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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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잡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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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대결은 나름대로 결과가 일리가 있어보인다. 황제는 이제 연령대로 볼 때에 우승을 하기엔 조금 시기가 지난 느낌인데다가 요즘 How does a craftsperson think? 라는 책을 낸 이후에 왠지 하나의 매듭을 지은 듯한 느낌이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라브콜도 있고해서 근심과 갈등이 있는 얼굴이었다. 며칠 사이에 볼살이 빠진 느낌.. 왕년의 황제가 지금도 황제라면 얼마나 인생이 불공평한가? 유창혁은 이전에 이창호에게 많이 졌으니까 지금 쯤에 한번 쯤 이겨도 자연스러워보인다.. 다시 시간이 더 지나면 이럴 기회도 없을 것이다.. 밥과 집은 일상의 두 기본인데, 이 두 가지가 유마경에서도 대화의 단서가 되는 것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6장을 보면 매우 많은 손님들이 위말힐티의 집을 찾게 되고 그러자 저 유명한 사리부인의 아드님이 걱정을 속으로 한다. 그러자 위말힐티가 이보시오 사리자, 당신은 나름대로 존자인데, 어찌그리 속터지는 생각만 하고 있으시오? 라면서 스토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제 10장에선 엉뚱하게 밥생각을 하다가 이보시오 지금 우리가 하는 대화가 무언이관대 밥생각이나 하고 있다는 말이오? 라고 반문하면서 향기로 대화도 하고 설법도 하고 밥도 먹는 향적불의 세계가 소개된다. 말하자면 일종의 관념타파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관운장의 태도는 매우 훌륭하게 칭송된다. 조조가 관우를 초청하여 일단 꾀어들였을 적에 본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관우와 그 두 형수에게 방 하나를 준다. 아마도 어쩌는지 보자라는 심산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러자 관우가 두 형수를 방으로 들이고 자신은 방 밖에서 촛불을 들고 시립한 채로 밤을 새웠다는 것이다. 그걸 보고 조조가 관우의 대한 존중심이 더욱 커졌다는 것인데 세상에 참기 힘든 것이 잠이다. 그래서 도교에선 그 잠귀신을 쫓는 연습도 별도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우는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도의적 결례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게다가 더해서 자신의 강건한 심신을 입증해보인 것이다.. 삼국지에서 매력으로 치면 관우가 제일인 것 같은데 그를 보면서는, 사람이 자질이 좋아도 더욱 중요한 것은 정보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결국 난세에 휩싸이면 관우처럼 자질이 좋아도 단지 하나의 장수에, hero에 그칠 뿐이다. 표현하자면 역사 속의 한 배역으로 그칠 뿐인 것이다. 만약 우리가 유비와 관우의 관계가 어느 정도 현실이라고 가정하면 이런 관우를 품게 된 현덕의 그 덕이 정말 지극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에서 표현되는 관운장의 기상은 정말 대단하다. 조조가 그 어떤 방편으로 유혹을 해도 관우의 마음은 항상 소재가 불분명해진 형제들에게로 향한다. 적토마를 선물받고서 고마와하는 것이 신기해진 조조가 묻기를 다른 모든 선물에 대해선 그다지 고마와하는 기색이 없는데 말한 필에 대해선 어찌 그리 좋아하시오? 라고 묻자 관우는 답하길 이 말을 원래 제가 아는데, 하루에 천리를 달립니다. 이 말이 있으면 이제 유 황숙의 소재를 알게 되는 순간 그날 안으로 가서 합류할 수 있으니 더 이상의 선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라고 반문한다. 조조가 이 답을 듣고는 참으로 허탈해했다는 것인데 요즘처럼 이혼도 흔하고 자신을 죽이기도 하는 이상하고도 또 수상한 세상에서 관우처럼 맹약에 충실한 사람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 오랜 만에 삼국지를 보면서 너무나도 뻔한 전쟁놀음에 흥미를 잃다가도 이런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한갓 역사 속의 장수가 이렇게 의연한데 그에 비하면 삼계의 안팎을 종과 횡으로 무찌르는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밥생각을 하고 집생각을 사리자가 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전도된 느낌이 없을 수 없었다. 어쩌면 사라푸트라가 새삼 악역을 맡은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창호의 순위도 그러니까 나름 적당하다.. 유창혁에게 한 번 정도 질 만한 좋은 타이밍에 졌고 서명인은 또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나름 적절한 순위에 포진했다. 한껏 기대를 모으다가 좀 엉뚱하게 두 판을 졌지만, 중간순위를 차지했으니 연령대비성과로는 최고가 되었고, 또 그 누구도 딴 소리 못할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으니 다행이 아닌가? 조치훈 9단의 성적이 실력에 비해서 아쉽게 되었지만 또한 환경의 낯설음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는 성적이다.. 무엇보다 황제와 기성들이 순위상 뒤로 밀린 것이 인생의 어느 정도 공평함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왕년에 제일이었는데, 지금도 오직 일등이면 세상은 얼마나 불공평한가? 이렇게 대강 생각해보니 순위가 대체로 일리가 있는 것도 같다.. 어쩌면 나름 옥신각신하는 맛이 있었으므로 이런 식의 대결이 또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신춘의 특별기획으로는 성공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곧 여성리그가 시작될 것이고, 날은 아마 우수 즈음이 되었을 것이다. 어제 비가 오는 것을 보고는 정말 절기가 묘하게 맞는구나 싶었다.. 가을이 되어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을 무렵에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면 대개 입춘이 되었던 경우가 많다.. 만화 3국지를 절반 쯤 보다가 좀 날림으로 보는 것 같아서 판본을 바꾸었는데, 그러자 속도가 너무 늦다. 일단 만화로 재이동해서 끝까지 구경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요즘 시절이 매우 수상하다가 보니 고교시절에 배웠던 주자의 싯구가 여전히 일리가 있게 느껴지는데 오호 노의라, 시수지건고? 라는 마지막 구절은 당시에 성적의 호오를 막론하고 누구나 이따금 암송하곤 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이 늙어가는 것은 자각을 하기 힘든 것 같다. 그러니까 대개의 경우 현역욕심을 부리다가 정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임서기가 되어도 정리할 줄 모른다. 그에 비하면 조훈현 9단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은 인상적이었다. 책을 낸 동기를 말하는데, 원래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수년 전에 건강검진을 하다가 재검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기다리는 두 주일 간 느낀 것이 시간이 있을 때에 필요한 작업은 미리 해야 하는구나 라고 느껴서 책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지만, 읽어본 나로선 괜찮았다.. 생각이 영감을 부른다는 것은 이미 자전을 남긴 다수의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그런 핵심적 작용을 바둑이라는 영역을 통하여 터득하여 기술과 영감을 연결했으니 가치롭다고 여겨졌다.. 꼭이 이런 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좀 정리해둔 상태로 일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세월이 흐르다보면 누구나 장단점이 뒤섞인 상태가 되는데 이런 보편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장점만을 내세우거나 단점만 아파하면 남은 인생의 기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어느 정도 정리를 해둔 상태라면 타인들과 세상의 모습도 조금더 명료하게 보여서, 나름대로 덕 있게 살면 한 4년이라도 수명이 연장될지 누가 알겠는가? 4년이면 유마경을 읽어도 열번을 읽을 수 있는 기간이다.. 영웅심에만 과도하게 휩싸였다는 것은 오히려 소년기적 증상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이미 입춘이 지났으니 귀뚜라미 울 날이라고 얼마나 남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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