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와 준코가 결합하면 호리에의 생각으로 우선 두 가지 이득이 발생했다.

그 하나는 젊은 여자에게 정을 붙이고 살다 보면 평사는 영원히 산쓰이도장을 떠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종래에는 자신의 뜻대로 산쓰이도장에 귀속되어 일본 기계를 흔들어 준다는 계산이었고, 다른 하나는 두 사람 사이에 만일 자식이 생긴다면 그 자식은 분명 부모의 피를 이어받아 모르긴 몰라도 평사 못잖은 기재가 나온다고 봤을 때 산쓰이도장은 평사의 뒤를 이어 먼 훗날까지도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었다.

평사가 조선에 여자를 두고 왔다는 것을 호리에 관장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못했다. 평사가 준코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바둑에 미친 노인의 턱없는 욕심이었다. 어떻게 보면 산쓰이도장에 어려 있는 백 수십 년에 걸친 한을 풀기 위한 집념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투영된 것이었다.

호리에 관장은 조용한 시간을 틈타 준코를 불렀다.

「준코야, 너는 추선생을 어떻게 보느냐?」

준코는 호리에의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면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내가 묻는 것은 한 여자로서 남자를 보는 시각을 말한다.」

그제서야 준코는 호리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준코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호리에는 준코에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추선생은 내가 보기에 바둑 이외에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다. 더구나 나는 그의 삶에 대한 의지나 삶을 살아 가는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무척 회의적이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뚜렷한 사실은 그가 천재라는 점이다. 다른 방면에도 천재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둑만큼은 고금에 드문 천재다. 근자에 오청원을 천재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나는 그가 오청원 못잖은,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천재로 느껴진다.」

「그래서요?」

「오청원이 아직 어리긴 하나 어쨌든 그는 큰 재목이다. 준코야, 하나의 가정을 해 보자. 오청원이 이대로 성장해서 자신의 기량이 정점에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의 추선생과 승부를 겨룬다면 너는 누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느냐?」

준코는 호리에의 말에 한참을 망설였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호각지세로 좋은 승부를 이룰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에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면 나는 추선생에게 걸 것이다.」

「…….」

「사람들은 곧잘 이렇게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정점에 도달한다고. 그러나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정점에 도달하는 것은 천재의 몫이다. 더구나 그것이 바둑에 관한 것일 때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진리다.」

「…….」

「나는 그를 산쓰이에 묶어 두고 싶다. 그래서 온전한 산쓰이 사람으로 만들어 완전한 승리를 얻고 싶다.」

「그래서 그와 합치라는 건가요?」

준코의 음성이 가늘게 떨린다.

「너도 산쓰이의 한을 잘 알고 있지 않으냐. 그것은 내 염원이다, 아가.」

준코는 눈을 감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키워 온 큰아버지였다.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기다렸다는 듯이 재가해 버린 어머니, 백부는 자신을 친딸처럼 키웠다. 스무 살이 되도록 백부는 자신을 부를 때 늘상 따뜻한 음성으로 아가라고 불렀다. 백부가 설사 그것보다 더 심한 요구를 한다 해도 자신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었다. 준코는 온몸의 맥이 풀렸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며칠 후 호리에 관장은 밤늦은 시간에 술상을 차려 놓고 평사를 초대했다.

「그 동안 추선생과 술 한잔 변변하게 마신 적이 없어 오늘은 추선생과 통음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불렀습니다.」

술을 마다할 평사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술잔을 권하며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화제는 주로 바둑 이야기였는데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호리에 관장이 본론을 끄집어냈다.

「추선생이 보기에 준코는 어떻소?」

「…….」

「모자란 게 많은 여식이긴 합니다만.」

평사는 호리에의 난데없는 제의에 난감했다. 준코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친절과 수발을 늘 고맙게 생각했다.

「그 아이가 추선생을 깊이 사모하고 있는 모양이라…….」

그 정도에서 대화를 끊고 호리에는 다시 화제를 바꾸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새벽까지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평사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거처엔 이미 준코가 이부자리를 깔아 놓고 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술에 취한 평사는 모든 것을 잊은 채 준코를 끌어안았다.

평사는 준코의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겼다. 준코는 평사에게 몸을 맡긴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준코의 몸이 술 취한 평사의 눈에 확 와 닿았다. 겉보기와는 달리 그녀의 몸은 미끈하고 풍만했다.

평사의 손길이 준코의 몸을 부드럽게 애무하자 그녀의 몸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평사의 입술이 그녀의 눈두덩이를 거쳐 귓바퀴에 이르자 준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평사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목덜미로, 어깨로, 겨드랑이를 거쳐 도톰한 가슴 위에 매달린 유실에 머무르자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수줍게 숨어 있던 유실이 평사의 애무에 팽팽하게 부풀어올랐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에서 처녀 특유의 싱그러운 체취가 진하게 배어 나왔다.

오랫동안 그녀의 가슴에서 머물던 평사의 입술이 다시 밑으로 미끄러졌다. 평사의 부드러운 애무가 점차 중심부로 접근하자 준코의 몸이 갓 물 위에 올라온 연어처럼 파닥거리며 평사의 등을 힘차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땀으로 미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은밀한 곳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몸은 이미 완전히 열려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평사는 서서히 그녀 위에 몸을 밀착시켰다. 평사의 몸이 그녀의 깊은 곳을 밀고 들어오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

취기와 솟아오르는 욕망으로 평사는 거칠게 몸을 움직였다. 평사의 노련한 솜씨에 준코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준코는 평사를 끌어안고 까마득히 미궁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눈 덮인 야산 어디에선가 부엉이가 울었다.