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따지고 든다면 중독이 아닐 게 없겠지만 역설적으로

중독이 되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된다.

비약인지 몰라도 어쩌면 인류의 발전도 시대적 상식과 충돌하고

취미와 중독을 넘어 아예 미친 이들이 주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반적인 생각은 물리. 화학적인 부작용으로 중독에 우려를 나타내지만

이성적인 통제하의 중독을 아마도 취미로 따로 분류하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도 당사자와 3자의 관심도에 따라 견해차이는 엄연히 다르지만.

예전엔 취미하면 문화적인 부분이 대세였고 고상했다

독서. 영화 연극 음악 감상. 우표수집. 여행. 시 감상 낭송.........

그러다 언제부턴가 정신적인 윤택함에서 물질만능주의 탓인가

근간에는 레저 쪽으로 급선회 한듯하고 언뜻 자연 친화적인가 싶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쨌든 정서적인 부분에서 육체적 활동과 가꾸기로 선호도가 바뀌면서

선천적이든 물리적이든 시각적 비교가 되어 적잖이 위화감도 조성되었다.

바둑은 그 어느 쪽으로도 짱이라 하기가 모호하다

신체적인 활동성은 논외고 정신적인 것은 여러 방법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일반적인 논리화 된 것 같지도 않다

규칙이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컴터도 인간의 활동 중 유일하게 제어 못하는

독특한 분야라 바둑을 아는 이로서 살짝 자부심도 가지게 된다.

골리앗을 발아래 두고 무심히 기보를 놓아보는 그 짜릿한 여유로움으로.

바둑은 선천적인 능력과 후천적인 노력여하로 품세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크게 전문인과 취미로 구분되고 천차만별의 품세끼리지만 소통이 가능하고

바둑 그 자체가 공통분모가 되어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지난 40여 년 동안 가끔 원망은 했어도 권태를 느낀 적은 없다

심취와 도피를 오가도 그 고고함으로 나를 성숙시켰다는 확신을 가졌지만

나와 다른 견해와 영향을 미친 사람도 허다하게 들었으나 예외는 있다

어떤 이에겐 거미줄 같은 선 위에 이리저리 돌멩이질하는 수다로 보이겠지만

그곳에서 고뇌하고 성취와 포기 그리고 타협하며 순리를 배워가는 공간에서

그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붓고도 끝없이 추구하는 미지의 세계가 매력이다

조강지처라 했던가.

그 숭고한 신뢰와 기다림으로 나는 바둑이 고향 같고 때로는 어머니 같기도 하다.

이제 세월에 나이50도 허리 꺾이고 기억력은 다리몽둥이가 부러지고

눈은  영국 밤거리를 헤매나 독타로 감성 부스러기를 모아보고 있다

우리네 몸과 마음이 변해간다.

삶이 그렇게 조금씩 사그라진다면 나는 오른손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마우스라도 오래 잡고 싶으니까.

그리고 모두가 정지 되었을 때도 눈이 그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할 수 없더라도 관전을 하다가 잠이 들고 싶으니까.

한해를 복기하다가 문득 바둑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고

모두가 변해도 바둑에 중독 된 지금이 충분히 행복하다

먼 훗날.

세상의 신세를 정리하고 남은 한 자락 더듬는다면.

호호백발의 이창호가 이세돌이가 어느 결승전에서 휘날리는 검무를 감상하며

내가 그들과 같이 한 시간들을 음미하는 미소 한 모금 머금고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