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사업가 양현식 씨가 재단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름이 무주,이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저 유명한 머무름없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형이 서점을 운영한다고 하더니, 영향을 주고 받는 모양이다..

무주,는 육조단경의 핵심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머물지 말고, 그 마음을 살리라고 해서

집착을 깨뜨리면서 또한 공적에 빠지지도 말 것을 언급하는 중도의 가르침으로 통한다.. 실은 조작적으로 머물지 않으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원래 머물지 않는 존재라는 뜻일 것인데

그것은 결국 무아가 되고, 행위자가 없으니 무위가 되고, 그러니 밖에선 일이 없게 된다..

요즘 임제록에 재미를 붙였다는 어느 친구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단막조작,이라는 구절이 인상깊다고 하기에 맥락을 찾아서 확인해보았다. 그랬더니 문맥은 대략 이러했다.

師 示衆云。

道流。切要求取眞正見解[진정견해]。向天下橫行。免被這一般精魅惑亂。

無事是貴人。但莫造作[단막조작] 秖是平常。

爾擬向外傍家求過覓脚手錯了也。秖擬求佛。佛是名句。

爾還識馳求底麽

三世十方佛祖出來。也秖爲求法。如今參學道流。也秖爲求法

得法始了。未得依前輪回五道。

도반여러분, 무엇보다 요긴한 일은, 참되고 바른 견해를 얻는 것입니다.

그리되면 천하에 무엇에도 걸림이 없어지고, 저 온갖 도깨비귀신에게 미혹되지도 혼란되지도 않게 됩니다.

귀한 것은, 아무런 일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런 조작도 없이 단지 그냥 그대로일 뿐이죠..

만약 여러분이 밖으로 향해서 이집저집을 찾아헤매면서 방법을 강구해도 그건 틀린 겁니다. 부처를 구한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부처란 건 말일 뿐입니다.

그렇게 쏘다니며 찾는 그것, 그 자체를 압니까?

가능한 모든 시공간의 불조들이 나타난 것도 법을 구하기 위함이고, 지금 여러분이 도를 구한다는 것도 그저 법을 구하기 위함이죠.

만약 법을 얻으면 끝나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오도에 여전히 윤회를 하게 됩니다.

云何是法。法者是心法。

心法無形 通貫十方 目前現用。人信不及。

便乃認名認句。向文字中求意度佛法。天地懸殊。

여기에서 법이라는 게 무언가요? 법이란 심법을 말하는 겁니다.

마음은 모양새가 없어서 시방을 두루하여 목전에도 쓰이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모르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이름이나 구절만 알아차리죠.. 그래서 문자 속에서 구하면서 불법을 추론합니다. 천영지차가 생겨버리는 것이죠..

** 뒤쪽을 보면 심법을 말하고 있는데, 무주라는 것도 맥락을 보면

우리들 자신이 바로 심법이라는 뜻이고, 그 심법은 무형으로 시방을 통관하고 있으니, 자연히 무주,가 되는 셈이다.. 즉 무주를 달리 표현하면 보편, universal이 되는 셈이다.

보편하게 되니 자연히 남쪽 오랑캐도 그 심법이고, 돌궐족도 그 심법이게 된다..

구원을 얻으면 육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왜 그리도 환경을 따지면서 돈을 모았을지 정말 묘하다.. 백장이라는 선사의 기록을 보면 깨달음을 논하다가 인과를 부정한 어느 승려가 여우로 태어난 스토리가 나오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런 식의 오류가 발생한 것인가 생각해보게도 되었다..

앞에서 본 무주,의 맥락을 보면 무주와 더불어 생기심,도 함께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 마음을 살린다고 하는 경우에, 머물지 않는 그 보편심을 살리는 것이지 탐심을 되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되면 아마도 임제의 표현대로 오도에 되돌아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칠순노인들이 어리석거나 탐욕스러운 모습은 정말 보기 안좋다.. 그러한 극단적인 풍경을 피하고자 한다면, 50대 이후엔 인도식으로 말해서 임서기에 접어들 필요가 있다..

공자님처럼 천명을 아는 것은 아니더라도, 다소 간에 숲속의 생활적으로 살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면 서른엔 어느 정도 틀이 나와야 하는데

요즘 한국드라마를 보면, 삼십대의 남녀들의 혼사문제에 부모들이 하릴없이 간섭하고 다투는 풍경이 흔하다. 이건 정말 공동체적인 불행이다..

공자가 말하는 이립,이란 단지 생활적인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자기책임이나 안목이 어느 정도 확립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임제적으로 말하면 어느 정도 수처작주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인데, 이전에는 한번 이런 구절을 소개했더니, 젊은 친구가 무례함과 작주,를 혼동시켜버리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도 있다.. 그도 그때에 삼십대 중반은 되었었는데..

그런데, 서른에 이립이 되려면 열 다섯 살에 의문을 일으켜서 공부라는 것이 필요해져야 한다. 마치 십대 후반의 왕양명이 대나무숲으로 들어가서 대나무를 격물해서 치지를 하려고 삼박사일을 버티다가 몸살이 난 것처럼, 십대부터 집안일도 함께 하고, 청소도 빨래도 함께 하면서 학교공부가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그래야

15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도 알고, 그 속에서 마음씀의 문제도 착안할 수 있을 것인데
요즘은 어찌보면, 옛날보다도 교육이 더 엉터리로 되고 있다. 마치 사회적인 생존과 부귀영화만이 인생인 것처럼 오도되어서 생활의 총체를 볼 기회를 도리어 줄여버리는 셈이다..

유시민 같은 사람은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촉새로 통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20대 중반에 포승에 묶여서도 네크라소프의 명언을 온국민에게 소개할 정도의 양식이 있었다. 공동체와 개인의 문제에 크게 착안하지 않았다면, 법정에서 그런 구절이 나왔겠는가?

실은 그가 쓴 책 중에서 청춘의 독서,라는 것을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도 대개가 사회적 관점에 치중된 것이 많고, 일테면 논어는 없고 맹자,만 있기에 조금 아쉽게 느낀 적도 있었다..

결국 늙은 미치광이녀석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려면, 50대엔 임서기가 와주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선 서른에는 틀이 나와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다시 이론과 실제의 상관관계가 15세 경에 드러나주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어야 배움과 실제적용이 어우러져서 서른 쯤에 이립,이 형성될 것인데

요즘은 삼십대 남녀의 혼사문제에 환갑먹은 부모들이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는 것이 당연시 드라마화되고 처자빠져 있으니 이게 이래서야 되겠는가?

삼류국가의 삼류국민이 되어버렸다고 한탄을 해도 무어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런 상황이 개선되려면 상당히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일본이 탐탐하고, 중국은 시끄러워지고 있고, 미국은 미군기지오염비용을 몰래 빼먹는다고 하고, 러샤도 소련시절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하고, 북한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인 등등으로 온 지구촌이 소란하니 우린 이제 한사람한사람이 귀한 시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