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어린 느낌이 오래가는 여자들이 있는데

장나라도 그런 느낌이 강했었다. 세월이 가도 그냥 애들같은 느낌이 강했고

전에 무슨 청소년 드라마에 나온 것을 보니 나잇값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 보니 역시 세월이 거저 가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스토리라인은 대개 알만한 것이었지만, 연기자들은 대개 잘 하는 것이 보였다.

장혁은 suite빨이 좋았고, 송옥숙은 친숙한 엄마역을 잘 했고, 다들 제 역할은 하고 있었다.

비누공장이 있고 멸치가 좋은 섬마을에 화학공장을 지을려는 것 같은데, 거기 사장은 장혁이고

그 장혁과 장나라가 실수로 하루 자게 되고, 그래서 오늘 보니 장 나라가 임신을 한 것 같았다.

마침 장혁은 애인과 뜸한 상태이고, 할매역으로 나오는 사람은 그 소식을 듣고 매우 좋아했다..

그런데 오늘이 3회라는데, 벌써 결혼을 해버리면 뒤엔 무슨 스토리가 채워질 지 그게 궁금한 상황이 되었다..

어제는 문소리가 방송에 나오기에 잠깐 보았더니 화내는 이야길 하고 있었는데

내용을 보니 공자가 말씀했던 불천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불천로는 불이과와 연결해서 거론되는데, 천로는 화를 옮긴다는 말이고

불이과는 같은 허물을 두번 짓지 않는다는 말로서 함께 거론된다..

화를 옮기는 것은 화나게 하는 것은 이쪽인데, 거기선 화를 못내고 저기에다가 화풀이를 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실은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런 사정을 잘 알아서 함께 해주는 덕성을 기를 연습을 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그게 어긋나면 공연히 화풀이 대상이 된 사람이 다시 상처를 입고서

온 세상이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 있고, 실제로 어느 정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까 화가 날 상황에서 그걸 잘 양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온 세상의 분노의 연결고리를 단절하는 큰 기능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보살이다..

그것이 극단화되면

온누리의 모든 분노가 그에게서 단절되는 일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그게 아마도 간디가 말하던 무저항주의의 심리적 배경일 것이고,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대속이라고 하는 거창한 주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천로 다음에는 불이과가 나오지만, 실은 그 앞에도 유명한 말이 있다.

불원천 불우인,이라고 이것이 더 유명할 수 있는데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화를 옮기지 않고, 같은 허물을 두번 범하지 않는다.. 라고 구성적 완결성을 갖춘 셈이다..

이치적으로 따지면 세상은 분노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에게도 분노의 기회가 없길 바랄 순 없다. 다만 가능한 것은 사태가 원래 그러하다는 것을 알아서

내게 찾아온 분노의 기회에 덜 휘말리거나 혹은 안휘말리는 것이다. 어제 보니 홍진경이 하는 말이 바로 그런 지혜의 단서처럼도 보였다. 세상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어보였다. 원래 낮은 데에서 출발하면 기회가 많아지는 법이다..

세상이 행복해야 한다면 내가 지금 처한 불행은 유독 나에게만 찾아온 불행이 되어서

하늘을 원망하고 인간을 탓하게 된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세상도 모두 원망스럽게 된다..

그러나 홍진경처럼 그런 마음을 버리면, 분노의 사슬 속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저 사람이 준 화를 적게 이전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노자님말씀처럼

원망을 덕으로 갚을 기회도 주어질 수 있다. 보원이덕,이라고 아마 63장 근처에 나올 것이다..

브라질도 1대 7로 질 수 있다.

이제 지구 상에서 교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개 한국드라마는 결혼에 이르는 과정의 난관을 가지고 스토리의 대부분을 꾸리던데

지금 장나라의 드라마는 벌써 결혼을 할 모양이고, 반대할 사람도 없어보인다.

그러면 남은 여러 회차들은 무엇을 보여줄 지 조금 궁금하다.

물론 온누리가 하나의 극장이라고 볼 수 있다면, 궁금할 일도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