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木의 사랑 2

전철 안은 찜질방 같다.

외투 속 무협지는 꺼낼 엄두도 못내고

세상일보 까지 지하철역 수 와 내려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걷는시간 을

감안해도 지각은 아닐듯해 다행이어 안도한다.

지난번 한국기원 특별대국실 에선 김수영9단과 준결승에서 20분짜리 대국인데

테니스장에서 추리닝도 못 갈아 입은채 길다란 테니스가방을 든 채 달려 갓지만

10분을 지각 햇엇지. 지각시간의 두배 를 벌로 빼는 규정을 따르면 전혀 남는 시간이

없는데 모두의 양해로 10분 공제로 햇엇지.

오늘 세상일보에서 벌어질 십단전 도전자 승훈이 를 생각해본다.

비슷한 연배에 테니스도 같이치고 프로기사 야구단에도 열심인 그는 별명이 미남기사 흑기사 등 다양하고 돌부처 니 신산 이니 하는 내심 못마땅한 내 별명들 보단 별명조차 나보다 멋지지 않은가?

승훈이 별명 중에 특히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십단전 의 사나이 이다.

매년 본선과 4강에 들면서도 타이틀 도전은 올 해가 처음인데 타이틀 홀더 는 나인데 왜 승훈 이를 십단전의 사나이 라고 해. 나를 그리 불러야지.

사실 그는 모두에게 인기가 만점이다.

나이 든 선배기사 들도 테니스장이나 어디서든 그는 살겹게 환영을 받는다.

여류기사들도 잘 따르고 야구장에선 멋진 실력을 과시한다.

중국의 갑조 리그 에서도 꾸준히 참가해온 그는 중국 이발소의 면도사 까지 그의 이름을

알고 있기에 속으로 놀랐엇지.

얼굴만 잘나면 뭘해

실력이 뒷받침 되야지.

오늘 1국을 기선을 제압해야지.

도전자 가 된 것을 보면 그의 꾸준한 노력이 요즘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 하는 것 같아.

사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화려한 무대의 앞면에 서고 그는 뒤에서도 꾸준히 노력을 해와

넘지 못하던 한계인 간발의 차이 가 좁혀지고 잇는 것인지.

요즘 무섭게 다가오는 신예들의 도전에 힘이 부치는데

외레 승훈이는 그들과 같이 바둑리그에서도 분전을 하고 신라면배 우승도 하고

꾸준히 성적을 내며 힘을 잃지 않으니 나보다 편안 할 것 같군.

외로운 1인자 보다 멋진 2인자 였을까?

어느새 도착역 이군.

지하철을 내려 바삐 걸어 신문사빌딩 제일 윗층 스카이라운지 의 특별히 마련된 대국장

으로 에리베이터를 황급히 탄다.

늦지는 않았지만 극성팬들이 종종 기다리는 경우가 있어 사인이라도 해주려면 여유있게 도착하는 것이 좋지.

가수나 스포츠 팀 선수들이나 팬클럽이 있고 오빠부대가 잇는줄 알앗는데

요즘엔 인터넷의 팬클럽이 없으면 외레 부끄러울 정도다.

십단전이야 별거 아니어 홈피에 특별히 언급도 안해 공식적으로 올 사람들은 없겟지.

효리도 팬클럽관리는 엄청 신경쓰던데.

대국스케줄과 바둑티비 출연등 밤시간도 바쁠텐데도 팬모임엔 꼭 나간다.

헌승이와 효리가 팬클럽에선 인기 짱 인가 보던데.

엘리베이터 문이열리며 눈에 띄는 대형 사진들이 눈에 거슬린다.

아니 저것은

전부 승훈이 사진이잖아.

여학생 복장의 학생들이 무더기로 몰려다니며 승훈이 에게 싸인을 졸라댄다.

오늘은 대국전 예감이 좋지 않군.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곤 계시원의 신호 를 기다린다. 2편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