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을 찾아 나선다.

작년에 산사길 처음으로 눈 내린 유가사 풍경을 담을 수 있어 행복해 하면서도 눈땜에

수도암과 도성암을 오를 수 없음에 안타까워했었는데 불현듯 생각이나 어저께 다녀온

부석사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길을 나섰다.

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새 98회를 하였고 이왕이면 올해로 99세이신 할머님의 연세에

맞춰 99회를 마치고 내년에 100수에 이르러 100회부터 시작하여 내년 초 (3~4월)에

마무리하기로 일정을 잡고 연말에 마지막 산사를 호젓한 암자를 찾아보려 한 것이다.

그런데. 기분 좋은 날씨에 한걸음에 달려간 도성사는 이미 소개 올린 곳이었다.

조금은 황당한 마음으로 법당에 참배하고 돌아서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이없어

너털웃음만 웃으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까막이가 될 수가 있는지.

내심 불쾌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허탈하고 황당해서 실없는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나를 다시 부른 이유가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렇다고 무슨 계시나 특별한 징조는 역시 없었으니. ^^=

내려가는 길에 인연이 있으면 작은 암자라도 찾아보리라 했는데 비슬산에 소재사가 있고

지금 얼음 축제가 한창이라는 게 떠올랐다.

잠시 버려졌던 부평초 같은 마음에 쉴 곳이 생겼고 이런 작은 우연에도 행복할 수 있어

삶이란 결국은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어긋난 필연과 우연의 연속인가 생각 해 본다.

소재사[逍災寺] 

일체의 재앙을 소멸한다는 뜻이 담긴 지장도량이라는 말에 내심 우연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고 놀라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찾았는데 연말에 호젓한 산사에서 조용히 한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을 알고 나를 이리로 이끈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대웅전의 삼존불상도 여는 금색이 아닌 하얀 불상 이었다

인근에 있는 유가사는 통도사 말사고 여기는 동화사 말사라고 하니. 그 참.

최초 창건 시기는 신라시대로 전해지고 있으나 자세한 개산연대는 미상이라 전하고

사기에 따르면 1358년 (공민왕 7년) 진보법사가 중창했고 몇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고 전한다.

예사롭지 않은 일주문에 비해 소담스런 분위기가 의외였다

하지만 초라해 보이지 않는 기품이 있어 자갈 깔아놓은 마당을 자그락자그락 거리는

소리를 벗 삼아 여유롭게 걸어보다가 절집만큼이나 담백한 듯 소담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나무아래서 준비해간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여느 때와 같이 절집이 주는 느낌으로

화두를 떠올려 나 홀로 매달리다 마음을 씻고 다독이고 그리고 가만히 내려두고 온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한사코 의미를 부여하고

그리고 거기에 구속되어 스스로 멍에를 만들며

그렇게 번뇌를 쌓아 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중생의 삶인 것을. 피해갈수 없다면 고쳐가는 수밖에...

보다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 하겠지만

어느덧 내 가난한 삶은 이제 친구가 되고 도반이 되었다

가난하기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고 모든 게 열악하고 힘드니

갑자기 충격을 받거나 상처 받는 일이 적다.

일상이 그렇게 늘 준비(?)되어 있다.

오만할 건더기가 없어 겸손이 일상이고 힘들 것도 없다.

다만 의식을 놓지 않아 비굴함과 구차함을 경계할 뿐이다.

모두에 앞서가고 또 그들에 앞서가 천하를 취하는 것만이

대장부 가는 길이 아닐 것이다

홀로선 천하가 없듯이 모두가 해가 될 수도 없음이니

내가 엎드려 천하가 되어 그들이 취할 수 있도록 하리라.

지나간 한해도 아쉬움은 많지만

더 못하였던 것에 비하여 감사하려 한다.

지나간 오늘을 그렇게 감사함에 의미를 두고

다가오는 오늘은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려 한다.

다만 작은 염원이 있다면 새해에는 부디 더욱 성실하여

내가 느끼지 못하는 오늘이

다행으로 감사하던 더 못한 것에서 나아지기를 바래본다.

우연히 찾은 소재사가 오늘은 그렇게 나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격려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여러분의 가정이 평안 하시고 365일이 의미 있는 날들이 되소서.

아울러  광장지기님 그리고 모든 운영자님 이벤트로 폐를 끼쳐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리고 .... 사랑합니당 ^^=

모두모두 새해에는 소원성취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