만났다.

검색을 해보니 도신이라는 선사가 남긴 게송 중 일부라고 한다.

시랑,이라는 벼슬은 송나라 시대의 차관급이라는 말도 있는데, 성씨가 營인 사람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에 이런 구절이 인용되고 있다.

祖師曰。

境緣無好醜。好醜起於心。

心若不彊名。妄情從何起。

妄情旣不起。眞心任遍知。

조사가 말씀하길

객관적 상황이라는 것에는 좋고 나쁨이라는 것이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우리 인간들이 개인적 집단적 습관에 따라서 해석을 해버릇해서 좋다를 나누는 것이다.

만약 마음에서 습관적으로 해석하고 규정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온갖 해석과 판단이 어떻게 생겨나겠는가?

그런 망정에 속지 않는다면 오직 순수의식이 도처에 편재할 것이다..

이름지음,이라는 것과 호추의 문제가 모두 공감이 간다..

옛날에 유명하던 베이컨이라는 사람은 4종의 우상에 우리가 싸여 있다고 했었는데, 동굴의 우상, 종족의 우상, 극장의 우상 등이었었다.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처럼, 또는 테레비 인터넷에서 논하고 책에서 논하는 주제가 의미로운 것처럼, 혹은 우리개인들이 경험하고, 의미롭게 느낀 파편적 깨달음들이 의미롭다고 오오랜 옛날부터 우리는 주입되어 온 것 같다. 실은 해석하고 판단하고 의미롭게 여기는 것은 우리 개인이리기보단 세계라는 이름의 의미망인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살도록 강박당하고 해석하도록, 또는 비판하도록 강제되는 것 같다. 그 이전에는 또 저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습관화되지만, 실은 산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어떤 유명한 사람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하니까, 그게 그럴 듯해보이기까지 한 것이 아마도 인간세상일 것이다. 두점머리라고 반드시 두들겨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인데 말이다.. 결국 모든 이름들도 모두가 서로 의지해서 존속하고 있다. 이런 모든 의미망이 몽땅 탈락하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해석을 할 실마리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망정종하기에서 망정기불기,까진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 망정이 왜 안일어나겠는가? 우리는 망정을 통하여 세계를 유지시키고 있는데, 69억 9천명이 모두 망정을 일으키고 있는데, 오늘 내가 조금 생각해본다고 망정이 안일어날리야 없다.. 진심이 임편지라고 하는 것은 결론을 보여주는 것이지 당장 가져다가 쓰는 자판기가 아니다. 성인들은 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 과정에 믿음도 생기고 한판마다의 바둑이 재미가 붙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입류인 것이지, 신통오청원을 두번 놓아보았다고 신통해지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마도 지금 내 바둑이 4급이더라도 나 나름대로 판을 짜서 결론을 내는 과정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적 매력을 맛본 사람이 세상에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래서 소년과 청소년들이 불행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케이팝스타와 같은 일정기간의 과정을 겪게 되는 소년들은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일 것이다. 실은 어디에나 그런 경험의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바둑교실이 도장이 될 수 있으려면, 도장운영자들이 이러한 일반적 인식과 성장과 교육의 원리를 좀 아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도장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그 소년들은 바둑이 아니라도 상관없는 시절이다. 그럴 경우, 일정 기간 바둑공부를 하다가 중단하더라도 그 기간 자체가 의미로운 인생의 경험이 되도록 일반원리에 대한 인식력이 운영자나 소위 사범들에게 필요하다. 이런 면이 없다면 그곳은 도장이 아니고, 그 운영자는 교육자가 아니고, 그 코치는 사범이 아니게 된다. 결국 바둑을 업으로 한다고 할 때에, 선수로 뛰는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들이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서 별도의 단련이 필요하거나 혹은 준비된 단련이 없으면 애초에 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이 된다.

아마도 바둑을 선수로서 잘 살고, 그리고 그것을 일반화하는 구조적 인식력을 잘 접목시킨 거의 유일한 사람이 오청원일 것이다. 문용직 사범도 그런 흐름이지만, 바둑 선수로서의 기록이 적어서인지 그 가치를 덜 인정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좀 오청원에 비해서 바둑의 안과 밖이 조금 덜 어우러진 느낌도 있기도 하다..

境緣無好醜。好醜起於心。

心若不彊名。妄情從何起。

妄情旣不起。眞心任遍知

경연에는 무호추,하니, 호추는 기어심이기 때문이라..

심,이 약 불강명한다면, 망정,이 종하로 기,하리오?

망정이 기불기한다면, 진심이 임편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