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축제(태백2)

태백산 810m의 민박촌은 여느 해안 수다한 엉성한 급조의 불편한 시설이 아닌 계획과 정돈이 훌륭한 시설이다. 18평과 9평 두 곳을 얻어 나작식구들 10명은 행장을 푼다.

바둑인들의 모임이니 바둑판부터 찾지만 산중에서 구할 길이 없다.

선비무도님 내외가 마련한 맥주와 안주로 탁자에 둘러앉아 반가움을 나눈다.

전남 광주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도착하신 무도님 내외분, 출전을 하여 시합을 하는것도 아니지만 오로 식구들을 보기위해 기꺼이 참가하신다.

성남의 태평역님의 차량덕분에 편히 올수 있었던 나와 영바모, 이청 작가님, 왕별7단이신 플레이홀덤 님 5명은 한 차로 왔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서 오신 선비만석 님, 같은 강원도 여서 멀지 않을 듯 싶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나보다.

댓글에서 가끔 뵈며 궁금했던 작은시집님과 꽃삽님은 포항에서 오셨다. 10명의 기객들은 경향각지에서 오지중의 오지라는 이곳까지 즐거이 모이니 산중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각자 잠자리를 나눈 후에 나는 이 작가와 영바모의 방에서 나누는 말씀들을 듣는다.

바둑계의 발전에 대한 의견들에 놀라움이 크며 공감이 간다.

50억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충청 백제축제에 바둑도 내년부터 포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이 작가의 안목은 평생 바둑을 사랑하며 두어왔다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나는 저런 생각과 노력은 해 보지도 못했지.

바둑대회 진행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까지 점검을 해보셨나보다. 방송사 초청 3백, 바둑판 관련 집기 대여 3백, 상금규모 책정 우승 3백 등 총 상금규모, 프로기사 초청비용, 어린이 바둑교실 들의 초청, 숙박 기타 진행 등 대회의 진행과 운영에는 많은 노력과 사전계획, 준비, 세심한 실천 등이 필요하다.

끝이 없을 듯 한 대화 속에 내일 대회참가를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한다. 12시도 훨씬 넘었다.

8시경 주최 측에서 마련한 조식 후 광장에서 하릴없이 기다린다. 광장구석 식당 앞 플라스틱의자에 앉아 대형트럭이 바둑판 50조와 접이식 탁자들을 내리는 것을 보고 있다. 바둑교실 어린이들은 광장중앙에 의자를 배열한다.

벌써 7회째의 대회여서 준비는 기계적으로 착착 진행하신다.

지방축제 바둑대회의 요체는 무엇일까?

1)지역의 특색을 알리고 소개하는 것. 예: 태백 천산제, 백제문화제

2)바둑 팬들이 모이는 것. 예: 타 지역 대회개최 관련자, 바둑교실, 고교 대학동호회 등

3)바둑계의 관련인사들의 관심과 참여. 예: 한국기원, 바둑티비, 프로기사

11:00에 산 정상에서 열리는 천산제에 참가자들은 벌써 부지런히 오른다. 무용단인지 무속인인지 한복차림의 여인들이 많다. 산상대국은 천산제가 끝난 후 자리를 정리하고 14:00에 열린다는데 이번 행사는 사전에 행사시간 안내 등이 없어 곤혹스럽다. 두 시에 시작한 대국이 4시경 끝나면 6시경 하산하여 서울로 돌아가기는 밤길이 걱정스럽다.

하루 더 자고 다음날 가면 되지만 서울서 여럿이 같은 차로 내려올 때 귀경은 익일이라 고지했다. 밤 시간에 아무 여흥이나 준비 바둑판도 없이 하루 더 머무르는 것도 고역일 것이다.

출전한 선수 중 본선에 오른 이들은 하루 더 유숙하며 상금을 기대하겠지만 출전선수들 외에는 무리일 듯하다.

개회식은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마친다. 바둑티브이의 심우섭 사범이 나름 사회를 준비하셨지만 사전에 조율이 안 되어 단상에서 마이크로 거명하며 소개하는 이들은 이미 산으로 오르고 거의 없다. 여류대회 처럼 대회 자체가 축제가 되고 참가한 모든 이들이 즐거움과 기쁨을 느껴야 할 텐데 산상대국의 갓 쓰고 도포 입은 사진 한 장에 모든 것을 투사하며 나머지 진행은 들러리 인듯하다.

광장 뙤약볕 밑의 즐비한 바둑판에 선수들은 앉는다. 왕년의 쟁쟁한 아마고수들의 모습도 간혹 보인다. 한건호 김동섭 김정윤 사범 등. 이제는 어느 대회를 가건 시니어 주니어로 구분되어 연구생출신들의 높은 벽을 인위적으로 갈라 일반 아마츄어들의 참가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지방대회의 현실이다. 광장에선 거의 어린선수들 일색이다. 연구생 출신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어린 여전사에게 지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는 김정윤사범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오래전에는 바둑티브이에도 가끔 나오시던 아마강호 김동섭씨는 돌을 중반에 던진다. 한건호씨는 초반에 26목의 대마가 잡히고 투석을 한다. s대 대표 H씨는 어린 여전사에게 판도 못 짜고 불계다.

연구생출신끼리의 대국은 자신들끼리도 쉽지 않은가 보다. 왕년의 유명한 하성0은 벌써 3판을 내리 졌단다.

바둑축제는 상금 사냥군들의 사냥터가 아니고 모두의 축제장이 되어야 할 텐데 어른이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이 어린전사들에게 나이 든 이들은 상대가 안 되니 축제라기 보다는 킬링필드 같다.

신기한 표정으로 대국을 구경하는 외국인들에게 설명을 해드린다. 오늘은 개천절이어 기념대회를 하고 바둑판은 사계와 365일 등을 의미하며 군대 장군 왕들의 병법이었다고. 진행을 담당하던 임동균 사범은 감사를 표한다.

바둑대회는 대회장에서 보면 최소한 백여명 수백명의 사람들이 바둑판에 질서정연하게 마주앉아 장관을 이루니 주최측에서 보면 성황리에 많은 사람이 참가하고 즐거워 하는 것으로 보기 쉽지만 다중속의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참가한 보람과 기쁨을 기대감을 느낄수 있도록 사전 계획과 준비가 치밀해야 할 것이다.

뙤약볕에 서있기가 힘들어 무대 뒤편 그늘에 가 앉는다.

저 옆으론 허장회사범과 지방 바둑인사들이 담소중이다.

1972년인지 문교부장관배 전국 고교생대회에 출전하여 당시 강원도 대표로 나왔던 허장회씨와 인사를 한 기억이 있다. 당시 원주고교 독어선생이던 최 모 선생이 나의 모교로 전근을 와서 소개를 해주었다. 36년만의 인사를 해볼까 하다 그만둔다.

태백산 산중에서 편안한 한때를 즐기니 여유로움도 느껴지며 이런 큰 바둑행사가 치러진다는 것이 쇠망해가는 바둑계의현실속에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software,

반상 19로에 누구나 바둑을 둘 수 있지만 어떻게 두느냐의 차이가 프로와 아마와 연구생의 차이를 가리듯이 바둑계의 쇠퇴만 아쉬워 할 것이 아니라 각자 조금씩 이미 가지고 있는것 할 줄 아는것을 상호연계하여 기왕 벌이는 잔치판을 조금 더 많은사람이 참가하고 즐길수 있게 software 를 소홀히 하지말고 훈수도 즐거이 받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자신의 돈으로 산채비빔밥 한그릇을 맛있게 사먹고 드럼통 삼겹살은 안 먹어도 자발적 참여를 한 모든이들이 프로 와 연구생 관련자들이 바둑계는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잃지 않으며 참가비 거마비는 안 받아도 지방 바둑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며 자신은 보람을 느낀다면 더 바람직 하지 않을까?

지방 바둑축제들이 4, 5회 진행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한다. 태백의 바둑축제는 이미 7회째이고 향후 더욱 발전하리라 기대한다. 다만 바둑계 전반의 발전을 위하여 작은 고언이니 흉잡는다 나무라지 마시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