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인식의 뿌리

이것과 비교하고, 저것과 비교하면

어느 새 그것의 모양새가 형성된다..

비교는 번뇌의 뿌리

이것과 비교하고 저것과 비교하다보면

부단하게 일이 늘어나고 욕심과 결합한다..

오랜 시간 지나서 아무런 할 일도 없었음을 알면

오호라 아쉬워라, 귀한 시간 애썼네..

비교는 빛, 그리고 어둠

빛으로 알았던 것이 실은 어둠이었지만

그 어둠이 있어서 본래의 빛을 안다면, 그러면

그것을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여러 겹으로 되었을 때엔 여러 겹을 풀어야 하는데

다 풀지 않으면 복잡하기만 하고, 알고나면 모두 그게 그것이라면

아무런 일도 없다는 말은 매우 많은 일

아무런 일도 없어서 그냥 그대로 좋은 것이라도

인생은 자못 복잡하구나..

** 자신의 경험이나 혹은

타인에 의한 정보, 공동체의 관습 등으로

수시로 비교가 이루어지지만, 그 무엇도 근거과 확실하지 않다..

집단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소문들의 막연한 연대일 가능성이 있다..

대승기신론에선 진여에서 생멸이 일어나는 순서를 두고 말하길

업상, 전상, 현상에 이어서

지상 상속상 등의 순서를 말하는데

상속이란 바로 지상의 상속을 말한다. 그런데

지상이란 분별지상이라고 번역되는 경우도 있다. 즉 분별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속이란 분별지의 지속을 의미하게 된다. 즉

비교의 지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교는 번뇌의 지속을 가능하게 할 것이므로

즉 분별은 바로 번뇌가 되는 것이고, 번뇌의 지속이란 분별지의 지속을 의미하게 된다..

그 이하를 보면

계명자상과 집취상, 기업상, 업계고상이 이어진다. 이 순서를 고찰해보면

분별의 지속을 벗어나려면 이름붙이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고, 이름붙이는 습관을 지속하면 집착이 강화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름붙이고 집착하는 습관은 없던 일을 지어서 일으키는 습관을 야기하고, 그러한 무의식적인 습관적 행동, 즉 깨어있지 못한 행위에 의하여 업과 번뇌에 휘말려서 부평초가 되는 것이다. 이를 뒤집으면, 이름붙이는 습관에서 벗어나면, 분별지의 지속이 멈추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속이 일단 멈추면 분별지 자체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러면 아랴야식의 범주에 진입하게 된다고 말하는 셈이다..

** 비교를 안해버릇하면 대개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

우선 지금 현재로 귀착하기 쉽다. 왜냐하면

비교는 자신의 과거나 타인들에 의한 정보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비교의 무상함을 알면, 과거나 미래가 힘이 약해진다. 그냥 현재에 귀착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그 무엇도 결국 변화의 도상에 있음을 알므로 다른 것을 그다지 희구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커진다. 그리고 변화가 만물의 속성이기에

내가 서둘러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아도, 불만스런 상황을 잘 존중하면, 그러면

그 불만이 약을 먹고 튼튼해져서 불만의 불,이 줄어들기 쉽다. 불만은 만족의 반대가 아니라

덜 채워진 만족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만을 자꾸 불만스러워하면, 에너지가 자꾸 흩어지지만, 그런대로 존중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해가면, 부족한 만족이 자꾸 채워져서

종내에 불만이 만족으로 바뀌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아마도 주역 계사전에서 말하는 바, 궁즉변, 변즉통의 원리일 것이다. 궁할 때엔 그 궁함이 변할 것이므로

그 변화의 귀결은 결국 통함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고, 통이 시작되면 종내에 다시 만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 나아가서 변화의 본질적 속성을 알면, 만물이 항상 변하므로

결국 형태적인 판단 자체가 종내에는 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만족도 불만도 모두 형태적이고 임시적인 모습에 불과함이 부각될 수도 있다. 그리되면 아마도 비교는 영원히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때엔 비교해도 비교가 아니고, 비교를 안해도 만약 형태에 머물면 비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머물지 말라는 말은 비교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조금 본질적일 수 있다고 본다.

비교한다 만다 하는 것은 일단 형태를 인정하는 말이나, 머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애초에 비교의 근거가 없다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